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2020.05.11 09:36:39 호수 1270호

복병학 / 모아북스 / 1만5000원

어느새 중년. 하루가 다르게 머리엔 새치가 늘어가고 눈가엔 주름이 깊어만 간다. 몸의 노화가 눈에 띄게 뚜렷하지만 마음은 아직인 시기. 취향, 행동, 신념도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은 뒤처지지 않는 복잡한 나이. 이 나이에 이른 사람은 인생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 그렇다고 늙었음을 인정하고 싶지도 않은 중년이 되면 누구나 인생무상을 느끼고, 사는 게 뭔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25년 넘게 사회인으로, 전문가로, 직장인으로 살면서 가장으로서,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살아온 중년의 저자는 일상에서 관찰한 주변 사람과 풍경 속에서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이 책은 오랫동안 삶을 관찰하고 매일 꾸준히 써온 글 중에서 ‘인생’이라는 키워드를 위주로 뽑아낸 글 묶음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특별할 것 없는 생활의 풍경과 취미 활동 속에서, 가볍지만 섬세하고 단순하지만 깊은 맛이 우러나는 글로 인생의 의미를 탐구한다. 
저자가 큰 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은 ‘나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누구나 현실로 당면하게 되는 나이 듦이라는 현상을 경험한다. 특히 100세 시대라 불리는 오늘날, 인생의 절반이자 반환점에 해당하는 중년에 이르면서 저자는 이 시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계기로 삼았다. 
중년이 되면서 새롭게 깨닫는 것이 있다. 마음은 몸처럼 나이 들지 않고, 눈도 취향도 행동도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만큼 늙지 않는다는 것. 다만 성숙한 50대는 부모로서, 배우자로서 그리고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근엄함을 수행하면서 자신을 수양하며 살아갈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50이면 지천명知天命한다’는 공자의 격언은 그저 옛 성현의 말씀일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늘의 뜻을 알기는커녕 첨단기술과 초고효율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중년에 속하는 사람들은 해가 갈수록 살기가 각박해지고 노후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론 위험하고, 때론 측은해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잘 산다는 것,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 소소한 일상 속의 어느 한순간에 다가옴’을 느낀다. 더불어 어린시절의 추억, 가족과 친구와 소중한 이들과 함께 보낸 날들이 평생 사람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도 깨닫는다. 비록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았지만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 애틋한 심정과 배려 등 마음만은 넉넉했던 시절을 되새기면서, 인생 후반부에 임하는 자세를 다짐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것은 ‘이 세상에 영원한 존재란 없다’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권력과 돈이 있고 건강하다 할지라도 그것은 한때일 뿐이다. 
건강하다고 자만할 필요도 없고 잘 나간다고 우쭐댈 필요도 없다. 그저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자신의 길을 열심히 살면서 현실에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 베풀 수 있을 때 베풀며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동안 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나다움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고집과 아집으로 퇴화되지 않으려면, 부단히 스스로 연마하고 사색하며 사람과 교류해야 한다. 이 책은 그 방법을 안내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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