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54)

2012.12.03 10:27:04 호수 0호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과욕은 헛물만 켜고 실패를 부른다
정 나눈 후에 비즈니스 논하라

“무엇보다 선배님께서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됩니다. 원금 4억원만 회수한다고 해도 성공이지요. 물론 이자 일부라도 건지면 더욱 감지덕지하고요. 과욕을 부리다보면 헛물만 켜고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됩니다. 선배님이 내심으로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는 공사 현장대지와 건축물에 대하여 가압류 등을 생각해 보면, 토지에 대하여는 가능하지만 건축물에 대하여는 준공검사가 나기 전까지는 곤란하죠. 건축물이 준공검사가 완료되면 비록 등기가 나기전이라 해도 채권자가 대위권을 행사하여 소송을 통해 강제로 채무자 명의로 등기를 내고, 동시에 가압류를 비롯해 판결, 공증 등 경매를 통한 배당을 받는 방안도 생각해 보겠지만 다른 채권자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모든 채권자들이 달라붙어 후일 배당을 신청한다면 선배님에게 돌아올 몫이 별로 없다는 거지요.”

급한 불부터 끄다

“그건 그렇지.”
말없이 경청하는 오 선배의 얼굴에 고뇌의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원금이라도 회수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터였다.
“선배님, 어쨌든 선배님이 건질 수 있는 방안은 무조건 이 현장을 대물변제로 양도받아 공사를 마저 끝내어 제대로 된 주택을 만들어야만 이번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음을 아셔야 할 겁니다.”
내 말을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오 선배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렇다면 임 이사, 자네가 나대신 박 사장을 만나서 담판을 지으면 어떻겠나? 그 공사 현장을 양도받을 수 있도록 자네가 힘 좀 써주게. 난 설득할 자신이 없어서 말일세….”

나는 그의 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워낙 사안이 사안인지라 우선 급한 불부터 꺼야 할 판이었다.
다음 날 오후, 나는 오 선배와 함께 박 사장을 만났다. 조용한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며 그를 설득해 보기로 작정을 하고 있었다. 오 선배가 슬그머니 자리를 뜨고 박 사장과 둘이 남았을 때 내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박 사장님! 내가 개입하기는 좀 뭐하지만 옛말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말이 있듯이, 형님 같은 오 선배님 요청으로 만나자고 했습니다. 서로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하는 얘긴데 혹 불편하시다면 얘기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아닙니다. 서로 잘 해결하기 위해 방안을 찾는 건데 누가 말하면 어떻습니까. 저도 한두 살 먹은 사람이 아닙니다. 오 사장님 돈을 갚을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게 제 심정입니다.”
돈 때문에 답답해 있던 박 사장이 생각보다 진솔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나 역시 ‘선정후상’이라고, 먼저 정을 나눈 후에 비즈니스를 나누라는 말이 생각나서 그와 인간관계부터 터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문을 열어야 대화를 해도 잘 통할 수 있는 것이다.
“박 사장님은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나보다는 조금 아래인 것 같은데?”
“아, 예. 이사님보다 한참 아래지요.”


“그래요? 그럼 동생이라 불러도 되겠네. 어때요?”
“그러세요. 고향 선배님이시고 저보다 나이도 많고 하니 형님이라고 부르지 못할 것도 없지요. 그냥 말 놓으십시오.”
그가 싫어하는 표정 없이 순순히 응하고 있었다. 우리는 호형호제하기로 하고 편하게 말하기로 했다. 나는 그에게 고향 얘기도 하고 마을 선후배 중에 내가 알고 있는 지인들 이름을 대며 근황을 묻기도 했다.
“그래, 박 사장. 지금 형편은 어떤가? 오 선배님에게 빌린 4억원외에 총 부채가 얼마나 되는가. 공업사가 부도나면 한 푼도 건질 수 없는 건가?”
내 말에 그가 답답함을 토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이 들어맞다

“아, 그저 오 사장님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든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보지만 부도를 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공장한다고 이리저리 빌린 돈이 한 15억원 정도가 되고, 직원들에게 밀린 급여와 공과금 등을 합하면 아마 16억 원 이상 부도가 날 것 같아요.”
그는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많은 부채로 더 이상 지탱하기가 어렵다고 낙담하고 있었다.
“박 사장! 현재 운영하고 있는 공업사 기계와 임대보증금은 있을 거 아닌가?”
“임대보증금은 밀린 임대료 공제하고 나면 몇 푼이나 남겠습니까? 또 기계라고 해봐야 자동차 수리하는 리프트 몇 대가 고작인데, 이미 은행 대출을 받으면서 담보조로 양도해준 바람에 공장 소유가 아닙니다.”

“그래, 모두 그것뿐인가?”
“예.”
“아니 내가 알기로는 길음동에 다가구주택 공사를 하다가 중단한 것이 있다던데 그건 누구 소유인가?”
나는 좀 더 직설적으로 공략을 했다.
“아, 그거요? 이사님이 가보셨어요?”
“아니 얘기를 들은 게 있어서….”
나는 혹 대화에 차질이 생길까봐 굳이 현장에 가봤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박 사장은 이제 더는 감출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었는지 순순히 말을 꺼냈다.
“실은 저희 공장에 이 전무라는 사람이 지금 공사하고 있는 추 사장이라는 업자를 소개했습니다.”
“아, 그 약간 뚱뚱하고 젊은 친구 말인가?”

“예, 그래서 추 사장을 알게 되었는데, 그가 좋은 경매 물건이 있다면서 현재 공사하는 그 땅 주인을 소개한 거지요. 그 땅을 매입해서 빌라를 지어 분양하면 수익이 좋다고 해서 전무 말만 믿고 경락 받은 자로부터 1억2000만원에 매입하여 은행에서 1억원을 대출 받은 겁니다.”
“그랬구먼.”
“대출금 일부는 땅값으로 지불하고 일부는 건물 짓는데 투입했는데, 그만 돈이 부족해서 공사를 중단하고 오늘내일하고 있는 겁니다. 이사님께서 돈이 있으시면 그 빌라를 지어서 빚 청산하고, 남는 이익이 있으면 저도 좀 주시면 좋겠습니다.”
내가 예측한 대로 박 사장이 어려운 실정을 토로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유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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