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 ‘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 (42)

2012.09.10 11:42:57 호수 0호

인간은 인간답게, 가족은 가족답게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물질만능시대에는 가족보다 돈이 먼저
형제자매지간에도 맹목적 우애는 없다



“감사합니다. 이제 천 사장이 오리발을 내밀지 않겠지요. 정말 천 사장 그 사람 나쁜 사람이야.”
배 사장은 마치 자기 자신에게나 말하듯 혼잣말을 하면서 분을 삭이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몇 번이고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효율을 높이다

그로부터 몇 달 뒤에 배 사장으로부터 전화연락이 왔다.
“아, 이사님. 일찍이 전화를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저도 바쁘다보니 전화 드리지 못했네요. 그래 어떻게 되었습니까?”

나는 결과가 궁금하여 성급하게 물었다.
“법무사를 찾아가 상의를 한 후 곧바로 소장을 작성하여 물품매매대금 청구소송을 했어요. 재판장님이 증인을 세우라고 하기에 그 부인을 증인으로 세웠습니다. 그러자 피고인 천 사장은 증인인 그 부인을 찾아가 회유를 하다가 마땅치 않자 내가 잘 알고 지내는 거래처 사장을 시켜 합의를 요청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의 집사람과 상의한 끝에 합의를 보기로 하고, 5000만원 중에 1000만 원을 탕감해주고 4000만원을 받고 소송을 취하해 주었습니다.”
“아, 그래요. 잘하셨네요. 그래도 전액을 받지 못해 서운하지 않습니까?”
“저도 처음에는 끝까지 해보려고 했는데 막상 재판을 해보니 이것저것 물어보고 서류를 가져오라, 증인을 세우라는 등 우리 같이 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재판을 하기가 너무나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려 다른 일을 볼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지난번에 이사님께서 해주신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생각나기도 해서 차라리 일부금액을 탕감해 주고, 모자란 돈은 열심히 일하여 벌어 채우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지요, 다툼이 있는 재판을 하기란 쉽지가 않지요. 어쨌든 아쉽지만 잘 되었네요. 수고 많이 하셨어요.”
“이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시간 나시면 저희 사무실에 꼭 들러주세요. 맛있는 식사라도 한번 모시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들르지요. 열심히 사업해서 성공 하십시오.”

배 사장은 수화기를 놓을 때까지 연신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가족이란 아무런 조건 없이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기에 더 없이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황금만능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에서는 가족 간의 우애보다 돈을 더 소중히 여기는 잘못된 경향도 있다.
비록 형제자매지간이라고 해도 맹목적인 우애를 기대해서만은 아니 된다. 내가 먼저 가족 간의 우애를 지키고 가꾸어야만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나눌 수가 있는 것이다. 내 이익만을 위해 다른 형제에게 고의적인 피해를 가한 후 나 몰라라 한다면 그것은 이미 가족의 연과 정을 끊자는 것과 다름없다.


‘인간은 인간다워야 하고 가족은 가족다워야 한다’는 말처럼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족 구성원으로 가치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본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설날이 지났건만 겨울이 다시 찾아온 것 같이 매서운 추위가 기성을 부리며 물러 갈 기색 없이 오가는 사람들의 코트 깃을 더욱 세우게 했다.
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외출을 삼가고 주로 내근을 하였다. 그날도 회사 내에서 직원들이 올려 준 보고서를 검토하며 한창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여직원이 노크를 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면서 말했다.
“저, 이사님, 손님이 찾아 오셨는데요.”
손님이라는 말에 하던 일을 멈추고 여직원을 바라보았다. 누가 연락도 없이 찾아왔을까? 조금 의아스러워하며 눈길을 보내는데, 여직원 뒤에서 누군가 한손을 높이 쳐들고 활짝 웃고 있었다.
“어이, 임 이사! 날세. 잘 계셨는감?”
장난기 섞인 음성의 주인공은 오랜 지기인 진학철 사장이었다. 그는 나와 동갑내기로 오래전에 D 신용정보회사에서 함께 임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친구였다. 진 사장은 일찌감치 직장생활에 비전이 없다며, 퇴직 후 건설업에 뛰어들어 빌라를 지어 분양하며 제법 고수익을 내고 있었다.

한동안 가끔 만나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인생사를 나누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통 만나지 못한 터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고 다가가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아니, 이게 누구신가? 진 사장 아닌가? 오랜만이야. 얼굴색이 좋은데?”
“좋기는 뭐가 좋아. 임 이사 자네야말로 잘나간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무슨 소리! 봉급쟁이가 다 그렇지 뭐.”
“요즘은 봉급이라도 제때 잘 받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족하지 않은가?”
“자자, 자리에 앉아 얘기하세.”
그렇게 서로 반가워하는 사이 여직원이 차를 내왔다. 우리는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로 오랜만에 만난 우정의 해후를 즐겼다.
“그래, 경기가 워낙 어렵다고 하던데, 자네 사업은 괜찮은가?” “말도 말게. 요즘 잘나가는 회사가 있다면 사기꾼이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어렵다고 하면 누가 믿기나 하겠는가?”
친구는 나의 염려에 어림없다는 투로 손사래를 치며 한마디 하고는 생각보다 실물경기가 더 어렵다고 하며 죽는 시늉을 했다.
“에이, 남들 보기는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 같은 회사는 건설 건자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구멍가게라네. 더구나 요즘 같이 부동산 경기가 최악일 때는 굶어죽기 십상인걸. 직원들 봉급주기도 힘들어 정말 죽을 맛이야.”
“경기가 나아져야 할 텐데 모두가 걱정이지. 그건 그렇고… 늘 바쁜 자네가 연락도 없이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왔는가?”

수 없는 초조함

“사실 건설협회 세미나에 왔다가 자네가 근방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냥 갈 수가 없어 왔다네. 어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던가? 하하하.”
그렇게 웃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하던 진 사장이 자꾸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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