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캄보디아 사건 ‘리광호 큰형님’ 검거

2025.12.01 13:03:21 호수 1561호

김천용 체포 당시 권총·마약 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 주범 리광호가 현지에서 체포됐다. 또 다른 주범 김천용도 함께 검거됐다. 이들은 권총과 5kg가량의 마약을 소지하고 있었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이 경찰에 전한 내용 중 일부다. 이들이 3개월 만에 피의자들을 검거할 수 있었던 데에는 국정원 해외 파트 담당자들의 추적이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기관의 추적 덕분에 빨리 잡을 수 있었다.” 국제범죄를 담당하는 경찰 관계자의 말이다. 정보기관은 지난 9월부터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 주범인 리광호와 김천용 추적팀을 꾸렸다. 이 팀은 경찰과 캄보디아 수사당국에 가장 유력한 첩보를 필터링해 공유해 왔다.

3개월 만에…

국정원은 지난달 27일 오전 4시(현지시각)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식당에서 한국인 대학생 박모씨를 사망케 한 세력인 리광호와 김천용 등 중국인 4명과 한국인 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죄목으로 붙잡힌 게 아닌 캄보디아 현지에서 벌인 보이스피싱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해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국적자인 리광호와 김천용은 2023년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 사건을 저지른 공동 총책이다. 지난해 1월 한국으로 마약 4kg을 들여오다가 적발돼 인천지검과 영등포경찰서, 인터폴의 수배 대상이었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리광호의 신상은 두 달 전부터 텔레그램과 SNS를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으로 160cm 단신이며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를 졸업했다.

국정원, 캄보디아 당국과 3개월 전부터 공조
“밀입국 첩보…추적 혼선 야기 목적 허위 정보”

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리광호와 김천용은 시아누크빌에서 권총을 찬 채 프놈펜으로 이동하면서 수차례 은신처를 옮겼다. 정보기관은 지난달 중순 이들이 라오스로 밀입국했다는 첩보를 입수했지만 당국의 추적에 혼선을 주려는 허위 정보라고 결론 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이들의 주장이었다. 라오스 현지에서 수백만원이 인출돼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첩보였으나 여러 차례 필터링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프놈펜 차이나타운 중식당에서 자금세탁 혐의를 받는 한국인들과 식사 중이었다. 권총뿐만 아니라 필로폰 5kg도 소지했던 만큼 추가 범죄를 논의하다가 체포된 것이라는 게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제범죄를 담당하는 정보기관 관계자도 “추가 범죄를 논의하거나 지금까지 벌어들인 범죄수익을 세탁하기 위해 회의 중에 검거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첩보 제공자가 누구인지는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와 김천용이 국내 범죄에도 연관된 만큼 송환해야 의견이 나오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로 향후 수사와 재판 모두 캄보디아에서 먼저 진행되는 게 이유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리광호와 김천용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범행 경위 등 기초적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중대범죄로 한국인이 사망해 캄보디아 정부에 이들의 송환 요청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걸림돌은 중국 정부다. ‘자국민 불인도 원칙’을 내세워 캄보디아 당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캄보디아와 중국 정부 간 외교적 친밀감을 고려하면 리광호와 김천용이 중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

대학생 박씨 사망케 한 혐의 아닌 보이스피싱
체포 당시 자금세탁범과 식사…범죄 논의?

우선 우리나라와 중국으로의 송환은 범죄 발생국인 캄보디아에서 재판과 형 집행 등이 끝난 뒤 이뤄질 전망이다. 국제법상 ‘범죄 발생지국 관할권'이 가장 강력하게 인정되기 때문에 리광호와 김천용에 대한 1차적 수사·기소·재판 등 권리는 캄보디아에 있다.

캄보디아 정부가 ‘상대성 원칙’을 들면서 한국 송환을 거부할 수도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 10월 자국 내 수감 중인 한국인의 한국 송환 조건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자국 민주화 운동가 부트 비차이와의 ‘맞교환’을 제시한 바 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 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에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제일 먼저 북한으로의 국내 자금 유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추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린스·후이원그룹이 언급된다.


이들 기업은 캄보디아 범죄단지인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후이원그룹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 기업이다.

송환 불가능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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