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주식백지신탁제’의 허점 

2021.03.22 10:07:35 호수 1315호

결국엔 제 논에 물 대기?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고위공직자가 업무와 관련된 주식을 일정 금액 이상 보유할 시에는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 이해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인데, 제도의 실효성이 의심된다.
 

▲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LH 사태’가 정국을 강타하면서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는 공직자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로 사익을 취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큰 박탈감을 줬다. 아울러 이해충돌 방지법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제도 개선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무용지물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대표적 제도가 고위공직자 재산에 대한 백지 신탁제다. 동산에 속하는 주식과 부동산이 이에 해당한다. 고위공직자가 직위를 통해 사익을 편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됐다.

지난 2005년 공직자윤리법에는 주식백지신탁제만 도입됐다. 부동산 백지 신탁제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이유로 끝내 도입되지 못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국회의원은 3000만원 이상의 주식이 있을 경우 주식백지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에 심사를 신청해야 한다. 만약 상임위 활동과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다면 국회의원은 주식을 한 달 안에 매각하거나 신탁할 의무가 생긴다.  


주식백지신탁제의 허점은 과거 여러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고 성완종 전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다.

경남기업의 대주주였던 성 전 의원은 19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경남기업이 특혜성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썼다. 당시 심사위는 성 전 의원에게 경남기업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하도록 결정했으나, 이 역시도 무용지물이었다. 성 전 회장은 해당 주식이 정무위와 무관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소송 기간 동안 사적 이익을 위한 여러 은밀한 거래는 계속됐다.

위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원이 회사의 대주주일 경우, 의원과 해당 회사가 직접적인 이해관계로 얽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21대 국회의원 중 주식 보유액 상위 10명은 ‘비상장주식’으로 높은 자산을 신고했는데, 이는 모두 본인이 설립한 회사거나 가족회사의 주식이었다.
 

▲ 전봉민 무소속 의원 ⓒ박성원 기자

주식 보유액 1위인 무소속 전봉민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21대 국회서 주식 858억원을 신고했다. 전 의원은 본인이 대표이사를 지냈던 ㈜ 이진주택의 비상장주식 1만주와 ㈜동수토건 5만8300주를 신고했다. 전 의원은 부산시의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수백억 원대의 관급공사를 가족회사를 통해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본인이 대표이사였던 회사의 주식을 대량 보유한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백산금속 대표를 지냈던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과 ㈜지오씨엔아이 창업주였던 조명희 의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진금속 대표였던 강기윤 의원과 보안 전문업체 ㈜테르텐 대표였던 이영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주식 신탁 후 상임위 업무 ‘이해충돌’
가족회사로 유지되다 임기 끝나면 반환

일각에선 주식백지신탁제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3선의 무소속 박덕흠 의원(충북 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최근 5년간 국토교통위원회서 활동한 박 의원에게 감사를 받는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공사를 박 의원의 가족회사들이 수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규모만 3000억대 이상이다.

박 의원은 공개경쟁입찰을 통한 정상적인 수주였고, 자신이 보유한 3개 건설사의 비상장주식을 모두 백지신탁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주식은 한 주도 팔리지 않았다. 박 의원이 평가액을 최대 8배까지 올려놔 은행의 매각이 어려워지면서다.

이를 빌미로 백지신탁 후 6개월이 지나도 주식이 팔리지 않으면 상임위를 바꾸게 하거나, 상시 감시 기구를 두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에게도 역시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한 의원은 본인이 설립한 자동차 부품회사인 ㈜효림산업과 관계사의 327억원 가치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현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에서 활동 중이다. 주식은 당연히 신탁한 상태.
 

▲ 하나은행 딜링룸 ⓒ박성원 기자

하지만 한 의원의 장남은 이 회사 대주주로 남아있다. 가족은 법적으로 주식 심사를 받거나, 신탁과 매각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해충돌의 여지는 고스란히 남는 셈이다. 

현재 산자위 상임위에서 활동 중인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의 경우도 그렇다. 이 의원은 21대 국회서 80억원의 주식을 신고했다. ㈜서호도시개발 3만8000주와 ㈜장연다이아몬드관광호텔 1만4000주다. 배우자는 1만800주를 소유하고 있다. ㈜서호도시개발은 이 의원은 차린 회사로 당선 직전까지 이 의원이 회사 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5월부터는 모친이 대표직을 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에게도 이해충돌 소지가 남아있다. 문 의원은 ㈜세창이엔텍 주식 7만5010주를 보유해 주식 보유액 43억원을 신고했다. 현재 문 의원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으로, 주식은 당연히 백지신탁이 완료된 상태다. 문제는 ㈜세창이엔텍이 문 의원의 가족이 돌아가며 대표직을 맡았던 가족회사라는 점이다. 현재는 그의 형이 대표직을 맡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는 LH와 철도시설공단 등 국토위 소관 기관 사업을 수주받은 바 있다.

도로 본인 몫

현재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자의 가족이 보유한 주식은 재산신고 대상이 아니다. 따라 심사도 받지 않고, 매각이나 처분 의무가 없다. 한마디로 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이해충돌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또 만약 백지신탁을 했다고 하더라도, 임기를 마친 뒤 주식은 도로 본인 몫으로 돌아온다. 주식백지신탁제의 허점을 보완할 개정안과 이에 대한 견제가 필요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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