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간부 고공농성’ 경찰 진압 “과잉 VS 정당 집행”

2023.06.01 10:00:26 호수 0호

매체 성향 따라 다른 보도…온라인서도 갑론을박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제철소 앞 도로서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청업체에 대한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망루 고공농성 중이던 한국노총 간부에 대한 경찰의 진압 과정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날 관할 경찰은 7m 높이의 철제 구조물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던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모 사무처장을 소방 굴절 사다리차를 이용해 진압했으며 이 과정서 머리에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다리차를 이용해 김 처장에 다가가자 그는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며 저항했고 이를 저지하는 과정서 머리 및 어깨 손 등의 부위에 부상을 당했다.

이날 체포된 김 처장은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치료를 위해 인근 병원으로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처장도 경찰이 휘두른 진압봉에 머리를 수차례 맞으면서 피를 흘리는 장면이 언론 보도를 통해 방송됐다.

경찰은 김 처장이 농성 도중 추락의 위험이 있는 데다 주변 차량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이날 강제 집행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속노련 측은 “저항을 포기한 노조 간부에게 경찰이 양쪽에서 경찰봉을 쉴 새 없이 내리쳤다”며 “이는 명백한 과잉진압”이라고 비난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김 처장은 정글도를 들지 않았고 사다리차 접근을 막기 위해 쇠파이프를 휘둘렀을 뿐 경찰을 때리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앞서 <연합뉴스>가 보도한 사진에는 김 처장의 오른손에 정글도를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이날 진압 과정서 경찰도 부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 처장이 망루 꼭대기서 격렬하게 저항해 형사들이 부상을 당하는 등 제압이 어려워 플라스틱 경찰봉으로 제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김 처장은 지난달 29일부터 고공 농성에 돌입해 포스코의 부당 노동행위 중단을 촉구해왔다.

포털 사이트서 ‘고공 농성’으로 기사를 검색해보면 ‘경찰, 광양 망루농성 강제 진압…노조간부 머리 다쳐’(<연합뉴스>), ‘경찰, 광양제철소 ’망루 농성‘ 진압…노조간부‧경찰관 3명 부상’(<조선일보>), ‘고공농성 노동자, 경찰 진압봉에 붉은 피 흘려…과잉진압 논란’(MBC), ‘경찰, 고공농성 노조원 머리 1분간 내리쳐’(<한겨레>), ‘[영상] 고공농성 노조 간부, 경찰 곤봉에 맞아 피 흘려…“과잉진압”’(<오마이뉴스>), ‘광양제철소 앞 고공농성 진압 중 노고 간주 부상…경찰도 다쳐’(<파이낸셜뉴스>), ‘광양 고공농성 진압에 간부 머리 다쳐…한국노총 “대정부 투쟁”’(<서울신문>) 등의 제목으로 보도됐다.

<조선일보>, MBC,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 일부 매체는 정치적 특성에 따라 제목을 다른 뉘앙스로 뽑아 보도했다.

MBC가 보도한 영상에는 경찰들이 2개의 소방용 사다리차로 나뉘어 타고 고공 농성 중인 김 처장을 향해 다가갔다. 김 사무처장도 접근하는 경찰대원들을 향해 사다리차 난간을 쇠파이프로 내려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러자 경찰대원들도 김 사무처장을 향해 경찰봉을 사정없이 내리치기 시작했고 머리를 감싸 쥐며 주저앉자 진압을 중지하고 사다리차로 인계했다.

이후 장면은 지상으로 인계된 김 처장의 얼굴 위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 사진으로 대체됐다.

경찰의 고공농성 진압 과정을 두고 온라인서도 ‘과잉 진압 VS 정당 집행’이라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 지휘부가 어떤 성향인지를 보여주는 단면 아니겠느냐? 저항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폭력을 멈춰야 한다” “난간도 없는데 저러다가 농성하던 사람이 떨어져 사망한다면? 저기까지 올라가서 경찰봉으로 팬다고?” “군부독재 시절로 되돌아가는 건가? 저렇게 막무가내로 팬다고?” 등 경찰의 과잉 대응 목소리가 제기됐다.

반면 “쇠파이프 휘두르거나 경찰에게 던지는데 경찰은 맨손으로 제압해야 하느냐? 상대방이 칼이나 쇠파이프 들고 휘두르는데 강경진압이라고 하면 억울할 듯” “그럼 경찰이 올라가서 무릎 꿇고 정중히 모셔 와야 되냐?” “미국서 경찰에게 칼이나 흉기 휘두르면 바로 총 맞았을 듯” 등 정당 집행이라는 반박 의견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매우 훌륭하신 분이 방법이 매우 잘못됐다. 저도 하청 노동자지만 저런 방법은 지지하지 않는다. 박근혜 탄핵시킬 때 촛불 시민들이 쇠파이프 휘둘렸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누리꾼도 “시위자의 잘잘못은 모르겠다. 쇠파이프를 진압 경찰을 향해 휘두르는 건 잘못 아니냐”며 “시위자는 경찰이 올라오면 바로 엎드려 항복해야 했다. 경찰에게 맞고 피 흘리는 건 언론 플레이로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다치고 죽으면 시위자가 책임지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아무리 편향 매체라고 해도 저건 너무 어그로다. 쇠파이프를 들고 설치는데 저게 어떻게 무방비냐?”며 “그동안 쳐맞고만 지냈던 수많은 전경‧의경들은 방패로 막고 맞기만 하라고 교양 받았다. 폭력시위엔 폭력진압이 맞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김 처장의 농성 방법 및 정글도, 쇠파이프 소지 자체가 결국은 화를 부른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굳이 망루까지 올라가지 않았거나 망루에 올라갔더라도 다가가는 경찰들을 향해 쇠파이프를 휘두르지 않았더라면 이 같은 유혈 사태까지는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금속노련 간부들은 400일 넘게 포스코에 ‘부당노동행위 중단 요구 천막 농성’을 이어오다 지난달 29일, 고공농성에 들어갔던 바 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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