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 '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41)

2012.09.03 10:31:55 호수 0호

씨는 뿌린대로 거둔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괜한 과욕으로 본전도 못 찾을 수 있다
우정과 의리도 이해타산에 따라 변한다



“들어오세요. 어떤 분인지 몰라서요.”
“예, 감사합니다.”
나는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둔 채 받침대로 고정시켜놓았다. 그녀가 거실로 들어오라는 것을 사양하고 신발장 앞에 선 채로 확인서를 받고자 했다. 여성 혼자 있는 집에 들어갔다가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였다.

“확인서 내용을 보셔도 아시겠지만 달리 오해할 내용은 없을 겁니다.”
“그러네요. 잠시 만요.”
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아무런 피해를 입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금방 방안으로 들어가서는 볼펜과 도장을 가지고 나왔다.
“어디에 서명날인하면 되죠?”

증거사본은 필수

내가 주민등록번호와 성명 등 공란으로 남겨놓은 곳을 가리키자 그녀는 자필로 서명하고 날인해 주었다. 나는 그녀가 지켜보는 가운데 다시 한 번 확인서 내용을 살펴본 후 정중히 말했다.

“어찌되었건 감사합니다. 그러나 혹 법정에서 천 사장이 사모님께서 작성해주신 이 확인서마저 인정치 않을 경우에는, 부득이 사모님께서 증인으로 나와 증언해 주실 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되도록이면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지만 말입니다. 제 말 뜻을 이해하시겠죠?”


“어쩔 수 없지요. 그 사람들이 그렇게 나쁜 마음을 먹는 다면 저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 없지요.”
그녀는 확인서까지 작성해준 마당에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는 듯 입술을 앙다물며 말했다. 그래서 나는 번복하지 못하도록 아예 다짐을 해뒀다.

 “사모님께서 그러실 이유가 없겠지만, 만약에 나중에 말을 번복하시면 위증이 될 수도 있고, 잘못하면 천 사장으로부터 무고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음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그런 걱정일랑 마세요. 우리 시동생이랑 제 오빠도 알고 있으니…. 다시는 이런 문제로 절 찾아오지 않았으면 해요.”
“알겠습니다. 아, 참 그리고 배 사장님께서 천 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해서 승소판결을 받으면, 그 판결문 사본을 가져다 드리라고 하겠습니다. 그 사본을 보관하고 계시다가 누군가 혹 저희와 같은 문제로 찾아오면 보여주면 될 것입니다. 판결문이 사모님께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 줄 것이니까요.”
“그러면 고맙죠. 안녕히 가세요.”

내가 되돌아보니 그녀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걸어가는 나를 잠시 현관 앞에서 지켜보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아파트를 내려오면서 곰곰 생각해보니 우정도 의리도 결국은 이해타산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배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원하는 대로 일이 잘 되었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시간이 나는 대로 사무실로 와서 사실 확인서를 찾아가라고 했다.
그는 마치 잃어버렸던 소중한 돈을 되찾기라도 한 양 좋아하며 수일 내로  들리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배 사장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이사님! 그 부인이 순순히 확인서를 작성해 주었습니까?”
배 사장은 내가 건네준 확인서를 받아보고선 얼굴에 웃음꽃을 활짝 피운 채 신기한 듯 물었다.

“진실에 호소하다보면 그 부인도 거부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천 사장이 친구인 죽은 남편을 이용만 하고 버린 배신감과, 배 사장님 역시 천 사장에게 당했다는 점이 서로 동변상련처럼 공감대 형성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런 말이 있잖습니까. ‘씨는 뿌린 대로 거둔다’고 평소 주변사람들에게 덕을 쌓으면 보은이 돌아오고, 악행을 저지르거나 원한을 쌓게 되면 그 대가를 받는 게 어쩌면 당연한 법칙 아니겠습니까. 자신의 처신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사님 말씀대로 저도 씨를 잘 뿌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배 사장은 미수금을 해결하기위한 최종적인 방안을 나에게 부탁했다.  
“받지 못한 미수금이 정확히 얼마나 됩니까?”
“아예, 제가 지난번에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대략 5000만원 정도 될 겁니다.”

적당히 합의하라

“금액이 상당하네요. 제 의견은 두 가지로 볼 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가압류를 하는 방법으로 먼저 상대방의 재산을 조사해봐야 합니다. 유체동산보다는 부동산이나 은행예탁금이 있다면 좋겠지만, 있다고 해도 빠른 시일 내에 밝혀내기가 만만찮으니 실효성이 없지요. 두 번째는 청구소송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가압류를 먼저 하지 않고 소송부터 진행할 경우에는 상대방이 재산을 면탈하기 위해 빼돌리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야 됩니다. 만약 재산을 빼돌릴 것으로 판단될 때에는 반드시 가압류부터 먼저하고 소송을 진행해야 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소송을 진행하여 배 사장님 측이 이겼을 경우에 경매대금에서 배당받아 회수만족을 취하면 됩니다. 네 번째는 가압류나 소송을 진행할 경우 그쪽에서 합의를 제안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송에서 패배할 것이 뻔한데, 굳이 변호사 비용과 소송 비용까지 물어줘 가면서 끝까지 싸움을 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럴 경우에는 사장님도 적당히 합의에 응하는 것도 한 방법임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원래 채권·채무라는 것은 노름판과 같아서 본전을 뽑아내려고 하다가 집안을 망치는 수가 있습니다. 괜한 과욕을 부려 원금과 이자까지 전부 받아내려는 욕심을 부리다가는 원금마저 날려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뭐 그렇다고 꼭 합의를 보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참고적으로 이런 점도 감안하라는 뜻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선택은 배 사장님 몫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이사님 말씀을 참고하여 변호사를 선임하든지 하여 진행 하도록 하겠습니다.”
“참, 배 사장님! 제가 그 부인과 대화한 녹음테이프는 일단 제가 보관하고 있을 테니, 후일 그 분이 사실 확인서를 부인하거나 딴소리를 할 경우에 말씀하시면 증거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으로선 그 부인이 모든 사실을 인정해 주었으니 녹취록을 작성해 둘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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