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지난 30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여론의 비판에 마지못해 자리를 떠나는 모양새다. 불거진 의혹들이 사퇴의 이유라면 이쯤에서 단순히 원내대표직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직을 내려놓는 게 더 적절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드는 건 그가 공사 구분 못하는 깜냥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에겐 수많은 ‘특권’이 있다. 법과 규정에 있는 ‘특권’뿐 아니라 적발되면 위법으로 처벌 대상인 음성적 ‘특혜’도 많다. 의사당 안에서 쉬쉬하는 일들인데, 이번에 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옛 보좌진 사이의 진흙탕 폭로전에서 그 ‘일부’가 드러난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제도적 특권 외에 음성적 특혜를 누린다는 짐작이 있었던 참에 이번 폭로전을 통해 ‘물증’이 쏟아졌다. 심부름한 보좌진들이 당시 김 의원과 그 가족, 특혜 제공자와 주고받은 메시지가 고스란히 공개되고 있다.
국민은 충격을 받았다. 얼마 전 불거진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논란을 훨씬 뛰어넘는 내용들이 연일 폭로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을 둘러싼 논란은 단일 사안으로 정리하기 어려울 만큼 범위가 넓다. 쿠팡 오찬 논란을 시작으로, 대한항공으로부터 고가의 호텔 숙박권을 제공받았다는 의혹, 베트남 출국 과정에서 특혜성 의전을 받았다는 주장까지 이어졌다.
여기에 가족과 관련된 의혹도 잇따라 제기됐다. 그의 전직 보좌진이 구체적으로 제기한 의혹의 상당 부분은 가족과 연결돼있는 만큼 국민적 공분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아무 권한이 없음에도 대통령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리며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든 김건희씨에 대한 특검 수사 결과가 발표되는 와중에 여당 원내대표의 권력 사유화 의혹을 또다시 지켜보는 상황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지역구 병원에서의 가족 진료 특혜 의혹, 장남의 국가정보원 채용 개입 의혹, 차남의 대학 편입 및 취업 청탁 의혹이 거론됐고, 배우자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까지 더해지며 사안은 개인 문제를 넘어선 양상이다.
이는 전형적인 부패 백화점의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내란 척결’과 ‘정치개혁’을 목표로 진군하는 집권여당이 원내 사령탑의 ‘신뢰’와 ‘도덕성’으로 공격을 받으면, 정부의 메시지·입법·대외 협상까지 한꺼번에 흔들린다. 지금 민주당이 맞닥뜨린 김병기 부패 논란이 바로 그 지점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은 ‘공정과 정의’, 그리고 약자의 편에서는 정치를 공언해 온 정당이다. 국민에게 그런 약속을 하고 지난 총선에서 압승했고, 대선에서도 승리로 이끌면서 집권당이 됐다. 그런 민주당의 원내 사령탑이라는 사람의 드러난 내면은 그야말로 목불인견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참담함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이번 김병기 사태로 인해 여당 내부에서도 부담을 느끼는 기류가 감지된다. 공식 발언은 조심스러운 분위기지만, 물밑에서는 “당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게 전해진다.
민주당에서 부담이 되는 대목은 단순히 의혹의 숫자 때문만은 아니다. 여의도 안팎에서는 이 사안이 더 이상 침묵으로 넘길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는 시선이 점점 늘고 있고 이 장면이 낯설지 않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과거 민주당 내부에서 비위 논란이 불거졌을 때, 즉각적인 판단보다는 방어와 관망이 먼저 나왔고, 그 과정에서 논란이 장기화했다는 지적이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현재 관심은 “새로운 의혹이 또 나오느냐”가 아니라, “정치가 위기 앞에서 어떤 대응을 먼저 선택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직 사퇴가 아닌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의 사퇴는 정치혐오, 정치 부패 등 논란을 정리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새로운 국면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김병기 논란은 이제 사실 여부를 넘어, 정치권이 책임과 대응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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