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대통령의 무리수

2020.06.01 10:44:43 호수 1273호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한 방송사의 5·18 40주년 특별기획 ‘문재인 대통령의 오일팔’에 출연해 “현재의 우리 헌법 전문에는 3·1운동에 의해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4·19민주운동의 이름을 계승하는 것으로 그렇게만 표현돼있다”며 “그런데 4·19혁명만으로 민주 이념의 계승을 말하기에는 그 이후 장기간에 더 본격적인 군사독재가 있었기 때문에 민주화운동의 어떤 이념의 계승을 말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촛불혁명은 정치적 논란의 소지가 있어서 아직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이 이르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5·18민주운동과 6월 항쟁의 이념만큼은 우리 헌법에 담아야 우리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제대로 표현되는 것이고, 국민적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변을 흘깃 살피면 무슨 의미인지 상당히 난해하다.

하여 차근하게 살피면 이승만 독재 정권시절 발생했던 4·19와 차별되는, 군사독재 정권하에서 발생했던 5·18민주운동과 6월 항쟁을 헌법 전문에 실어야 민주화운동의 맥을 잇고 또 그로 인해 국민통합이 이뤄진다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한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흥미로운 사실 밝히고 넘어가자.

문 대통령이 2018년 3월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시 현지서 전자결재했던 헌법 개정 전문 내용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혁명,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당시에는 부마민주항쟁도 헌법 전문에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 이 시점 동 사건은 슬그머니 누락됐다. 왜 그랬을까.

역시 흥미로운 발상이 가능하다.

물론 금번에 실시된 21대 총선과 관련해서다. 호남 지방에서는 집권당에 몰표를 줬는데, 영남권에선 야당에 몰표를 줬기에 일부러 누락시킨 게 아닌가 하는 의심 말이다.

이제 사소한 의심은 접고 5·18민주운동과 6월 항쟁을 헌법 전문 중 ‘헌법 제정의 역사적 과정’의 한 부분으로 담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논해보자. 이를 위해 두 사건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본다.

먼저 6월 항쟁에 대해서다. 6월 항쟁은 1987년 6월 전두환 군사정권에 맞서 전국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포함한 헌법 개정 등을 골자로 한 6·29 선언을 이끌어낸다. 이로 인해 현행 헌법이 탄생하게 된다.

다음은 5·18에 대해서다. 5·18은 1980년 5월 전두환과 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의 집권 과정서 발생한 사건으로, 문 대통령이 언급한 장기간에 걸친 군사 독재에 저항한 민주화운동과는 괘를 달리한다.

이 대목서 헌법 전문에 실리는 헌법 제정의 역사적 과정 선정에 대해 언급하자. 이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의 ‘촛불혁명은 정치적 논란의 소지가 있어서 아직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이 이르다’고 언급한 내용을 인용한다.

문 대통령은 이 부분서 정치적 논란이라 언급했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헌법 전문에 실리는 헌법 제정의 역사적 과정은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이 나라 국민 누구도 그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서 6월 항쟁은 헌법 전문에 실려도 문제없다. 그러나 5·18에 대해서는 아직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발생한 사건이 아닌 일부 특정 지역이란 부분도 있지만, 아직까지도 확실하게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리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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