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삼진제약의 숙제

2022.01.06 15:32:34 호수 1356호

끈끈한 창업주…후계자들은?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삼진제약 후계자들이 일제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지분을 늘린 데 이어, 승진자 명단에도 사이좋게 이름을 올린 상태. 다만 아버지 세대가 보여준 끈끈한 유대관계가 후대까지 이어질 거라 속단하긴 이르다.



1968년에 설립된 삼진제약은 일반의약품 ‘게보린’으로 잘 알려진 중견 제약사다. 최승주 회장, 조의환 회장 등이 힘을 합쳐 회사의 기틀을 닦았고, 최근까지 두 사람을 축으로 경영이 이뤄졌다. 1941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이 공동 회장을 맡아 삼진제약을 이끈 기간만 50년을 훌쩍 넘긴다.

세대교체

창업주 세대의 공동 경영을 통해 기틀을 다진 삼진제약은 어느덧 2세 경영을 목전에 두고 있다. 얼마 전 2세 경영인들이 일제히 승진한 것도 세대교체의 밑그림으로 해석되는 사안이다.

지난해 12월19일 삼진제약은 최지현 전무와 조규석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최지현 부사장은 최승주 회장의 장녀, 조규석 부사장은 조의환 회장의 장남이다. 두 사람은 2015년 이사 승진을 시작으로 2017년 상무, 2019년 전무로 나란히 승진했다.

둘째 자식들도 나란히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날 삼진제약은 최승주 회장의 차녀인 최지선 상무와 조의환 회장의 차남인 조규형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창업주들의 후계자인 네 사람은 이미 핵심 부서에서 활약하고 있다. 조규석 부사장은 경영관리, 조규형 전무는 기획 및 영업관리, 최지현 부사장은 마케팅, 최지선 전무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인사 소식이 알려지자, 삼진제약이 본격적인 후계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승주·조의환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도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조치였다는 해석이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최승주, 조의환, 장홍순, 최용주 등 4인이 맡았던 대표이사를 장홍순, 최용주 2인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는 최승주·조의환 회장이 경영 최전선에서 한 발 물러남을 뜻했다. 대표이사가 전문경영인으로만 구성된 건 삼진제약 창립 이래 최초였다. 

오너 2세들이 연이어 지분을 늘리는 것도 지배력 확대 및 승계 수순으로 비춰진다. 그간 삼진제약 창업주들은 주식 보유량이 엇비슷했고, 이는 삼진제약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돈독했던 아버지 세대…50년 넘게 공동 경영
존재감 키우는 자녀들…혹시 모를 분쟁 가능성?

2019년 말 기준 조의환 회장(부인 김혜자 주식 포함)은 삼진제약 주식 178만6702주(12.85%)를 가진 최대주주, 최승주 회장은 122만7033주(8.83%)를 지닌 2대주주였다. 여기에 자사주(11.49%), 우리사주조합(4.33%) 등 우호세력을 감안하면 창업주들의 직간접 지배력은 40%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해당 지분구조는 2020년경부터 조금씩 변했다. 창업주들이 비슷한 시기에 증여를 통해 2세들에게 지분을 넘기기 시작한 것이다.

조의환 회장은 2020년 4월2일 장남과 차남에게 7만5000주씩 증여했다. 2020년 5월25일에도 조규석 부사장과 조규형 전무에 주식을 10만주씩 증여했고, 지난해 4월 장남·차남에게 25만주씩 증여를 결정했다.

최승주 회장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최승주 회장은 2020년 5월15일 44만주를 이준원, 최지윤, 송동욱, 송해성, 송해강, 최지선, 박윤서 등에게 증여한 데 이어, 엿새 후 최지현, 이남규 등에게 36만주를 증여했다. 최승주 회장의 장녀와 차녀에게 증여된 주식은 각각 30만, 12만주였다.

증여를 거친 창업주들의 2세들은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진제약 특수관계인 지분 보유 내역은 ▲조의환 회장 6.04% ▲조규석 부사장 3.06% ▲조규형 전무 3.06% ▲최승주 회장 3.07% ▲최지현 부사장 2.44% ▲최지선 전무 0.86% 등이다.


조의환 회장 측이 12.85%, 최승주 회장 측이 9.87%를 갖는 구조다.

오너 2세들의 승진 추이와 지분 분포 등을 감안하면, 삼진제약은 창업주들의 지분이 2세들에게 완전히 넘어간 이후에도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완벽한 동업자 관계였던 아버지 세대와 달리, 오너 2세들 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 경우 하나제약 측이 보유한 삼진제약 지분이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변수는?

하나제약 및 하나제약 오너 일가는 지난해 1월 삼진제약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로 등재됐고, 지난해 3분기 기준 하나제약 측이 보유한 삼진제약 지분은 6.52%(69만7552주)다. ▲하나제약(30만5800주) ▲조예림(25만8189주) ▲조혜림(5만7877주) ▲조경일 회장(21만8149주) ▲조동훈(4만1000주) ▲강성화(2만5000주) 등이 나눠 갖는 구조다. 투자 목적은 ‘단순 투자’지만, 향후 경영 참여를 선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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