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민주당은 왜 이 법만 늦췄나

2026.01.30 10:36:27 호수 0호

트럼프의 25% 관세 뒤에 숨은 침묵의 정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현지시각) 한국에 대한 25% 관세를 전격 거론하자 한국 정치는 즉시 분열된 목소리를 냈다. 이재명정부는 “미국의 불만은 100% 국회 책임”이라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대통령과 정부가 밀실 합의를 해놓고 국회에 떠넘긴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이 소란 속에서 가장 이상한 존재는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모두가 공을 때리고 있지만, 정작 공을 굴릴 수 있는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 정지가 바로 지금 한국이 25% 관세 앞에 서게 된 진짜 이유다.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이 “미국의 불만 100%는 국회 책임”이라고 공개 발언한 순간, 한국은 스스로 워싱턴에 정치적 약점을 노출했다. 미국은 상대국의 내부 균열을 가장 강력한 협상 무기로 쓴다. 지금 미국은 “한국 정부는 합의했고, 국회가 이를 막고 있다”는 메시지를 한국 정부 입으로 확보했다.

이것은 협상 카드가 아니라, 스스로 만든 협상 족쇄다.

이 사태의 핵심에는 ‘대미투자특별법’이 있다. 이 법은 지난해 11월 한·미 합의의 이행 장치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던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요구한 제도적 담보다.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 대미 투자, 그중 2000억달러 규모의 공공투자를 실제로 집행할 수 있도록 기금과 운영체계를 법으로 묶는 것이 바로 이 법이다. 미국이 요구한 것은 말이 아니라 ‘법으로 고정된 이행 능력’이었다.


그런데 이 법은 석 달 동안 국회에 존재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 26일이 돼서야 이 법을 발의했다. 트럼프가 25% 관세를 꺼내 들기 직전인데, 이 시간차는 우연이 아니다. 법이 없으면 정부는 미국에 “국회가 막는다”고 말할 수 있고, 민주당은 정부를 공격하면서도 실질적 책임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바로 이 ‘정치적 공백’이 트럼프에게 압박의 명분을 제공했다.

미국이 이 구조를 정확히 읽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29일 밤, 정부의 방미 발언에서 확인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에 이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워싱턴행 비행기에 올랐다. 두 사람은 트럼프의 25% 관세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총력 협의에 나선다고 했다.

그런데 그들이 인터뷰에서 내놓은 설명은 놀라울 만큼 솔직했다. 여 본부장은 “한국 국회의 입법 과정 때문에 한·미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미국이 가진 것 같다”고 밝혔고, 김 장관도 “국내 입법 진행 상황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미국이 문제 삼는 것이 바로 대미투자특별법임을 정부가 스스로 확인해준 셈이다.

미국이 쿠팡이나 디지털 규제를 관세의 본질로 보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그런 이슈들은 관세 같은 본질적 문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본질은 오직 하나, 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통과 여부다. 그런데 이 법은 이제 막 발의됐을 뿐, 아직 국회 논의조차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의 소관 상임위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다.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실제 심사 일정과 안건 처리는 여야 간 합의 구조로 운영된다. 특히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상임위 소위 구성이나 신속한 심사 진행이 어렵다.

결과적으로 이 법안의 처리 속도는 특정 정당 한쪽이 아니라, 국회 다수당과의 협의 구조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질문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민주당은 왜 이 법만 멈추고 있었는가, 정말로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선택이었나, 아니면 미국의 압박이 커질수록 정부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지켜보려는 판단이었나? 그 침묵은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협상력을 키우고, 한국 경제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해 왔다.

민주당이 이 법안을 2월 말이나 3월로 넘긴 데에는 또 다른 정치적 계산이 있을 수도 있다. 6·3 지방선거 일정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이 대형 통상 법안을 처리하며 국정 주도권을 다시 쥐고, 동시에 ‘국익을 지킨 책임 여당’ 이미지를 선거 국면에서 부각시키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코스피 5000과 코스닥 사상 최고치는 시장이 한·미 경제 합의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정치가 이 합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면, 이 랠리는 하루아침에 꺼질 수 있다. 25% 관세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시장 전체를 흔드는 충격이 된다.

지금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이 워싱턴으로 날아가, 미국 측에 ‘한국 국회의 정치 상황’을 설명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그러나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설명이 아니라 결과다. 법이 통과됐는가, 아니면 아니었는가 하나뿐이다. 외교관이 아무리 뛰어도, 국회가 멈추면 국가는 움직이지 못한다.

그런데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직까지 민주당의 그 어떤 지도부도 이 사안에 대해 책임 있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미투자특별법이 한·미 경제 관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고, 미국이 이를 이유로 25% 관세까지 거론하는 상황인데도 국회 다수당의 공식 입장은 들리지 않는다. 이 침묵 자체가 워싱턴에는 “한국 정치가 합의 이행을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특히 국회 외교·통상 현안을 가장 앞에서 다뤄야 할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침묵은 더 뚜렷하다. 그는 특검법이나 정치 쟁점에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목소리를 내지만, 정작 한·미 통상과 25% 관세라는 국가적 사안 앞에서는 아무 책임 있는 발언도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전략적 계산이든 회피든, 그 공백의 비용은 고스란히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전가된다.

대미투자특별법은 26일 민주당이 발의했지만 이후 소관 상임위원회나 당 차원의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 법은 단순한 통상 법이 아니다. 이것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약속을 지키는 국가인지, 정치가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지다.

국회가 이 법을 붙잡고 침묵하는 동안, 트럼프의 25% 관세는 이미 협상 카드가 아니라 청구서가 되어 날아오고 있다. 방아쇠는 워싱턴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국회 안에 있다.

트럼프의 25% 관세 언급은 한국 정치 전체를 향한 신호일 수도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특검법이나 주요 쟁점 법안에서는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처리했다. 트럼프가 지금 주시하고 있는 것은 그 속도가 대미투자특별법 앞에서만 멈춰 서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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