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도약하는 ‘한국골프장’<현주소>

2009.02.17 10:11:15 호수 0호

이젠 ‘등급제’로 거듭나자!

미국의 골프전문잡지인 <골프다이제스트>나 <골프매거진> 등은 2년마다 미국 내 100대 골프장을 선정한다. 이 순위는 상당한 권위가 있다. 골퍼라면 누구나 한 번쯤 라운드해 보고 싶어 하는 파인밸리나 오거스타내셔널GC 등이 물론 상위에 매겨지곤 한다. 골프장들 역시 이 순위를 올리려고 막대한 투자와 함께 코스 개보수에 나서고 대회 유치를 통해 이런 의지를 널리 알리고 싶어한다. 최근엔 우리나라의 한 골프장도 100대 골프장에 선정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평등개념은 골프 도약의 제약요소
골프장도 기업 시장원리에 맡겨야
천편일률적 그린피 산정ㆍ인상 모순 지적
객관적 기준 의한 등급제 도입 여론 급증



골프장 순위가 중요한 것은 골프선진국의 경우 순위에 따라 이용객들에겐 엄청난 그린피 차이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미국의 골프장들은 그래서 플레이 한 번 하는 데 수백 달러씩 하는 명문 골프장과 불과 몇 달러면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그저 그런 골프장이 공존하고 있다.

호텔의 경우처럼
골프장도 차별화

이젠 우리나라도 골프장을 객관적으로 ‘등급화’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지난 2~3년 전부터 최근까지 새롭게 개장하는 골프장들이 저마다 최고의 시설과 회원서비스를 내세워 회원권 가격을 평균 3~5억원대로 산정해 분양에 나서고 있고 기존 골프장들 역시 저마다 ‘지역 최고 명문’임을 내세워 골퍼들을 공략한다.

특히 객관적으로 볼 때 특별한 ‘장점’이 없는 일부 신설골프장들이 객관적 기준도 없이 회원권 가격만 높여 분양하는 예도 더러 있다.
골퍼들은 과연 저마다 최고 명문을 자부하며 생겨나는 골프장들의 수준이 과연 기존 골프장들과 비교해 정말 높은 가격에 분양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데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최근 골프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골프장 등급화’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호텔의 경우처럼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현실적 특성상 골프장 ‘등급화’가 필요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물론 개장한 지 최소한 15년 이상 된 일부 골프장들 측의 반대논리로 많은 골퍼는 이에 동조하지 않는다.
이에 동조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모든 골프장은 같다’는 평등개념은 한국골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데 분명한 장애가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골프장 수는 회원제와 퍼블릭을 합쳐 350여 개에 육박하고 있다. 회원제는 회원제대로, 퍼블릭은 퍼블릭대로 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 평가결과에 걸맞은 대우를 받아야 할 것이다.

국내 골프장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객관적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일부 신문이나 월간지에서 특집용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한국의 10대 골프장’을 발표한 적이 있으나 이는 평가의 생명인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았다.

골프장 평가 척도
마련해야 할 시점

우리도 이제 외국처럼 골프장을 평가하는 척도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누가 보아도 수긍할 만한 사람들로 평가단을 구성해 각 골프장을 평가하는 것이다. 평가단에는 골프장설계가, 골프장 CEO, 골프전문기자와 칼럼니스트, 프로 골퍼, 골프 유관단체 관계자 등을 포함해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
평가항목도 코스관리, 서비스수준, 접근성, 전략성, 부킹률, 회원 수, 골프대회 개최 횟수 등을 망라, 전체 및 부문별 상위골프장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도 좋고 대한골프협회 등 민간단체나 권위 있는 언론이 주도해도 좋다.

이렇게 해서 골프장 평가가 이뤄지면 그것이 곧바로 상위골프장에는 인센티브를, 하위골프장에는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인식되도록 해야 한다. 상위골프장은 그린피를 높게 받을 수 있고 회원권 분양가도 높게 책정할 수 있다. 또 세계적 골프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확보하게 된다.
그 반면 하위골프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또 그 불이익을 피하려고 스스로 상위골프장이 되려는 노력을 더할 것이 뻔하다.


시장 원리 적용시켜
상위골프장 도약해야

그린피의 차별화는 누구나 형편에 따라 코스를 선택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그래서 골프가 대중화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골프장은 그린피가 비슷하다. 이른바 명문 골프장이 차별화를 앞세워 그린피 인상에 나서면 나머지 골프장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그린피를 인상하기 때문이다.
항상 수요가 초과상태인 현실에서 그래도 별반 무리가 없고 결국 그린피만 자꾸 올라가는 것. 골프인구가 폭발적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골프 대중화가 요원한 이유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코스 관리는 뒷전인 채 한 팀이라도 더 받으려고 골퍼들을 마구 몰아세우고 식당 이용 및 시상품 강매 등 영리추구에 급급한 악덕 골프장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 많다.

특히 우리는 골프대회를 개최하려고 해도 골프장 섭외가 안 돼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회를 개최하는 골프장에 가산점을 부여해 상위골프장으로 도약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골프장 평가는 이처럼 잘한 골프장에는 상을 주고 못한 골프장에는 불이익을 주는 ‘시장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된다.

골프장도 하나의 기업이다. 제대로 된 골프장과 그렇지 못한 골프장에 요금을 똑같이 받으라고 한다면 누가 애써 명문을 만들고 서비스를 개선하겠는가.
이제부터 골프장도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골프장끼리 상호 경쟁하고 그 결과 모두 한 단계 더 발전해가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국내 골프장에 시급히 평가제도가 도입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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