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이태원 국조’ 예산 처리부터” 역제안 속내

2022.11.22 11:18:58 호수 0호

국민의힘 내부 교통정리 안 돼…야3당은 24일 처리 고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경찰 수사가 우선이다.” VS “오는 24일 처리하겠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공이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 이후 이태원 국정조사를 논의하자며 역제안에 나섰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 직후 취재진과 만나 “정기국회 기간이 국정조사와 섞이는 것은 맞지 않고 예산안 처리 후 합의해서 국정조사할 길을 찾아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국정조사를 합의한 적 없고, 합의에 의해 국조를 하자는(입장)”이라며 “12월2일까지 예산안 처리 시한이고, 12월9일까지는 정기국회 중이기 때문에 이 기간 중 국조와 섞이는 건 맞지 않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개인 입장”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또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회서 따로 국정조사를 실시하게 될 경우 경찰이 책임소재를 밝히는 데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7일, 김 의장이 국민의힘에 특조위 위원 구성을 위한 명단을 요구한 상태지만 언제쯤 전달될 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원 명단이 넘어갔을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예산안 처리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법정기한 내에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만큼 주 원내대표가 어떻게든 민주당과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안으로는 친윤계의 수용 절대 거부 입장을 조율해야 하고, 밖으로는 민주당과 수용을 전제로 시기를 놓고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제대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예산심의인 만큼 우선 예산심사를 통과하고 수사 결과가 미진하면 가급적 협의해서 (국정조사를)하자는 입장”이라며 “여당으로서 내년 살림을 꾸려야 하는데 제 날짜에 못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실제로 국회는 지난 2014년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 예산안 처리시한(12월2일)을 지켰던 적은 2015년과 2021년의 단 두 번 뿐이었다. 이 외에는 1일~30일까지 법정처리기한을 넘겨 처리해왔다.

주 원내대표에 따르면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국정조사가 실시됐던 적은 없다. 그는 “(민주당도)거기에 부담이 있으니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역지사지해서 합의할 수 있는 시간을 찾았으면 제일 좋겠다”며 “저도 민주당 측 입장 듣고 우리 당에 가서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재로 국회서 의원총회를 열어 야3당의 국정조사 요구와 윤석열정부의 예산 삭감 대응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가졌지만 이렇다 할 뾰족한 방안은 도출하지 못했다.

다만 일부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 사이에서 야3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해선 안 된다며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지금 국민 모두는 과학수사와 강제수사에 기반한 수사기관의 신속한 진상규명을 바라고 있다”며 국정조사에 반대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장동혁 원내 대변인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관련해 “당내 의견을 다시 수렴해야 한다. 예산 처리 후 국정조사 입장은 회동 자리서 (주호영 원내대표가)말씀하신 것이고 당에서 의견이 모아진 것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본회의 처리를 ‘24일’로 못 박아둔 상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후 “시간끌기용 아니라면 내부 의견을 검토하겠다”면서도 “24일 본회의서 반드시 국정조사 계획서가 확정될 수 있도록 절차를 밟아줄 것을 의장에게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24일 본회의 처리를 위해선 내일까지 명단이나 의견을 제출해야 특위가 모레 회의를 열고 위원장, 간사 선출과 함께 계획서에 대한 안을 마련하고 본회의 상정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내일이라도 동참한다면 함께 국정조사에 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산안 처리 일자와 시점이 확정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의지가 비쳐지기 때문”이라고 말해 주 원내대표가 던진 공을 받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이 같은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내부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해석에 따라서는 국민의힘 요청대로 예산안 처리를 끝낸 이후 국정조사를 실시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야3당에서는 오는 24일 본회의 처리를 고수하고 있는 입장인 만큼 야당 단독으로 처리될 수도 있다. 다만, 야당 단독 강행 시 정부가 자료 제출이나 증인 출석에 협조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나아가 자칫 국정조사가 책임소재를 제대로 가리지 못하면서 ‘국조 무용론’에 빠지게 될 경우 단독 처리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현재 민주당 입장에서는 검찰발 이재명 ‘사법 리스크’로 당이 어수선한 가운데 ‘이태원 국정조사’로 국민의힘과 윤정부에 대한 정국 주도권을 틀어쥐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난 9일,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은 서울 국회 의안과를 찾아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에서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15일에는 김 의장을 찾아가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참여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김 의장이 결단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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