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공실 물류센터 출구, 코트라가 열어야

2025.10.14 10:39:24 호수 0호

‘역(逆)물류 거점’ 글로벌 무역 플랫폼으로

현재 산업단지와 수도권 외곽에는 텅 빈 물류센터들이 무척 많다. 코로나 시기 폭증했던 전자상거래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너도나도 지었지만, 소비 둔화와 경기침체가 겹치며 상당수가 공실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서부권역의 일부 저온 물류센터는 공실률이 60%를 넘었고, 지식산업센터와 복합물류시설 역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불 꺼진 건물이 늘고 있다. 한때 ‘황금알’로 불리던 물류센터가 이제는 유휴 자산이 되고 말았다.

이 유휴 물류 인프라를 어떻게 다시 살릴 것인가는 물류업계의 문제만이 아닌 국가 차원의 과제가 됐다.

필자는 그 해답의 실마리를 코트라(KOTRA, 한국무역진흥공사)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코트라가 한국 내에 ‘역(逆)물류 거점’을 구축하는 것이다.

코트라는 그동안 한국 기업의 수출을 돕는 조력자였다. 특히 해외 120여개 무역관과 공동물류센터를 통해 중소기업의 상품을 해외 창고에 보관하고, 현지 바이어와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을 도왔다.

덕분에 한국 중소기업 수출의 문턱은 낮아졌고, 한국 상품은 세계의 쇼핑몰로 진입할 수 있었다. 코트라의 해외 공동물류센터가 지난 반세기 동안 ‘수출형 물류 허브’로서 오랫동안 한국의 중소기업 수출 현장을 지탱해온 셈이다.


그러나 이제는 코트라가 방향을 바꿀 때가 됐다. 현재 세계 각국의 중소기업은 한국을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한류, K-콘텐츠, 전자상거래의 확산으로 한국을 단순한 수출국이 아닌 글로벌 브랜드 검증지(Test Bed)로 인정하고 있다.

즉 외국 중소기업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그 브랜드가 아시아에 이어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코트라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바로 이 흐름을 붙잡는 것이다.

필자는 코트라가 한국 내에 ‘역물류 거점’, 즉 외국 중소기업의 상품을 보관하고 국내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천공항, 평택항, 부산항 같은 자유무역지역과 수도권에 글로벌 물류센터를 확보해, 외국 기업이 제품을 미리 들여놓고 한국 소비자에게 빠르게 배송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는 국내 공실 물류센터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을 ‘아시아형 글로벌 유통 허브’로 만드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 된다.

이 사업이 본격화되면 일단 공실 물류센터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국내에 남아도는 창고를 외국 중소기업의 진출 허브로 전환하면 한국은 수출만 잘하는 나라에서 세계 상품이 오가는 무역 플랫폼 국가로 변모할 수 있다.

코트라가 공공기관으로서 이 흐름을 설계하면, 우리 물류센터는 단순한 창고가 아닌 외국 기업의 테스트 베드, 그리고 한국 소비자와 세계 중소 브랜드가 만나는 장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효과는 명확하다. 유휴 물류센터의 활용도를 높여 국내 물류산업의 구조조정 부담을 완화하고, 외국 중소기업의 한국 진출·투자 유치를 촉진하며, 한국 소비자는 더 다양한 글로벌 상품을 빠르게 만날 수 있다.

코트라의 한국 내 ‘역물류 거점’ 사업은 결국 공실 물류센터의 재활용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재설계가 된다. 이제 코트라는 외국 제품이 들어오는 것도 도와줘야 한다. 공실 물류센터를 살리고, 세계를 끌어들이는 길. 그 길의 문을 여는 열쇠는 바로 코트라의 손에 달려 있다고 본다.

M 자산운용 L 본부장은 “코로나 이후 온라인 쇼핑의 폭발적 성장세에 기대를 걸고 수많은 기업과 투자자들이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으로 물류센터를 앞다퉈 지었는데, 고금리·소비 둔화·전자상거래 성장 정체가 겹치며
많은 물류센터가 공실 상태로 남아 있다“며 ”PF 상환 시점이 다가오면서 임대료로 이자도 못 갚는 시설이 속출해 일부 물류센터는 헐값에 외국 자본에 매각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L 본부장은 필자의 주장대로 “코트라가 한국 내 ‘역물류 거점’ 사업을 추진하면 국내 물류센터에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된다”며 “외국 기업의 ‘투기적 매입’ 대신 ‘상생형 진출’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지금 필요한 건 부실 물류센터에 대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공공적 방향의 재설계라는 점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PF로 지어진 물류센터가 파산의 경계에 서 있을 때, 코트라가 이를 ‘역진출 허브’로 재가동시킨다면 국내 물류업계는 손실을 줄이고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업을 기획하고 총괄하는 곳은 코트라 본사의 시장개척본부, 그중에서도 시장개척팀이다. 해외의 실제 운영은 LA, 상하이, 베를린 등 120여개 무역관이 맡지만, 그 모든 방향을 설계하는 곳은 본사의 시장개척팀이다. 시장개척팀의 과감한 결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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