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초호화 도피행각 전말

2009.02.03 11:37:04 호수 0호

‘개인 간호사 4명씩이나…’

정태수(전 한보그룹 회장)씨의 유유자적한 해외 도피 행각이 도마에 올랐다. 여러 나라를 돌며 ‘황제생활’을, 그것도 ‘안전’하게 이어가고 있는 것. 며느리, 아들, 측근 등이 정씨의 도피를 도왔다. 정씨가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그러나 ‘땡전 한 푼 없다’는 정씨의 연막에 당국은 속수무책. ‘타인 명의’란 이유에서다. ‘기업이 망해도 기업인은 산다’는 속설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정씨의 파렴치한 도피 행각을 조명해봤다.


최근 검찰은 정태수 씨의 도피 자금을 대준 아들과 며느리, 측근 등을 적발했다. 이들은 강릉 모 대학 교비를 횡령해 정씨의 해외 도피자금을 댄 혐의(특가법상 횡령)로 모두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또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다 출국해 해외도피 중인 정씨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황제’ 도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2006년 2월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해 재판을 받던 중 2007년 5월 신병치료를 이유로 일본으로 출국했지만 지금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한국을 떠난 정씨는 이후 행적을 감췄다. 무려 20개월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정씨의 측근들도 “정씨가 머무는 정확한 거주지나 병원을 알지 못한다”고 딱 잡아뗐다.
보다 못한 재판부는 같은 해 7월 “정씨가 병을 이유로 일본에 머물고 있다지만 출국 후 카자흐스탄 등을 여행한 것을 보면 위중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정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지만 소용없었다.
검찰 역시 법무부와 함께 정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 국제 사법 공조까지 구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국세청도 수천억원이 넘는 ‘체납왕’ 정씨의 체납액을 추징하기 위해 그의 행방을 추적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법원·검찰·국세청이 모두 정씨의 행방 추적에 실패한 이유는 그가 당초 출국 예정지였던 일본에 체류하지 않은 탓이다. 검찰이 뒤늦게 파악한 정황에 따르면 정씨는 지병 치료 목적으로 일본에 간다고 밝힌 것과 달리 일본이 아닌 제3국으로 출국했다. 정씨는 카자흐스탄을 거쳐 현재 키르기스스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검찰은 “정씨가 자진 귀국할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며 강제 송환할 방침이지만 키르기스스탄이 한국과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지 않아 이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씨는 지난해 1월 자신이 머물던 카자흐스탄에 검찰이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자 이를 피해 지난해 3월 키르기스스탄 비쉬켁으로 거처를 옮겼다.
꼭꼭 숨어 있는 ‘정태수 찾기’에 혈안인 법원·검찰·국세청과 달리 정씨는 유유자적한 도피 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A대 출신 간호사 4명을 카자흐스탄에서 개인적으로 고용, 간병을 받고 있다.

2007년 5월 재판 중 신병치료 출국 ‘감감무소식’
키르기스스탄 칩거 확인… 빼돌린 자금으로 생활


정씨는 며느리인 강릉 모대학 학장 김모씨에게 자신의 병수발을 수행할 개인 간호사를 고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씨는 4명의 간호사를 교직원으로 허위 채용한 후 200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모두 16차례에 걸쳐 4200만원 상당의 임금을 교비로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또 김씨에게 도피처인 카자흐스탄에 해외유학생 유치를 위한 지사 설립을 지시, 김씨는 지사 설립 명목으로 2007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1억3500만원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의 3남 정모씨와 측근 송모씨는 이에 공모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씨는 이들이 빼돌린 돈으로 도피처를 마련하는 등 도피 자금으로 활용했다. 특히 정씨는 유전과 금광 사업을 통해 재기를 도모하고 있는데 사업비와 관계자들의 월급까지도 횡령한 교비로 지급한 정황이 드러났다.
정씨 한 측근은 “이미 다른 사건으로 오랫동안 수감 생활을 한 정씨가 또다시 실형을 받을 것을 두려워해 입국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올해 86세인 그가 노구의 몸을 이끌고 국내에 모습을 드러낼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검찰과 국세청은 정씨의 재산 은닉 여부도 의심하고 있다. 정씨는 증여세 등 6개 세목에 걸쳐 2127억원의 세금이 밀려 있지만 호화 주택에서 버젓이 생활하는가 하면 고급 외제 승용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기도 했다. 정씨는 2004년 이후 4년째 국세체납 최고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정씨의 숨겨진 재산을 끝까지 찾아내 추징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해 9월 한보일가가 해외로 은닉한 320억원대의 비자금을 찾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과 국세청의 추징 작업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정씨가 공식적으로 ‘땡전 한 푼 없는’ 무일푼 신세인 탓이다. 정씨의 재산은 모두 제3자 명의로 돼 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세무당국이 정씨의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는 끈질긴 근성을 발휘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로선 정씨의 명의로 된 재산이 전혀 없기 때문에 빚쟁이를 그냥 지켜만 봐야 하는 신세”라고 말했다.


 정태수 4남 도피 왜?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정태수 씨의 유유자적한 해외 도피 행각이 20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의 4남 정한근 씨도 10년째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 정씨는 1998년 한보철강 비리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 수배 상태에서 10년 동안 도피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동아시아가스㈜ 이사를 지낸 정씨는 회사 임직원들과 짜고 1997년 11월 이 회사가 1996년 직접 투자했던 러시아의 한 석유회사 주식 900만주(5790만달러)를 매각한 대금의 일부인 3270만 달러(약 323억5000만원)를 스위스 소재 은행의 차명계좌로 빼돌린 혐의다. 검찰은 정씨가 횡령한 돈이 스위스 로펌이 개설한 은행계좌를 거쳐 스위스의 비밀계좌 2곳에 입금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한보 일가는 체납순위 상위권에 나란히 이름이 올라있다. 정태수 씨(2127억원), 3남 보근 씨(645억원), 4남 한근 씨(294억원) 등의 체납액은 모두 3066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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