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임금 자진삭감 <허와실> 재벌총수 월급 계산해보니

2009.02.10 09:45:32 호수 0호

회장님 하루 일당은 ‘1000만원’


대기업 임원들의 자진 연봉 삭감이 줄을 잇고 있다. 불황 타개책 일환으로 어려운 시기인 만큼 직원들에게 솔선수범하겠다는 의도다. 이도 모자라 줄줄이 어렵게 받은 성과급까지 내놓고 있다. 그룹 총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주머니를 털고 있다. 그러나 정작 총수들의 연봉은 베일에 싸여 있다. 과연 회장님들은 얼마나 받고 있을까. 가장 최근치인 건강보험공단 표준보수월액 기준으로 총수들의 하루 일당을 계산해 봤다.

대기업 임원 급여반납 확산…불황 타개 솔선수범
베일 속 ‘오너벌이’ 관심 “1억원에서 10억원까지’


현대·기아차그룹은 최근 임원 급여를 10%씩 자진 삭감하는 결단을 내렸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초긴축 비상경영 조치다. 1990년대 말 IMF 당시 기아차 임원들의 급여를 삭감한 적은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임원들의 임금을 단체로 삭감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정급에 배당까지’



이대로라면 정몽구 회장은 한 달에 8억원에 가까운 돈이 깎인다. 정 회장의 월급은 현대차에서 3억원, 기아차에서 1억6000만원 등 모두 7억70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일당으로 따지면 2600만원가량이다.
물론 배당금 등 부가수익을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 회장은 현대차(1139만5859주)와 현대하이스코(802만주), 현대제철(1068만1769주), 현대모비스(677만8966주) 등의 지난해 현금배당결산에서 150억원이 넘는 배당수익을 올렸다.

SK그룹도 SK에너지,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별로 임원 연봉의 10∼20%를 자진 반납한 데 이어 SK㈜와 SK에너지 사외이사들까지 연봉의 10%를 포기하기로 했다.
SK그룹 측은 “세계 경제위기에 따른 어려운 경제여건을 고려한 고통 분담 차원”이라고 자진 삭감 이유를 밝혔다.
당연히 최태원 회장도 동참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매월 SK㈜ 등으로부터 2억원 정도를 받고 있다. 일당으로 환산하면 약 660만원이다. 최 회장은 또 SK㈜(104만787주), SK케미칼(8만7515주)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20억원 정도의 현금배당까지 받았다.

현대그룹은 이미 임직원 임금 30%가 깎였다. 대북 관광사업이 전면 중지된 탓이다. 급기야 임금 추가 감축 등의 비상조치를 취해야 할 상황까지 몰렸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상선, 현대아산, 현대엘리베이터 등에서 월급 1억8000만원 정도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 라이벌’인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임원들도 최근 나란히 연봉 10%씩 반납하기로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한공, ㈜한진, 정석기업 등으로부터 매달 1억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으로부터 조 회장과 비슷한 1억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자진 연봉 삭감과 다른 의미로 매년 자신의 연봉 10%를 내놓기로 했다. 출연금을 불우아동 돕기 등 사회공헌 활동에 쓰기로 한 것.
CJ그룹 측은 “이 회장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회공헌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며 “연봉 10% 기부 약속도 이런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한 달 수입도 다른 총수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월급은 약 1억2000만원. CJ㈜, CJ CGV, CJ홈쇼핑 등에서 받는 금액이다. CJ그룹의 비상장사 보수까지 합치면 매달 1억5000만원 가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공식적인 일당이 500만원인 셈이다.

이 회장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짭짤한 배당수익을 받았다. 그는 CJ㈜(1193만7813주)에서만 180억원에 이르는 배당수익을 거두게 됐다.
이처럼 재계에서 임금 자진 삭감이 줄을 잇고 있는 반면 LG그룹은 상황이 어렵지만 연봉 삭감이나 감원은 하지 않기로 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그룹 계열사 CEO 전략회의에서 “경기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연봉삭감이나 감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어려울 때 일수록 인재 발굴과 육성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구 회장의 월급은 약 5억원으로 집계된다. ㈜LG, 서브원 등으로부터 보수를 받는다. 이를 일당으로 치면 1600만원이다. 구 회장도 보수를 공시하지 않는 비상장사의 보수까지 합하면 이를 웃도는 돈을 받는다.
‘잘 나가는’ 롯데그룹 역시 아직까지 임금 삭감 계획이 없다. 롯데그룹은 다른 기업과 달리 요즘 되레 몸집을 불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상장사도 무시 못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건설 등에서 1억원가량의 월급을 받고 있다. 그의 아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도 롯데쇼핑, 롯데제과, 호남석유화학 등에서 신 회장과 비슷한 수준의 봉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 일당이 약 330만원이란 계산이다.
재계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연봉은 현재 법적으로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총수들의 월급은 계열사마다 다르게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는 이사진 평균 연봉 내역을 감안해 산출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판공비 등 부가수익을 더하면 표준보수월액보다 훨씬 많은 보수를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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