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성형외과 ‘국세청 특별할인’ 왜?

2013.01.25 09:22:04 호수 0호

세풍 맞더니…속 보이는 ‘성형 뇌물’

[일요시사=경제1팀] 국내 최대 성형외과로 꼽히는 강남 모 성형외과에서 국세청 직원의 딸이 무료로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지난해 이 성형외과가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던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만하다.



“성형외과에서 국세청의 딸 ○○○씨가 무료 성형을 받았다.”

지난 8일 성형수술을 위해 강남 A성형외과를 찾은 김모씨는 상담 도중 황당한 메모를 봤다. 김씨는 수술 전 상담을 위해 상담실에서 의사를 기다리던 중 담당의의 수술 일정을 접하게 됐고, 그 중 ‘국세청의 딸 ○○○ 친절히 대할 것(무료)’이란 글을 발견했다.

직계는 VIP 대우

김씨는 “A성형외과는 강남에서도 성형수술이 비싸고 할인을 안 해 주기로 유명한 곳”이라며 “‘현금가격과 카드가격이 똑같다’고 법을 잘 준수하는 걸 강조하더니 뒤편으로는 국세청 딸 무료성형이나 해주고 있냐”고 비판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 15일 성형수술 상담을 예약한 뒤 병원을 찾았다. 기자는 29세 취업준비생을 가장했다. 더 정확한 사실여부 확인을 위해 국세청에 다니는 형부가 있다고도 했다.


수술부위에 대한 견적비용이 나온 뒤 상담실장은 “우리병원은 할인도 안 되고 타 병원보다 비싼 편이지만 효과는 그만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자가 “(국세청) 소개로 왔는데도 할인이 안 되냐. (국세청의 딸은) 지난주에 무료로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고 하던데”라고 묻자 “(국세청의 딸) 그 분은 내가 상담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고 답하더니 “그렇다면 원장님께 물어보고 오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고위직 딸 무료 쌍커풀 수술 정황 메모 발견
직원 가족들도 혜택…400만원서 150만원 DC

몇 분 뒤 다시 돌아온 상담실장은 기자에게 “그분은 딸이라는 직계 가족이다 보니 (무료)가 가능했지만 형부는 직계가족이 아니라 그렇게 까진 안 된다”며 총 수술비용 400만원에서 150만원가량을 할인해줬다.

업계에서는 A성형외과의 ‘국세청 특별할인’이 탈세사건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한다. 국세청은 지난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A성형외과에 대해 소득세 등 수십억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한 바 있다.

국세청 고발을 접수받은 검찰은 A성형외과 본사를 압수수색해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고, 법원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벌어들인 소득에 따라 내야 할 세금 중 상당액을 탈루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로 A성형외과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선고했다.

당시 A성형외과는 신분 노출을 꺼리는 고객들이 카드 결제를 회피하는 점을 이용, 현금으로 성형수술비 전액을 결제할 경우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보다 할인을 해준 뒤 현금 결제액 신고를 누락하는 방법으로 거액을 탈세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주된 고객으로 영업해 오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대부분 현금으로 결제하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성형업계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세무조사다. 이 탈세 사건 후 A성형외과 매출이 대폭 감소하는 등 시련을 겪고 있다는 소리도 들었다”며 “불황기엔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소문만 나도 경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병원 입장에선 국세청이 특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거액 세금탈루와 연관? 병원 “뭔 상관”큰소리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한 전문의는 “비단 A성형외과뿐 아니라 알게 모르게 국세청 관계자 특별대우를 해주는 곳도 있다. 이들에게 돈은 문제될게 없고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문제는 A성형외과의 경우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두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는데, 세금 탈세 적발 후 얼마 되지 않아 그 관계자의 딸을 성형해줬다면 논란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뭐가 잘못 됐냐”

A성형외과 측은 “뭐가 잘못 됐냐”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병원 이모 실장은 “국세청의 딸을 무료로 해줬든 대통령의 딸을 무료로 해줬든 무슨 문제가 있냐”며 “의사와 개인적인 친분일 수도 있고 한데 그런 것 까지 일일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난해 세금탈세와 연관 여부에 대해 “그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재판도 다 받았고 낼 돈도 다 냈다. 그건 이미 끝난 일”이라고 큰소리쳤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