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방위 비위 의혹’에 원내대표직 전격 사퇴

2025.12.30 11:37:57 호수 0호

“정부 걸림돌 될 수 없어”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대국민 사과와 함께 원내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보좌진 갑질·특혜 논란에서 시작된 의혹이 가족들의 사적 유용 혐의, 더 나아가 2022년 지방선거 공천 관련 금품수수 묵인 의혹까지 일파만파로 번지자, 정치적 부담이 임계점을 넘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여러분께 먼저 깊이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 제가 민주당과 이재명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김 원내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여러 갈래로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돼왔다.

정치권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으로부터 160만원 상당의 호텔 숙박 초대권을 제공받아 이용했다는 의혹 ▲국정감사 직전 쿠팡 대표와 고가 오찬 논란 ▲배우자의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의혹 ▲보좌진을 통한 아들의 업무 처리·관여 의혹 등 본인은 물론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연이어 불거졌다.


특히 배우자 관련 의혹은 ‘배우자 리스크’로 번지며 파장을 키웠다. 일부 보도에서는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과 관련해 증거 삭제를 지시한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녹취 내용이 공개됐고, 이를 두고 야권은 물론 당내에서도 “국민 눈높이에서 납득이 어렵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김 원내대표 측은 일부 의혹에 대해 “선택적 녹취 공개”라며 유감을 표하거나,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반박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29일) 2022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금품수수를 묵인했다는 의혹이 담긴 녹취록 보도가 나오면서 그를 향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MBC> 보도에 따르면, 2022년 4월21일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 원내대표와 공관위원이었던 강선우 의원 사이에서 ‘보좌관이 서울시의원 공천 신청자로부터 1억원을 전달받아 보관 중’이라는 취지의 대화가 오간 녹취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대화에서 김 원내대표가 “1억원을 받은 걸 사무국장이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 아니냐” “일이 커진다. 법적인 책임뿐만이 아니다” 등 사안의 중대성을 언급했고, 강 의원은 “제가 어떻게 하면 되냐” “저 좀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어쨌건 1억원을 받은 걸 사무국장이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 아니냐”면서 “일반인들이 이해하긴 쉽지 않은 얘기”라고 답했다. 

일부 보도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대화 말미에 “안 들은 걸로 하겠다”고 말한 대목도 거론됐다.

논란이 커진 이유는 이 대화가 오간 다음 날인 4월22일 민주당 서울시당이 돈을 건넨 인물로 지목된 김경 후보를 서울시의원 후보로 단수 공천했고, 이후 김 후보가 당선됐다는 점 때문이다.

금품 전달 정황을 인지하고도 공천 배제나 수사 의뢰 등 적절한 조치 없이 사실상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김 원내대표에게 집중됐다.

강 의원은 보도 직후 “공천을 약속하고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인지 즉시 공관위 간사에게 보고했으며 즉시 반환을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김경 시의원도 “공천 대가로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녹취 공개 이후 야권에서는 김 원내대표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움직임이 이어졌고, 국민의힘은 “침묵으로 시간을 끌 게 아니라 진상규명과 조치를 내놓으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부담이 누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 지도부 인사들은 제기된 의혹과 관련, “국민 눈높이에서 분노가 있다” “해명 가능한 사안인지, 용단을 내려야 하는 사안인지 스스로 잘 알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하며 우회적으로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범계·박주민 의원 등 당내 중진들조차 방송 인터뷰 등에서 “나라면 처신을 깊게 고민했을 것”이라며 사실상 사퇴론에 힘을 실었다.

정국 상황 역시 김 원내대표에게는 부담으로 작용됐다. 

민주당은 특검 추진과 사법개혁·민생 법안 처리 등 강행 드라이브가 예고된 국면이었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대치가 격화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원내 사령탑이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당의 입법 동력과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당 안팎의 우려가 커지면서, 결국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는 사퇴가 ‘책임 회피’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며, 향후 의혹들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원내대표의 전격 사퇴로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당분간 후임 체제 정비에 나설 예정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원내대표가 궐위될 경우, 1개월 이내에 의원총회에서 재선출해야 하며, 그 전까지는 원내수석부대표가 직무를 맡는다. 이에 따라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당분간 원내대표 직무를 대행한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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