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20주기 특별전’ 월전 장우성의 산수화

2025.04.17 00:00:00 호수 1527호

말끔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이 봄 기획전으로 월전 장우성의 20주기 특별전 ‘말끔하다: 월전 장우성의 산수화’를 준비했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어진 장우성의 중·후반기 회화 세계의 변화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월전 장우성은 20세기 후반 수묵채색화의 전개와 형성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전통 문인화의 조형성을 바탕으로 시대감각을 접목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산수화는 장우성의 예술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장르로 평가받는다.

독특한 소재

장우성은 다양한 자연현상을 작품에 담아내며 산수화의 표현 영역을 확장했다. 백두산과 금강산, 설악산은 물론 외국의 풍경까지 폭넓게 아울렀다. 남북 분단, 환경오염, 인성의 타락 등 현실 인식에 기반한 산수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말끔하다: 월전 장우성의 산수화’는 장우성의 20주기를 맞아 작품 세계의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장르인 산수화를 집중 조명하려는 의도로 기획됐다. 붓과 먹, 그리고 색으로 작업한 풍경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즐거운 시각 탐험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장우성은 사회 전반은 물론 문화와 미술이 전면적으로 서구화돼 가던 20세기 전통 시대 문인화의 목표와 조형성에 기반해 작품세계를 일궜다. 장우성의 시도는 20세기 후반 수묵채색화 작가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하나의 경향을 이뤘다.


장우성은 과거 산수화의 제재를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그려냈다. 예전에는 잘 다뤄지지 않은 기상현상, 바다와 파도 등에 주목하면서 작품세계의 범주를 넓혀갔다. 산수화의 대표적인 제재 중 하나인 도원도는 한 어부가 배를 타고 가다가 길을 잃은 뒤 우연히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도원에 다다른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조선시대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장우성은 복숭아꽃이 가득 피어있는 나무가 자리한 도원 한편의 모습을 묘사했다. 클로즈업한 시감과 진한 채색을 통해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도원도를 창조했다.

자연현상부터 현실 인식까지
폭넓은 작품 세계 조명했다

장우성 산수화의 두드러진 특징은 달을 시각화했다는 점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달을 좋아했고 ‘달빛이 비치는 들판’이라는 뜻의 ‘월전’을 아호로 사용했다. 과거 동아시아 지식인에게 달은 정서를 투영시킬 수 있는 아름다운 대상물로 오랫동안 사랑받은 것에 비해 그림의 주요 소재로 다뤄진 경우는 드물었다.

장우성은 달 이외에도 별, 비와 눈, 무지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상현상을 적극적으로 다뤘다. 눈 그림에는 화면 하단 3분의 2를 차지하는 눈밭과 그 위로 떨어지는 눈이 투박하게 그려져 있다. 설경의 뉘앙스를 어떤 작품보다도 효과적이고 호소력 있게 표현했다.

국내의 명소와 외국의 풍경 등 실경도 다뤘다. 여타 산수화와 표현 방식을 공유하면서도 실제 경치의 특징을 담으려 한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금강산은 특유의 상하로 뾰족한 여러 개의 바위 봉우리가 강조돼있으며 남산은 위로 우뚝 솟아 있는 남산타워를 도드라지게 그렸다.

마닐라 해변을 다룬 작품은 짙은 검은색 야자수와 석양을 통해 필리핀 해변의 이국적 정취를 가득 담아냈다.

‘백두산 천지도’는 여타 작품과 약간 다르다. 장우성이 1975년 정부의 의뢰로 제작한 공적 작품이기 때문이다. 신축 국회의사당의 장식화로 놓였다. 백두산 천지의 실제 모습을 토대로 구체적이고 자세한 묘사와 진한 채색을 이용해 높이 2m, 폭 7m의 작품을 완성했다.

장우성 산수화의 백미는 현실 인식에 기반한 작품이다. 남북 분단의 안타까움을 반영한 ‘단절의 경’ 시리즈, 세계의 혼란에 대한 은유인 ‘화산폭발도’와 ‘산불’, 환경오염 문제를 다룬 ‘황사’와 ‘적조’, 인성 타락을 표현한 ‘귀관’ ‘적광’ 등이다.

동서고금의 산수화와 풍경화서 찾아보기 어려운 소재로 장우성 산수화의 결론에 해당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장우성은 풍경과 연결 짓기 어려운 현실 인식을 독특한 구상의 화면과 메시지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그의 산수화가 미술사적으로 독특하고도 유의미한 산물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새로운 표현

장학우 관장은 “붓과 먹, 색으로 표현된 장우성 선생의 다양한 자연 인식이 관람객에게 깊은 울림을 주길 바란다”며 “이번 전시가 월전 장우성의 예술 세계를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7월13일까지.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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