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잔혹사’ 부영그룹 속사정

2012.08.07 10:23:51 호수 0호

올 들어 7번 물갈이…사장님은 파리목숨?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부영그룹이 전문경영인(CEO)들을 잇달아 교체하고 있다. 'CEO 잔혹사'로 비춰질 만큼 물갈이가 계속되고 있다. 재계엔 CEO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는 뒷말까지 나돈다. 그 이유가 뭘까. 올 들어 '사장님'들이 줄줄이 '아웃'되고 있는 부영그룹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부영그룹의 계열사 '사장님'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잇달아 교체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등판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판되는 '물갈이'가 반복되고 있다. 선임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CEO도 있다.

한 달에 한 번 인사

CEO들의 자리 이동이 가장 심한 곳은 부영주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부영주택은 올해 들어서만 무려 7번의 대표이사 인사를 실시했다. 거의 매달 대표이사를 갈아치우거나 보완한 셈이다.

그 첫 인사는 지난 2월 단행됐다. 지난해 9월 영입됐던 이상봉씨가 돌연 사임했다. 취임 5개월 만에 '지휘봉'을 놓은 셈이다.

한달 뒤에도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다. 부영주택은 지난 3월 정규섭·정훈씨가 사임했다고 공시했다. 이들의 재임기간은 각각 6개월, 4개월이었다. 대신 이일난씨가 대표이사로 영입된데 이어 며칠 뒤 유수택씨가 빈자리를 채웠다. 부영주택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일난·유수택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로 굴러가는 듯 했다.

이도 잠시. 부영주택은 지난 4월 또 다시 대표이사 인사를 강행했다. 당시 유씨가 꼭 한달 만에 사퇴했다. 유씨는 무주덕유산리조트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유씨 자리에 류근욱씨가 앉았고, 뒤이어 이삼주·최병찬·김재명씨가 부영주택에 '둥지'를 틀었다. 류씨는 동부건설 임원, 이씨는 한국토지공사(현 LH공사) 본부장, 최씨는 환경관리공단 소장, 김씨는 전북도청 정무부지사 출신이다.


이로써 부영주택 대표이사는 이 회장을 포함해 총 6명이나 됐다. 다른 건설사 등 타 업체의 경우 많아야 2∼3명의 공동 대표이사를 두고 있다. 부영 측은 "책임경영과 업무효율화, 사업다각화, 재무구조 건전성 등을 위해 다자 구도의 각자 대표체제를 갖췄다"고 전했다.

부영주택의 대표이사 변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6월 류씨와 김씨가 취임 2개월 만에 돌연 사직했다. 이에 따라 부영주택은 현재 이 회장과 이일난·이삼주·최병찬 등 4인 대표이사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부영주택에 무슨 일이…' 7개월 동안 6명 사임
한달 만에 나간 CEO도…실적 따른 경질성 추측

부영주택만 CEO들의 교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영은 지난 3월 갑자기 김의기씨를 해임했다. 외교통상부 소속으로 베트남 대사를 지내고 2007년 11월 ㈜부영에 합류한 김씨는 동광주택산업·동광주택 대표이사도 사의했다. 당시 조우현 전 건설교통부 차관 등이 새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홍원영 전 제주시 부시장은 부영그룹의 3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그는 2010년 9월 부영씨씨에 이어 지난해 5월 남광건설산업·남양개발 경영에 나섰다가 지난 6월 모든 직함을 놓고 퇴직했다.

부영씨앤아이와 부영환경산업은 CEO가 3∼5개월 만에 내려왔다. 부영씨앤아이는 지난해 11월 김태곤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가 지난 2월 퇴사했다고 밝혔다. 부영환경산업 역시 지난해 11월 대표이사에 선임한 이종혁씨를 지난 4월 사직 처리했다.

부영그룹 한 계열사 관계자는 "회사에서 압박하는 등 사퇴를 종용한 것이 아니라 모두 일신상의 사유로 스스로 물러난 것"이라며 "대부분 업무 집중 차원에서 겸임하고 있던 대표이사직을 정리하거나 단순히 다른 개인일 때문에 사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다른 계열사는 몰라도 올 들어 CEO가 자주 바뀐 부영주택의 경우 사실상 문책성 인사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미진한 실적 등에 따른 경질성 인사로 보인다는 것이다.

일단 부영주택의 매출은 나쁘지 않다. 2009년 12월 임대주택 전문건설업체로 입지를 다진 ㈜부영의 주택사업 및 해외사업이 물적분할돼 설립된 부영주택은 출범 첫해인 2010년 88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67% 급증한 1조4849억원. 그동안 건설경기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실익이다. 2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영주택은 2010년 1812억원의 영업손실과 1791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지난해엔 각각 -524억원, -502억원을 기록, 마이너스 폭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의 경우 3조9040억원에서 4조1020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보유 현금은 2415억원에서 1595억원으로 줄었다.


사실상 문책인사?

때문일까. 부영주택은 올 들어 계열사로부터 잇달아 자금을 수혈 받고 있다. 지난 6월 동광주택에게서 운영자금 등의 용도로 3번에 걸쳐 160억원, 1440억원, 500억원을 차입한데 이어 7월에도 200억원을 추가로 빌려 차입금이 총 2300억원으로 불어났다. 뿐만 아니라 광영토건에서도 150억원을 차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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