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위메프 대표의 조건

2021.01.05 14:48:18 호수 1304호

해 넘겨도 계속되는 땜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위메프의 CEO 공백이 장기화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건강상의 이유로 자취를 감춘 대표이사의 복귀조차 불명확하다. 임시방편으로 창업주의 오른팔이 전권을 넘겨받았지만, ‘리더십 부재’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 박은상 위메프 대표 ⓒ위메프


박은상 대표는 위메프를 소셜커머스에서 이커머스 기업으로 변신시키는 과정을 주도한 인물이다. 박 대표와 위메프의 동침은 2011년부터였다.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던 박 대표는 소셜커머스 기업 ‘슈거플레이스’를 창업해 운영하다가 2011년 경영권을 위메프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위메프의 영업본부장으로 합류했다.

복귀 언제쯤

박 대표는 2012년 허민 위메프 창업주와 공동 대표를 맡으면서 전면에 나섰다. 2013년에는 허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단독 대표를 맡았고, 현재에 이르렀다. 당시 허 창업주는 투자자 역할에만 만족하겠다며 박 대표에게 경영권을 위임했다.

현재 허 창업주는 위메프의 최대주주인 원더홀딩스(86.2%, 444만2981주)의 대표이사로 남아 있다.

전권을 넘겨받은 박 대표는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마케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위메프 알리기에 나섰고, 위메프는 손꼽히는 이커머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메프의 성장과 함께한 박 대표는 최근 사내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위메프는 지난해 6월30일 박은상 대표가 건강 문제로 인해 당분간 휴직한다고 알렸다. 박 대표는 사 측 발표가 있기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6월1일부터 휴가를 사용했다.

당시 위메프는 “당초 7월1일 업무에 복귀할 계획이었으나 휴가 기간 중 더 긴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아 휴직을 결정하게 됐다”며 “박 대표의 부재 기간 동안 각 부문별 조직장 체제의 임시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별도 대표이사 선임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짧은 공백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박 대표의 연내 복귀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대표이사 공백은 7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언제 복귀할지조차 미정이다. 

위메프는 박 대표의 공백을 계기로 조직 재정비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8월 기존 4인 조직장 체제에서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최고 경영자의 부재로 인해 선제 대응이 어려워진 데 따른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의 업무를 넘겨받은 사람은 하송 부사장이다.

자취 감춘 일등공신
경영다툼? 거듭된 구설

하 부사장은 허 창업주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하 부사장은 2019년 위메프 직매입사업본부 본부장으로 입사했고, 1년 만에 위메프 전략사업부문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하 부사장은 직무 대행을 맡은 직후부터 사내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허 창업주의 든든한 후방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10월 허 창업주는 위메프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임 사내이사는 하 부사장이었다. 사실상 허 창업주가 본인의 최측근에게 자신의 자리를 넘겨줬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기존 위메프의 사내이사는 박 대표, 허 창업주, 원더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맡아 왔다. 박 대표가 위메프의 경영을 총괄하는 가운데 허 창업주와 CFO가 함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다.
 

▲ 하송 위메프 부사장

최근 하 부사장이 사내에서 영역을 넓혀 가자, 일각에서는 박 대표 퇴진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허 창업주와 박 대표가 이미 갈라섰으나, 복합적인 이유로 후임 대표이사 선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추측이다. 휴직과 별개로 박 대표가 아직까지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다만 하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정식 임명되기에는 박 대표의 그림자가 짙다. 사내에서 박 대표를 따르는 임직원이 많고, 박 대표가 이탈하면 내부 혼란을 수습하기 더 힘들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박 대표의 공백기 동안 사내에서는 내부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9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화학섬유산업 노동조합 위메프 지회가 정식 출범했다. 위메프 지회는 ▲24시간 노동을 강요받는 불합리한 환경 ▲일방적인 복지제도 폐지 ▲잦은 부서이동 등을 문제로 거론했다.

최측근 등장

일각에서는 대표이사 공석이 더 길어지면 위메프의 위기가 지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메프는 지난 2010년 쿠팡, 티몬과 함께 등장한 1세대 소셜커머스로 그동안 줄곧 매출과 사용자 수 측면에서 2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쿠팡 ‘물류’, 네이버 ‘플랫폼’, 마켓컬리 ‘신선식품’ 등 경쟁사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는 반면, 위메프는 좀처럼 자신만의 색깔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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