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53)

2012.11.26 11:02:42 호수 0호

기회가 많지 않다는 걸 염두 하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시세보단 투자가치 있는 쪽이 더 유리하다
잡다하게 시간 끌어봤자 얻을 것 하나 없다

“박 사장님 소유로 돼있긴 하지만 은행에 2억 정도 대출 받기 위해 담보로 잡혀, 최고 채권액이 1억5000만원 정도가 설정돼 있을 겁니다.”
“그래도 저당권 설정액이 그리 많지는 않네요?”
나는 그만하기가 다행이라 생각하고 추 사장에게 박 사장에 대한 정보와 빌라공사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파악하고자 했다. 추 사장은 조금도 거부하거나 기분상한 표정을 짓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속내를 감춰라

나는 추 사장에게 박 사장과의 관계를 물어보았다.
“추 사장님은 박 사장과 언제부터 알고 지냈습니까?”
“아, 예. 이번 공사 건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저기 오 사장님도 이 공사 건으로 인해 알게 되었지요.”
그가 오 선배를 가리키며 그렇게 대답했다.
“제가 물어볼 처지는 아닙니다만, 박 사장님과 어떤 관계이신데 그분을 위해 보증을 선 것입니까?”
“이 공사를 맡기 위해 보증을 서게 된 것이지요. 하긴 따지고 보면 이 공사뿐만 아니라 이 공사를 끝내고 분양이 원활해지면 제2, 제3현장을 만들어 빌라 사업을 하기로 한 건데 이렇게 자금사정이 나빠지다보니…. 이것 하나도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중단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지요.”

“아, 그렇군요. 그 박 사장이란 분이 돈을 많이 벌었던가 보지요?”
“돈을 벌어놨으면 이 공사를 중단하겠습니까? 이사님께서도 보셨겠지만 자동차 공업사와 외제 수입차 딜러사업을 하면서, 돈을 빌려 건축 사업까지 해보려다가 막혀버린 겁니다.”
추 사장과 얘기를 나누는 사이 현장 구석구석을 둘러본 오 선배가 우리 쪽으로 오더니 추 사장에게 물었다.
“추 사장님, 지금 보니까 건물 골조는 다 되었고 남은 것은 실내인테리어하고 외부 벽만 남아있는 것 같네요. 이럴 경우 추가 공사비용은 얼마 정도 듭니까?”

“글쎄요? 적어도 2억5000만원이나 3억 정도면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오 선배는 자신이 박 사장으로부터 받을 돈 대신에 이 건물을 대물로 받기 원하는 듯했다. 그래서 혹시라도 그런 오 선배의 속내가 박 사장에게 사전 노출될 경우, 협상 시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더 이상의 의중을 밝히지 않는 게 좋으리라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추 사장에게 다음에 식사라도 한번 하자고 하고는 서둘러 그 현장을 떠났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현장 인근에 있는 부동산 중개소에 들러서 공사 중인 건물과 유사한 다가구주택의 시세를 알아보았다. 시세는 대략 10억에서 12억 정도라고 했다. 생각보다는 시세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곳이어서 투자 가치는 있는 셈이었다. 그러니 공사가 잘 마무리되면 모든 게 해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 선배 역시 그런 생각이었는지 내게 초조하게 물었다.
“임 이사, 어떤가? 저것이 물건이 될 것 같지 않은가? 내가 저기에 압류를 하면 안 될까?”
“선배님! 내 얘기를 잘 듣고 판단해 보세요. 기회는 많지 않다는 걸 먼저 염두에 두시고요. 지금 박 사장이나 건축업자인 추 사장 모두 저 현장에 목매고 있습니다. 그러니 쉽게 빼앗기지는 않을 겁니다. 선배님이 박 사장에게 빌려준 돈이 4억이고, 현재 토지에 설정돼 있는 대출금이 1억5000만원이라고 하니, 추가로 투입해야 할 공사대금 최고 3억원이라고 한다고 치면 도합 8억5000만원이 됩니다.”
“휴! 그렇지.”

“그러나 대출금 1억5000만원은 당장 상환하지 않아도 되고, 추가공사비 3억원 역시 공사업자와 잘 협의해서 공사가 완료된 후에 빌라 전부 임대를 놓아, 보증금을 받아서 지급하면 큰 부담은 안 될 것 같거든요.”
“그래, 맞아!”
오 선배가 묘안이라고 생각됐는지 반색을 하고 있었다.
“만일 선배님이 추사장과 잘 협의해서 공사비를 지원하여 공사를 원만히 마무리 한다면 시가 10억원 이상 되는 다가구주택을 선배님 것으로 만들 수 있겠지요. 그렇게 되면 빌려준 돈 4억원 회수는 물론 지금까지 밀린 2억원 상당의 이자까지 받아내게 된다는 계산이 되는 겁니다. 물론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더욱 좋아져서 시세가 오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입니다. 선배님, 어때요?”
내 말에 귀가 솔깃해진 오 선배는 마치 벌써 주택을 양도받기라고 한 것처럼 들뜬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이, 자네 말대로 그렇게만 된다면 오죽 좋겠는가?”
“그렇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응? 뭐가 또 있지?”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현재까지 밀린 공사대금은 어떻게 할 겁니까? 건축업자와 납품업체에 밀린 공사대금이 상당할 텐데요.”
내 말에 오 선배가 금세 얼굴색이 굳어지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내가 그 밀린 공사대금까지 갚아야 한단 말인가?”

시간 끌지 말라

“물론입니다. 박 사장과 공사업자인 추 사장은 하도급업체들에게 지급해야 할 대금을 미지급한 채 현장을 넘겨주겠습니까? 선배님이 설령 그냥 넘겨받았다고 해도 그 하도급업자들이 가만있겠어요?”
“그러면 어떻게 하지? 이대로 그냥 주저앉고 말아야 하나?”
“아니 꼭 그렇게 포기할 것만은 아닙니다. 지금으로선 이 공사 현장 외에는 그 어떤 것도 희망을 가질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러니 일단 이 현장을 양도받아 제대로 된 상품으로 만들어 가야만 합니다. 다른 문제는 다음 일입니다. 이런 저런 잡다한 문제를 가지고 시일을 끌다보면 아무것도 건질 것이 없고 모든 걸 잃을 수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현장을 양도받아 공사를 진행할 시에는 공사업자와 명확한 공사발주 계약 공증을 해서 기존의 공사대금과 추가로 발생되는 대금에 대하여 분명한 선을 긋고, 선배님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약정을 하면 큰 염려는 없어 보입니다. 아마 박 사장과 추 사장 간에도 시행자의 책임과 시공자의 책임한도를 분명히 약정해 놓았을 것입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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