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워싱턴서 3연패 늪에 빠진 한국 정부

2026.01.31 08:38:49 호수 0호

밴스·트럼프·케빈 워시가 만든 ‘쿠팡 방패막’ 

미국의 힘은 총과 달러에만 있지 않다. 진짜 힘은 타국의 정치와 사법, 여론을 동시에 흔들 수 있는 구조적 압박에 있다. 1월 마지막 주, 한국은 그 힘을 세 번 연속으로 맞고 있다. 밴스 부통령의 경고, 손현보 목사 판결, 그리고 케빈 워시 카드가 그것이다. 이 세 장면은 우연이 아니라 하나의 설계된 흐름이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이 사태는 ‘동맹 관리’다. 한국이 미국 기업과 정치적 민감 사안을 건드리자 워싱턴이 제동을 걸었고, 서울은 그 신호를 읽고 속도를 늦췄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 보면 이 흐름은 명백한 외압이다. 법과 제도, 주권 영역이 미국의 경제·전략 이해에 맞춰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밴스 부통령이 23일(현지시각) 워싱턴을 찾은 김민석 총리를 만날 때 꺼낸 말은 외교적 조언이 아니었다. “쿠팡 같은 미국 IT 기업에 불이익을 주지 말라”는 말은 사실상 레드라인이었다. 종교 문제, 즉 손현보 목사 문제에 대해 신중하라는 언급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워싱턴이 한국 내부의 수사와 재판에 직접 신호를 보낸 사건이었다.

미국 입장에서 쿠팡은 한국 기업이 아니다. 뉴욕 증시에 상장돼있고, 미국 자본과 미국 법질서의 보호를 받는 기술 기업이다. 쿠팡을 규제하는 것은 곧 미국 기업을 치는 것이며, 그것은 통상 분쟁의 사유가 된다. 밴스는 이 점을 정확히 짚어 김민석 총리에게 경고했다. 한국 정부가 이 신호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한국 입장에서 이 발언은 주권 침해에 가깝다. 개인정보 유출, 노동 환경, 공정 경쟁 문제는 한국 법이 판단할 사안이다. 그런데 외국 부통령이 문제를 언급하며 “불이익을 주지 말라”고 말하는 순간, 사법과 행정은 외교의 하위 항목으로 밀려난다. 이것이 바로 작은 나라가 겪는 구조적 취약성이다.

한편 한국 법원은 30일 손현보 목사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실형을 선고하되 수감은 하지 않는 판결이었다. 정치적으로는 활동을 제약하면서도 국제사회에 ‘과잉 탄압’이라는 이미지는 피하는 절묘한 선택이었다. 밴스의 경고 직후 나온 이 판결은 국제 정치의 언어로는 하나의 응답처럼 보인다.


미국 입장에서 이번 판결은 안정화 조치다. 손현보는 단순한 종교인이 아니라 보수 정치 동원의 상징이었다. 워싱턴이 우려한 것은 종교 자유가 아니라, 한국 정치가 통제 불능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었다. 집행유예 판결은 그 위험을 제거하는 동시에 국제적 논란을 최소화하는 결과였다.

한국 입장에서는 문제가 다르다. 사법부는 법에 따라 판단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타이밍이 너무 정교하다. 밴스의 메시지가 전달되고 나서 불과 일주일 만에 이 판결이 나왔다는 사실은 한국 사법의 독립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정치에서는 사실보다 인식이 더 중요하다. 워싱턴이 “우리가 말하니 움직였다”고 느끼는 순간, 한국의 주권은 이미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같은 날 더 큰 타격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각) “내일 연준 의장 후보를 발표하겠다”고 말했고, 시장이 지목한 유력 후보는 케빈 워시였다. 그는 전 연준 이사이자, 현재 쿠팡의 사외이사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서 수사와 규제 대상이 된 기업의 이사를 세계 금융 권력의 수장으로 앉히려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이것은 명백한 정치적 메시지다. 쿠팡은 미국이 보호하는 기업이다. 연준 의장 후보에 쿠팡 이사를 앉히는 순간, 쿠팡은 단순한 전자상거래 회사가 아니라 미국 금융·정치 체계의 일부가 된다. 한국이 이 회사를 끝까지 몰아붙일 경우, 그것은 연준과 백악관을 동시에 적으로 돌리는 행동이 된다.

한국 입장에서 이것은 사실상 게임의 종료나 마찬가지다. 경찰과 공정위, 법원이 아무리 조사하고 싶어도, 상대는 이제 미국의 핵심 권력과 연결돼있다. 그 순간부터 쿠팡 문제는 기업 범죄가 아니라 외교 문제로 변한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이 문제를 끝까지 끌고 갈 정치적 여유도, 외교적 체력도 없다.

여기에 트럼프는 또 한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언급했다. 쿠팡을 보호하는 방패를 들고, 동시에 한국 경제를 겨누는 몽둥이를 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식 압박의 정수다. 하나의 손으로는 기업을 보호하고, 다른 손으로는 국가를 때린다. 동맹국은 그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이 흐름 속에서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날, 급히 워싱턴으로 날아간 것도 우연이 아니다. 표면상 이유는 관세와 통상 협의였지만, 실제로는 쿠팡과 대미 투자, 그리고 미국의 불만을 진화하기 위한 ‘수습 외교’에 가까웠다.

미국이 연준 카드까지 꺼내 든 상황에서 한국은 협상국이 아니라 해명국이 됐고, 워싱턴에 가서 무엇을 요구하기보다 무엇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위치로 밀려났다. 이것이 동맹이 아니라 종속의 외교다.

한국 정부는 이 흐름을 몰랐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알고도 받아들였을까? 쿠팡이 워싱턴에 로비를 했다는 말은 이제 누구도 공식적으로 꺼낼 수 없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것은 곧 미국 정부를 비난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패권의 진짜 힘이다. 상대가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의 결과는 분명하다. 밴스의 외교 압박, 법원의 정치적 무력화, 트럼프와 연준의 금융 방패. 이 세 가지가 연달아 작동하며 한국은 쿠팡 문제와 종교 정치, 통상 압박에서 모두 후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워싱턴에서 벌어지고 있는 3연패의 모습이다.

손현보는 정치적으로 살아남았으며 쿠팡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5% 관세는 여전히 한국 경제의 목 위에 매달려 있다. 그리고 모든 과정에서 한국은 선택한 것이 아니라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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