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43)

2012.09.17 10:50:37 호수 0호

고민은 나누면 반으로 줄고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돈 문제만큼 사람 속 태우는 것 없어
친척의 부탁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나는 모른 체 하며 궁금하다는 듯 되물었다.
“그래서?”
내 물음에 이때다 싶은지 서둘러 하고픈 말을 꺼내고 있었다.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뭔가 엉킨 실마리를 푸는데 자네 같은 도사가 어디 있겠는가.”
“에이, 이 친구 농은 그만두게.”
“농담이 아닐세. 그날 내가 자네 얘기를 했더니 무조건 소개해달라고 해서 자네 의견도 묻지 않고 찾아온 거라네.”

발등 위 불똥

그리고는 진 사장이 다시 시계를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들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최 선배님! 접니다. 지금 어디계십니까? 예? 다 왔다고요? 그럼 제가 말씀드린 대로 임 이사님 방으로 오세요.”
이미 내 허락이라도 받은 듯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 역시 여기까지 왔으니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통화가 끝나고 이내 최 사장이라는 사람이 여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는 50대 초반의 나이답지 않게 아주 건장하니 키가 크고 잘생긴 호남 형이었다.
“아고, 선배님! 이제야 오시는교!”

진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평소 쓰지 않던 경상도 사투리까지 써가며 그를 맞이했다. 나는 좀 당혹스러웠지만 초면인 그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내가 그에게 차를 권했다. 성격 급한 진 사장이 최 사장을 향해 먼저 말을 꺼내고 있었다.
“최 사장님요, 이제 인사말은 그만하고 고민 좀 털어놓아보이소.”
조금은 익살스러운 그의 채근에 최 사장이 머뭇하면서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금방 만나 인사한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것이 뭔가 조금은 어색한지 잠시 딴전을 피운 후에 최 사장이 나를 향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이사님! 초면에 정말 죄송합니다. 회사일도 바쁘실 텐데 괜한 시간을 빼앗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하시죠. 원래 ‘고민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들고,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법률전문가가 아니라서 법률상담은 해드릴 수 없지만, 여러 가지 관리 업무를 오랜 기간 하며 여러 경험을 토대로 터득한 노하우가 있으니, 부담 없이 편하게 상의해 보시죠.”
그제야 머뭇거리던 최 사장이 마음먹고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차근차근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집안문제라서 딱히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제가 그만 신용불량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사님도 알고 계시겠지만, 저같이 건설자재를 납품하는 업자들은 신용을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신용불량자가 되니까 금융거래 중단은 물론, 주변에서 사채마저 끌어다 쓰기가 어려워 사업이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최 사장은 문제의 본질보다 자신의 심정에 관련된 부연설명을 먼저 끄집어냈다. 나와 진 사장이 묵묵히 듣고 있는 동안, 그는 말을 하면서도 답답한지 탁자에 놓인 유리컵을 들어 반쯤 남은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를 지켜보고 있는 진 사장과 나도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없이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나는 여직원에게 시원한 물을 더 가져오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의 얘기가 이어지도록 질문을 던졌다.
“최 사장님 말씀이 맞습니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 궁금합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죠.”

“아, 예. 실은 제 처가가 딸만 여섯 자매를 둔 집안인데, 저희 아내가 셋째이고, 첫째 언니보다는 5살 아래입니다. 그 첫째 언니 남편이자 저와 손위 동서지간인 건설업을 하는 노 사장이 있습니다. 그 노 사장이 처음엔 부동산업으로 시작해서 돈을 좀 벌자 간이 커졌는지 아예 빌라 등을 짓는 소규모 건설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하고 있는데, 그리 잘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최 사장이 얘기를 하는 동안 진 사장이 휴대폰 전화를 받으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최 사장은 나를 보며 하던 말을 계속 이어갔다. 아무래도 그에겐 나와의 대화가 더 절박한 듯했다. 나는 신중하게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불편한 식사초대

“그 동서는 부동산중개업을 하며 재미를 보자 건설업을 시작했던 거지요. 해서 빌라를 지어 분양을 하기 위해 무리하게 많은 땅을 구입했던 겁니다. 그런데 막상 땅을 구입해놓고 보니 건축자금이 턱없이 부족했답니다. 결국에는 저를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저 역시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건설자재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여유 돈이 없어 빌려주지 못했습니다.”
그가 잠시 뜸을 들이는 사이 내가 물었다.

“혹시 해서 하는 말씀이지만 대출을 받으면 되지 않습니까?”
“대출 받을 입장이면 저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지 않았겠지요. 그 동서는 친동생과 함께 사업을 하였는데, 두 사람 모두 다른 주택을 구입하는 등 이미 대출을 받을 대로 받은 상태였습니다.”
그제야 사태가 조금 짐작이 되고 있었다. 내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그는 다시 한 번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있었다. 돈 문제만큼 사람 속 태우는 것도 없다는 걸 그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었다.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동서는 자기 형제로부터는 돈을 구하기가 어렵게 된 모양이었는지, 하루는 그 동서 부부가 연락이 왔더라고요. 부부동반으로 식사를 하자는 거였죠. 우리 부부 생각으로는 그 사람들이 식사를 핑계로 분명 무언가 부탁을 할 거라고 미루어 짐작을 했습니다. 하지만 딱히 거절할 입장도 못되어 식사초대에 응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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