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창업 트렌드> 사람 몰리는 1000원 빵집

2025.07.07 09:38:54 호수 1539호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물가 속에서 소비자들은 매일 선택에 점점 더 민감해지고 있다. 5000원짜리 단팥빵, 6000원짜리 샌드위치에 익숙해진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시대. 그러나 지금, 거리 곳곳에 등장한 ‘1000원 빵집’이 그 공식을 바꾸고 있다. 단돈 1000원으로 구입 가능한 빵, 무인 운영, 테이크아웃 중심 구조, 여기에 부가 상품 판매 등 장점을 겸비한 1000원 빵집은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프랜차이즈 시장의 새로운 혁신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일종이라고 평가한다. 고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존 시장에서 간과되던 하위 수요층을 타깃으로 한 단순하고 저렴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점차 성능을 개선하며 기존 주류를 무너뜨리는 구조를 파괴적 혁신이라고 정의했다. 1000원 빵집은 바로 그 정의에 부합하는 현장 사례 중 하나로 자리 잡을지 모른다.

파괴적 혁신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올인베이커리’ ‘빵아빵아’ ‘쏠베이커리’ ‘빵집오빠’ ‘빵이당’ ‘더마니빵집’ 등이 있다. 올인베이커리는 140여종의 제품을 전부 1000원에 판매하며, 무인 운영으로 인건비를 최소화했다. 매장에서는 아이스크림, 컵라면, 음료도 함께 판매하며 객단가를 높이고 있다.

빵아빵아는 롯데웰푸드와의 제휴로 품질을 담보하면서도 가격을 낮췄고, 쏠베이커리는 건강빵, 화학 재료 무첨가 식빵 등 프리미엄 제품에 1000원 정책을 결합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주목할 브랜드는 ‘빵집오빠’다. 이 브랜드는 무인 모델이 아닌 유인 운영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SNS와 유튜브 바이럴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월 매출 9억원을 기록하는 매장까지 등장하게 한 파괴적 성공 사례를 보여준다.


HACCP 인증을 받은 OEM 생산 공장을 통해 전 제품 무방부제·무첨가 콘셉트를 유지하며, 건강 이미지로 MZ세대까지 흡수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전국 180개 이상의 가맹점을 운영 중이며, 일부 점포는 월 7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빵은 1000원, 신뢰는 프리미엄’이라는 전략 아래, 고가 제과점이 포기한 신뢰와 감성을 저가로 되살린 대표 모델로 꼽힌다.

빵집오빠와 함께, 더마니빵집은 철원산 우리 밀을 사용해 건강한 수제빵을 선보이며, 지역 밀착형 정서와 감성을 담은 매장 콘셉트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저가 판매 방식이 아닌 ‘정직한 재료로 만든 정직한 빵’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으로 1000원 시장 속에서도 생존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빵이당은 프리미엄 생크림 케이크라는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1000원대 실속형 빵을 함께 구성, 프리미엄 소비자와 실속 소비자 양쪽을 모두 공략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기념일 수요부터 일상 테이크아웃 수요까지 폭넓게 흡수할 수 있어 창업자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매출 확보에 유리하다.

이들 브랜드는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감성적인 매장 설계와 SNS 기반 마케팅, 소비자 경험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이런 1000원 빵집들은 기존 고가 베이커리 체인인 파리바게뜨, 뚜레쥬르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한다.

가격 경쟁력은 기본이고, 메뉴는 단순하며, 운영 인력은 없거나 극소화돼있다. 점포는 평균 10~15평 규모로, 테이크아웃과 셀프 진열 방식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커피 시장의 사례는 이 흐름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 한때 스타벅스, 커피빈 등 고가 브랜드가 지배하던 시장은, 이제 메가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더벤티 같은 저가 커피 브랜드 중심이 되었다. 1000원 빵집도 이런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기에는 저가 이미지로 출발하지만, 점차 품질과 운영 시스템이 정비되며 시장의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물가
빈틈 정확히 파고든 구조 변화

무인 시스템은 1000원 빵집 성공의 핵심 중 하나다. 올인베이커리와 빵아빵아는 키오스크 주문과 CCTV 원격 운영 시스템으로 인건비를 거의 들이지 않는다. 점주 1인 또는 가족 단위 운영이 가능해, 월 300만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아이스크림, 컵라면, 음료 등 부가 상품을 함께 구성해, 단가 1000원의 한계를 객단가 확장으로 극복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이런 모델에 창업자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소자본으로도 시작할 수 있고, 운영이 간편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한 입소문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1~2인 가족 창업자, 퇴직자, 주부 창업자의 유입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는 곧 ‘진입장벽이 낮은 레드오션’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기도 하다.


따라서 1000원 빵집은 유행 업종의 성격을 일정 부분 안고 있다. 유사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운데, 장기 생존을 위해서는 확실한 차별화 전략과 본사의 운영 지원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실제로 일부 브랜드는 위생 이슈, 품질 문제, 공급망 부족 등으로 빠르게 폐점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렇다면 미래에 살아남을 1000원 빵 브랜드는 무엇일까?

첫째, 품질에 대한 철저한 기준을 갖춘 본사 시스템. 둘째, 메뉴 단가 외에 객단가를 올릴 수 있는 부가 상품 구성. 셋째, 무인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시스템. 넷째, SNS 마케팅을 통한 젊은 층 공략 감성. 마지막으로, 브랜드 확장성을 염두에 둔 가맹 전략이다.

예비 창업자들이 생존 가능한 브랜드를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음을 점검해야 한다. 원재료 공급 체계, 메뉴 개발 주기, 점주 교육 및 지원, 본사와의 소통 시스템, 기존 매장의 실제 수익성 공개 여부 등이다. 단순히 가격이나 브랜드 인지도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의 목소리다.

작고 똑똑한

결론적으로, 1000원 빵집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고가 브랜드 독점으로 점점 좁아지고 있는 베이커리 시장의 빈틈을 정확히 파고든 구조적 변화다. 가성비, 효율성, 소비 트렌드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이 파괴적 혁신 모델은 머지않아 베이커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지도 모른다. 이제 프랜차이즈 업계는 ‘크고 화려한 매장’ 보다 ‘작고 똑똑한 점포’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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