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사고…한진중공업 ‘필리핀 악몽’되풀이

2009.02.10 10:07:41 호수 0호

크레인에서 떨어지고 폭발하고…버스 추락까지
사건사고 부르는 수빅조선소 ‘바람 잘날 없다’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근로자들의 ‘죽음의 늪’으로 전락하고 있다.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것. 한진중공업이 조선소를 착공한 이후부터 크레인이나 지붕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거나 폭발로 인해 사망하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지난 4일에는 근로자 50명을 태운 버스가 계곡에 추락해 19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다행히 근로자 대부분이 가벼운 부상이었지만 ‘노동자들의 묘지’라는 오명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필리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조선소. 그러나 조선소의 위용과는 달리 현지 필리핀 근로자들에게는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 지난 2006년 5월 조선소 착공 후 현재까지 각종 사건·사고로 근로자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이 계속해 발생하고 있기 때문. 지난해 전국금속노조와 전국건설연맹이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당시 1주일 동안 총 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평균 1주일에 1명꼴로 사망자가 생기고 있다.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다 숨진 자식을 둔 60대 노모는 “20년 동안 (필리핀회사)현장에서 일했어도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았는데 내 자식은 한국기업 회사에서 일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차디찬 시체가 돼 돌아왔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근로자 묘지’ 오명

지난 2006년 12월24일 작업장 내 트럭에 실려 있던 철강 파이프가 쏟아져 1명이 사망했다. 또 지난해 1월18일에는 바닥을 가는 그라인드에서 나온 불꽃이 화학약품과 반응하면서 폭발이 일어나 그 자리에서 2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10일에는 건설현장에서 두 명의 노동자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철제 빔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다음날에는 지붕에서 작업을 하던 인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 병원에서 치료 도중 숨졌다. 여기에 지난해 6월20일에는 드라이도크 현장에서 거푸집이 붕괴되면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필리핀 건설연맹(NUBCW)에 따르면 이 외에도 지난해 6월11일 소형트럭과 크레인 붐 트럭이 충돌하면서 트럭에 타고 있던 라파엘 커렉 씨가 사망했고, 6월15일에는 올리버 라베이 씨가 떨어지는 1톤 무게의 선박 칸막이에 깔려 사망했다. 불과 10여일 사이에 수빅 한진중공업 필리핀 현지법인 현장에서 산재로 3명이 사망했다.

더욱이 지난 1월25일에는 한국인 간부가 안전사고로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현지 경찰은 “한진중 수빅 조선소 내 조립공장에서 일하던 모 협력업체 한국인 간부 최모(51)씨가 현지인이 운전하던 지게차에 치이고 나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월23일에도 현지인 직원이 무너진 철판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기에 지난 3일에는 한진중공업 소속 근로자 50여명이 탄 버스가 필리핀 북부 계곡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현지 경찰은 “추락한 버스는 한진중공업과 계약을 맺은 현지 업체 소유로 한진 기업시설 인근에서 운전자가 핸들을 통제하지 못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에 대해 필리핀 건설연맹은 “한진중공업 필리핀 현지법인이 운영하는 수빅만의 조선시설은 노동자들에게 ‘묘지’가 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형사건·사고가 연거푸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9월 금속노조와 건설연맹은 한진중공업 필리핀 현지법인의 안전장비 미비와 다단계하도급이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도급체제인 만큼 책임을 질 주체가 없어 계속해 사건·사고가 발생한다는 것.

“건설 공사 탓”

노조와 연맹은 “우리나라 건설현장에서 산재문제와 노동착취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다단계하도급이 필리핀 현장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질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필리핀 건설연맹도 작업장 내 안전조치를 개선하고 하청문제를 해결해야지만 사건·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한진중공업)가 필리핀 내에서는 가장 크고 안전시스템도 최고”라며 “더욱더 철저히 안전사고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부분은 조선소를 짓던 건설 쪽 일이고 최근의 버스 전복사고는 하청업체 직원들의 작은 지프차로 출퇴근하다 차가 조금 미끄러진 작은 사고로 사고 후 다들 업무에 바로 들어갔다”며 “조선소에서는 1건밖에 사망 사고가 없었고 이제 건설 쪽은 잔여공사만 남은 상태라 더 이상 사고는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청구조 개선에 대해서 그는 “우리나라도 그렇게 하고 있고 공사도 거의 마무리 단계라 바꿀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2009년 현재 약 1만6000여명의 필리핀 현지 조선·건설 노동자가 한진중공업에 고용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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