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 성희롱?’으로 본 삭막해진 현실

2020.07.03 09:29:36 호수 1278호

남성에 타깃 된 김민아의 말실수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평소 재기발랄한 발언으로 유명세를 탄 방송인 김민아가 결국 도마 위에 올랐다. ‘대한민국 정부’ 유튜브 채널서 방송 도중 미성년자에게 성적 농담을 한 것이 화근이 됐다. 김민아는 즉각 사과했지만, 사안은 젠더 이슈까지 확장되고 있다. 일각에선 주의로 끝날 문제가 너무 과열된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삭막해진 현실’이라는 토로 목소리도 나온다.
 

▲ ▲▲ 방송인 김민아 ⓒJTBC


방송인 김민아가 때 아닌 성희롱 이슈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대한민국 정부’의 한 코너 ‘왓더빽’에 출연 중이던 김민아가 남자 중학생을 상대로 자위행위를 연상시키는 유도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도마 위에

지난 1일 공개된 해당 영상은 김민아와, 학교 대신 집에서 수업을 대체하는 한 중학생과의 인터뷰를 담았다. 왓더빽은 가방 털기라는 콘셉트로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방향으로 기획됐다.

해당 영상서 중학생이 “빨리 학교 가고 싶다”고 하자 김민아는 “엄청 에너지가 많을 시기인데, 에너지는 어디에 풀어요?”라고 물었다. 그 얘기를 들은 학생이 웃자, 김민아는 “왜 웃어요? 혹시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나?”라고 말했다. 

잠시 뒤 김민아는 “집에 있어서 좋은 게 있나요?”라고 물었고, 학생은 “엄마가 잘 안 있어서 좋아요”라고 답했다. 그 얘기를 듣고 한동안 웃음을 터뜨린 김민아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그럼 혼자 집에 있을 땐 뭐해요?”라고 되물었다. 관련 내용은 이 장면서 마무리됐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김민아를 향한 비난이 폭주했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적인 농담이 지나치게 과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김민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했다. 개인적인 영역을 방송서 희화화하려 했다는 것이 잘못됐다고 밝혔다.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이 있으며,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해당 학생과 가족에게도 사죄하겠다고 말했다. 

왓더빽 측 역시 “대화 내용 중 일부가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한다”며 해당 영상을 수정하겠다면서 게재된 영상은 비공개로 설정했다고 사과했다. 

김민아가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적 질문을 한 것은 해당 학생의 감정을 떠나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해당 학생의 연령이 아직 가치관이 올바르게 성립되지 않을 수 있는 나이기도 한데다 정부 측에서 제작한 영상이라는 측면서도 많은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김민아와 영상 관계자들 역시 이 부분의 잘못을 인지하고 즉각적으로 사과한 것이다. 

김민아와 영상 주최 측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김민아를 향한 비난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방송서 하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으며, 젠더 이슈로도 번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서 미성년자에 성적 농담
과잉 분노? 정점에 치달은 남녀 갈등

특히 남성들의 반발이 심하다. 이 같은 반발은 이전부터 이어진 일부 여성들의 남성에 대한 과도한 비판으로 형성된 울분으로 해석된다. 이들의 반응서 김민아뿐 아니라 여성 전체에 대한 혐오마저 엿보인다. 

이번 논란을 살펴보면, 앞서 많은 남자 연예인들이 방송서 발언한 것들을 두고 일부 여성 시청자들이 문제로 삼은 것에 대한 미러링 형태에 가깝다. 여성 시청자들이 그간 남성 방송인에게 보인 불편함에 역풍이 분 것.

예를 들어, 예능인 장동민은 tvN <플레이어>서 미성년자에게 번호를 묻는 콩트를 했다가 여성 시청자들이 불편하다며 ‘하차’를 요구했고, MBC 라디오 <싱글벙글 쇼> DJ에 섭외된 방송인 정영진은 EBS <까칠남녀>서의 발언이 문제돼 하차당했다. 일부 유튜버들도 성인들끼리 성적 농담을 했다가 해당 여성이 문제 삼지 않았음에도 남성 BJ가 벌금을 물거나 한동안 방송을 중단한 적도 있다.
 

▲ ▲▲ 중학생과 인터뷰 갖는 방송인 김민아 ⓒ왓더빽

이 같은 상황을 경험한 남성들이 김민아의 발언을 문제 삼아 비난하고 있는 것.


“같은 발언을 남자가 하면 바로 생매장”이라는 의견이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대다수 남성 사이서 분노가 쌓인 가운데, 김민아의 발언이 도화선이 된 셈. 그간의 설움을 김민아에게 배설하는 느낌이 강하다. 

김민아의 농담에 대해 성희롱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거나, 중학생 당사자나 가족이 아닌 제삼자가 나설 일까진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극히 일부는 해당 학생이 수치심을 느끼기보다 오히려 기분 좋은 농담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남성 대다수는 이런 발상이 남성의 위상을 낮춘다며 더 강한 비난으로 무장하기도 하고, 이는 남성 간의 공방으로 치닫기도 한다.

이를 미뤄봤을 때 김민아 잘못의 크기를 떠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벌어지는 논란의 양상은 수년째 지속된 남녀 갈등이 정점에 치달은 것으로 확인된다. 남성들은 그간 숱한 비난과 하차 요구 등을 받은 것에 대한 형평성을 명분으로, 여성들도 비슷한 잘못이 있었을 때는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남성 측에서 강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김민아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난이 지속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김민아의 성적 농담으로 발발한 과열 양상은 사회가 점점 더 삭막해지고, 포용 없는 사회 혹은 혐오 조장 사회로 빠르게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다. 김민아의 발언이 어른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점에서 문제의 소지는 분명히 있으나, 사회적 합의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주의로 끝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혐오 조장

잘못에 대한 관용이 없어지고, 공생하는 길 대신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맞대응을 하는 것은 남녀 갈등 해소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사과까지 한 김민아를 두고 이러한 비난을 이어가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갈등의 시발점이 되지는 않을까. 적절한 수준의 경고서 끝날 수 있는 ‘김민아 사건’이 남녀라는 틀 안에서 골이 깊어져 혐오만 양산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현 상황에 씁쓸함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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