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김준형 의원이 보는 한·미·중 삼각관계

2025.12.02 10:37:59 호수 1560호

“단단히 중심 잡고 자주국방 길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좋은 동기라도 전쟁은 많은 희생을 낳기 때문에 폭력 없이 해결하는 것이 좋아요. 그래서 ‘외교의 꽃은 평화’입니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이 30년 넘게 지켜온 정치 신념이다. 그는 문재인정부 당시 국립외교원 제36대 원장을 지냈다. 지난해 4월 정치에 입문한 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으로 외교·안보 분야에 집중하고 있으며 새로 출범한 조국혁신당에서 정책위의장으로 임명됐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들어서고 약 10개월이 지났다. 국가 간 힘의 차이가 반영되면서 한반도를 대하는 태도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혼란의 시대를 온몸으로 견뎌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취할 수 있는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나 ‘해석 전쟁’ ‘실행 투쟁’ 두 가지를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이재명 대통령이 7박10일간의 G20·중동 순방을 마쳤다. 어떻게 평가하시나?

▲ 윤석열정부와는 비교가 안 되게 외교 다변화 측면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었다. 윤정부는 미일 중심의 외교, 소위 말해 가치와 이념에 기반한 외교였다면 이번에는 다자외교라는 변화와 성과를 거뒀다.

-순방 이전에는 경주 APEC 정상회의 결과인 공동 성명 자료 ‘조인트 팩트시트’가 화제였다.

▲자료를 보면 우리가 얻은 게 아니라 덜 뺏긴 ‘차악’의 상황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터프 가이(Though guy)’라고 칭한 김정관 산업통산부 차관 역시 “낙제점을 겨우 면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의 외교는 하나하나 해석하고 의중을 파악하는 ‘해석 전쟁’ ‘실행 투쟁’이다. 그런 점에서 조약이나 MOU가 아닌 팩트시트 설명 자료를 낸 것은 잘한 일이다. 지연하거나, 반대할 근거를 가질 수 있는 낮은 단계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쟁점은 미국의 핵잠수함 보유 승인이었다. 앞으로 한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지?

▲장소부터 시작해 기술력, 연료 등 시나리오가 너무 많다. 한국은 우리 기술로 건조하고 싶은데 미국은 첨단 기술을 주기 싫어한다. 즉 미국에서 잠수함을 건조하면 한국이 완제품을 사느냐, 일부 부품만 사느냐 등 수많은 선택지가 있다. 게다가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연료 문제인데, 미 에너지부는 핵확산에 굉장히 민감해 이런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핵잠수함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디테일에 약하다. 그는 6000억달러라는 총액을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신경 썼을 것이고 북한을 못 만나는 바람에 방한을 택한 것(부담)이 반감됐다. 북한과 협상하지 못했지만 미중 회담을 성사시키고 한국 정상을 만나 체면이 섰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본다.

“G20은 다자외교 성과, APEC은 차악”
트, 핵잠수함 승인? “디테일에 약해”

-핵잠수함을 계기로 ‘자주국방’ 밑그림을 그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의 완전한 자주국방, 현실화될까?

▲미국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의 소장이 한 말이 인상 깊었는데, 바로 지금까지는 힘의 차이가 있어도 국가 관계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국가 관계가 평등했던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그 힘의 차이를 반영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도 그렇다. 이를 손에 넣는 순간 한국은 힘을 갖게 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미국의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한미일을 연결해 중국을 견제하게끔 하지만 그건 우리 국방이 아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도 실행 투쟁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

또 자주국방은 전적으로 우리 마음대로 못하겠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그런(자주국방) 방향으로 중심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동원될 가능성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이 거꾸로 뒤집은 동아시아 지도를 공개하며 “한반도는 외곽이 아닌 전략적 중심축”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한다고 보는지?


▲그는 한국을 “중국과 일본 사이에 떠 있는 항공모함”이라고 한다. 미국에 있어 한국은 소중한 전략적 요충지라고 어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한국을 더 강하게 하되 전략군으로 쓰는 방법이 있다. 비상사태 발생 시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 세계 주둔 미군을 분쟁 지역에 신속히 배치하는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국도, 미국도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쉬쉬하는 것 같다.

▲얼마나 폭발적인 이슈인지를 알기 때문에 로키로 가는 것인데 일종의 ‘판도라의 상자’로 남아 있다. 전략적 유연성은 20년 전 노무현정부 때 시작했고 또 각서를 준 적이 있어 지금은 암묵적으로 넣어둔 것 같다. 향후에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

‘전략적 유연성’ 판도라 바라보는 한미
27년 중국의 대만 침공? 위태로운 중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침공 시 무력 개입” 발언으로 중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에 끼칠 영향은?

▲다카이치 총리는 스스로를 ‘여자 아베’라고 하고 실제로도 거의 유사하지만 환경이 다르다. 아베 전 총리는 미국과 공조함은 물론 안정적으로 정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최초의 여성 총리’ 프리미엄 덕에 국민 지지도가 높을 뿐 당내에서는 흔들리는, 붕 뜬 상황이다.

2027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네 번째 연임을 위해 대만을 칠 거라는 게 미국의 시나리오이자 프레임이지만 합리적으로 봤을 때 중국이 (대만을) 때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힘을 쓰지 않아도 연임이 가능한데, 일본이 자꾸만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하면 오히려 군사 행동을 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중일이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흔든다면 한국에도 좋은 일은 아니다.

-혁신당이 지난달 23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롭게 출범했다. 앞으로 혁신당이 나아갈 방향을 설명해준다면?

▲앞으로 혁신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빈 곳, 또 그다음에 집권 후에 약해진 곳을 살피며 사법개혁과 정치개혁을 주도할 생각이다. 또 한 가지,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우리나라는 다당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대선 당시 다당제가 가능한 정치구조 개혁 등 이야기를 했으니 그 부분은 지켜줬으면 한다.


앞서 혁신당은 당 대표가 수감되고 성 비위 사건이 일어나는 등 문제가 불거졌다.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족함이 있었으나 이제는 제2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12·3 비상계엄 1년을 돌아본다면?

▲1년이 10년 같았다. 그동안의 일이 파노라마처럼 흐르는데, 역사의 한 장면에서 어려운 순간과 위기를 국민과 함께 지켜냈다는 보람이 있다. 정치하기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3년이 무척 아깝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 남지 않았을까?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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