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부인 명의로 된 아파트를 딸에게 시세보다 싸게 임대했다는 의혹에 대해 “법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검토를 끝낸 상황”이라 언급한 언론 보도 내용을 접했다. 동 보도를 접하자 의혹의 진위 여부와는 관계없이 순간적으로 지난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1997년 12월에 실시된 제15대 대통령선거 전 상황이다. 유난히도 추웠던 그해 겨울 대쪽 감사원장으로 명성을 날렸던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장남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이 불거졌었다.
그에 대한 이 후보의 대응이 바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식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연수부장으로 재직 중이었던 필자는 이 후보의 장남이 체중미달로 병역면제를 받았고, 법적으로 전혀 문제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반응을 살피며 동 선거는 물 건너갔다는 판단을 내렸다.
동 사안에 대해 이 후보는 정치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 그 추운 겨울에 귀한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 또한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군대에 보낸 사람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냉정하게 법을 내세웠다.
이 후보는 왜 그런 반응을 내놓았을까. 물론 정치와 법을 혼동한, 그가 생각하는 정치는 곧 법이라 단정한 데에 따른다.
그는 법은 정치 영역에서 그다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한 수단임을 실기하고 있었던 탓이다.
감사원장으로 이 후보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 전 원장 역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의혹에 대해 법을 들먹였다. 그런데 최 전 원장이 실기한 대목이 있다.
그는 법 이전에 우리 사회가 중시 여기는 도덕적 부분인 의리 측면에서 치명적 결함을 지니고 있다.
감사원장의 임명권자는 대통령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차관급 사법연수원장인 그를 부총리급 감사원장에 임명했다.
한편 생각하면 파격으로 비쳐질 정도다. 그런 그가 문 대통령을 향해 반기를 들었다. 이는 보편적 양심에 반하는 일로 만약 그가 본선에 들어선다면 이를 어떻게 해명할지 궁금하다.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을 압박하면서 쏟아낸 말에 대해 친윤 성향의 당 중진들이 강하게 반발한 일에 대해 살펴보자.
그 중에서 대표로 5선인 정진석 의원의 주장을 들어본다.
정 의원은 SNS를 통해 이 대표를 향해 “윤석열이 있어서 그나마 국민들이 정권교체의 희망을 갖게 됐다”며 “당내 주자에 대해서만 지지 운동할 수 있다는 등 쓸데없는 압박을 윤 전 총장에게 행사해선 곤란하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주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의 줏대 없는 행동에 대해 상갓집 개를 연상시킨다고 했었다.
그런데 정 의원의 비판 내용을 살피면 상갓집 개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공과 사도 제대로 구분 못하고 또한 정당정치의 의미도 전혀 모르는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이 상갓집 개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 당헌 제 71조 1항 ‘대통령후보자로 선출될 수 있는 사람은 후보자 등록일 현재 당적을 보유해야 한다’와 2항 ‘대통령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상임고문을 제외한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를 인용한다.
상기 조항을 상세하게 살피면 국민의힘이 왜 상갓집 개일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가 드러난다. 말인즉 1항과 2항이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이야기다.
외부 인사에게는 관대하고 내부 인물에게는 엄격한 당헌이 상갓집 개의 주범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1항을 ‘대통령후보자로 선출될 수 있는 사람은 1년 6개월 전에 당적을 보유해야 한다’로 개정해야 옳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