‘두산가 4세’ 박중원 인생유전 풀스토리

2013.04.03 13:56:09 호수 0호

‘재벌 아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 후계자…축출…건설사 경영…수배…체포….’ 두산가 4세 박중원씨의 파란만장한 인생유전이다. 사기혐의를 받다 도피했던 그는 4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한때 재계를 호령했던 재벌가 자녀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일까. 박씨의 초라한 몰락, 그 풀스토리를 들여다봤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당구장.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2명이 당구장에 들어서 한 남자를 찾았다. 1억5000만원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잠적한 고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 박중원씨였다.

당구장서 검거

박씨는 자신이 ‘박중원’이 아니라고 딱 잡아뗐다. 경찰이 신분증을 요구하자 지난 1월 훔친 운전면허증을 내밀었다. 결국 경찰서로 임의 동행해 신분증의 지문과 박씨의 지문이 일치하지 않은 것이 탄로 나자, 자신이 박중원임을 실토했다. 재벌가 4세가 남의 신분증을 훔쳐 도피생활을 하다 당구장에서 검거된 것이다.

박씨는 지난해 3월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 홍모씨에게서 빌린 5000만원을 포함해 주변 지인들로부터 1억5000만원을 빌린 후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홍씨는 고소장에서 “박씨가 2주 뒤 200만원의 이자를 얹어주는 조건으로 현금 5000만원을 빌려갔지만 계속 변제 날짜를 미뤘다. 한남동에 있는 자기 소유의 빌라 유치권만 해결되면 은행 대출금으로 빌린 돈을 갚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건물도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박씨가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해 사건은 올해 1월 기소 중지됐다.


앞서 박씨는 2007년 2월 코스닥 상장사 뉴월코프의 주식 130만주를 30억원에 자기자본으로 인수한 것처럼 공시하고 같은 해 7월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304만주를 31억원에 자기자본으로 취득한 것으로 허위 공시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등으로 2008년 8월 구속 기소돼 1ㆍ2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대법원 최종 판결이 있을 때 까지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박씨의 인생은 두산가 ‘형제의 난’이후 곤두박질쳤다. 고 박두병 초대 회장은 창업주는 장남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해 고 박용오 전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을 슬하에 뒀다.

1996∼1998년 두산그룹 회장을 지냈던 박씨의 부친 고 박용오 전 회장은 2005년 동생인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이 회장으로 추대되는 것을 반대, 20여년 간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개인적으로 착복했다는 주장을 담은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후계자 경영수업…경영권 다툼 이후 축출
사기 피소되자 훔친 면허증으로 도피생활

당시 진정서에는 “5남 용만씨가 장남 진원씨와 함께 미국 위스콘신에 ‘뉴트라팍’이라는 위장계열사를 차려 870억원을 밀반출했고, 3남 용성씨와 용만씨가 ‘태맥’ ‘동현엔지니어링’ ‘넵스’ 등의 회사를 통해 20년간 총 170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박 전 회장의 갑작스런 행동은 곧바로 양측의 걷잡을 수 없는 폭로전으로 이어졌다. 동생들 은 박 전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던 두산산업개발의 2700억원대 분식회계 사실을 폭로하며 맞불작전에 나섰다.

1년6개월간 지속됐던 형제들간 법정다툼은 박 전 회장과 그의 가족들을 ‘두산가의 가문’에서 완전히 제명하는 것으로 종결됐다. 박 전 회장은 그룹경영권에서 완전히 배제됐고, 당시 두산산업개발 상무로 있던 박씨도 해임돼 그룹과 결별했다.

이후 박 전 회장의 일가는 성지건설을 인수해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성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최대주주였던 장남 박경원 전 성지건설 사장의 지분은 모두 소각됐고, 성지건설 부사장으로 있던 박씨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2009년엔 심각한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아버지 박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을 맞기도 했다. 업계안팎에서는 ‘형제의 난’으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심리적 외로움을 겪어오던 박 전 회장이 재기의 발판으로 성지건설을 인수하며 명예회복을 꿈꿨지만, 경영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살한 것으로 내다봤다.

또 형제들간의 반목 속에서 박 전 회장이 명예와 지위를 모두 잃은 점을 감안할 때 ‘두산가 제명’은 해묵은 사안이 됐을지라도 그와 그 일가에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을 것으로 파악했다.


집안서 따돌림

박 전 회장이 남긴 A4 용지 7장 분량의 유서에서도 그러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박 전 회장은 유서에는 “자신과 함께 두산가에서 배제됐던 두 아들을 다시 두산가의 사람으로 받아 들여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두산가 로열 패밀리’들이 부친의 자살에 이어 벼랑 끝으로 몰린 조카는 보듬어주지 않겠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박씨는 현재 경찰서에서 수배관서인 성북경찰서로 이송돼 유치장에 수감돼 있다. 재벌 후계자. 한때는 소위 말하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 부러움을 샀지만, 이제는 1억5000만원 때문에 다시 검찰에 넘어갈 처지가 됐다.


김설아 기자 <sasa198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운의 성지건설은 지금?
추락하다 정상궤도

두산가 전 사주의 자살과 각종 악재로 수난을 겪었던 ‘비운의 건설사’ 성지건설은 최근 과거의 영예를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 

고 박용오 전 회장이 두산그룹에서 나와 2007년 인수한 성지건설은 박 전 회장 타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 2011년 11월 충북지역 대표건설사인 대원에 인수됐다. 지난해 1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졸업하면서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성지건설은 최근 청주 율량2지구 6블럭 ‘대원칸타빌3차’ 신축사업에서 양호한 분양성과를 달성해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사업에서 분양률 100%를 달성해 170억원 규모의 수익을 냈다. 2011년 분양수익이 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수치다. 

성지건설은 또 지난해 토목과 건축부문 12개 사업장에서 130억 원의 공사수익을 얻었다. 분양 및 공사를 통해 총 300억 원의 수익을 낸 셈이다. 주가 역시 실적 발표 후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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