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63)팬택-팬택씨앤아이

2012.08.03 17:39:11 호수 0호

박병엽이 웃는 이유 알고 보니…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지난해 말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졸업한 팬택은 4개(해외법인 제외)의 관계사를 두고 있다. 이중 경영자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팬택씨앤아이(C&I)'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거의 모든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1995년 설립된 팬택C&I는 휴대폰충전기·케이블·배터리·인터넷전환기·안테나 등 통신장비 업체다. 또 컴퓨터시스템 통합(SI) 및 관리(SM) 서비스도 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팬택계열R&D센터에 '둥지'를 틀고 있는 팬택C&I는 2000년대 들어 자본잠식 상태였다. 2008년부터 수익성이 차츰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2010년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지난해엔 빚을 모두 갚고 무차입 경영으로 돌아섰다. 이제부터 수익을 올리는 일만 남은 셈이다.

2005년부터 급증

문제는 팬택C&I의 자생력이다. 팬택과 그 관계사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대부분을 '집안'에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매년 1000억∼2000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팬택C&I는 지난해 매출 2563억원 가운데 2478억원(97%)을 관계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팬택C&I에 일거리를 준 '식구'들은 팬택(2396억원), 티이에스글로벌(58억원), 피엔에스네트웍스(24억원) 등이다. 거래금액이 가장 많은 팬택의 경우 휴대폰 관련 상품거래가 2204억원, SI·SM 등의 용역거래가 192억원이었다. 팬택(1682억원), 티이에스글로벌(6억원) 등 관계사들은 2010년에도 팬택C&I의 총매출 1728억원 중 1688억원(98%)에 달하는 '일감'을 퍼줬다.


팬택C&I의 관계사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4년까지 전혀 거래하지 않다가 이듬해부터 급증했다. 팬택C&I는 ▲2001년 40억원 ▲2002년 34억원 ▲2003년 27억원 ▲2004년 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부거래 금액은 '0원'이었다. 이후 관계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5년 91%(총매출 1590억원-내부거래 1445억원) ▲2006년 91%(1955억원-1774억원) ▲2007년 99%(1308억원-1306억원) ▲2008년 99%(1464억원-1451억원) ▲2009년 94%(1575억원-1474억원)로 치솟았다.

팬택C&I는 당초 대한할부금융이란 회사로 설립됐다가 2000년 팬택 계열사로 편입된 뒤 2004년 할부금융업 등록을 취소하고 팬택캐피탈로 업종을 변경했다. 이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기존의 팬택 영역에 들어가는 휴대폰 부품과 SI로 다시 사업을 전환하면서 현 상호로 변경했는데, 팬택C&I의 내부거래가 늘어난 것이 이때부터다.

박 부회장 지분 100% 소유…사실상 개인회사
지난해 2500억 거래 매출 97% 관계사서 채워

팬택C&I는 관계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꾸준히 몸집을 불려왔다. 최근 5년 동안 적자 없이 매년 100억∼300억원의 영업이익과 100억∼5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총자산은 2001년 313억원에서 지난해 1098억원으로 3배 이상 불었다. 같은 기간 120억원이던 총자본은 565억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직원의 경우 10년 전 16명에서 지난해 말 현재 198명으로 12배가량 증원된 상태다.

팬택은 오너가 없다. 산업은행(14.14%·24만9427주)을 비롯해 새마을금고(14.34%·25만3010주), 퀄컴(11.46%·20만2095주), 신용협동조합(6.86%·12만1010주), 농협(6.24%·11만0001주), 우리은행(5.92%·10만4487주), 인터디지털(5.18%·9만1334주), 신용보증기금(4.93%·8만7005주) 등이 대주주다.

그런데도 팬택C&I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경영진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팬택C&I는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지분 100%(500만주)를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박 부회장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이 회사 대표이사도 맡고 있는 박 부회장은 2000년 리스업체인 한국개발금융(당시 한국개발리스)으로부터 팬택C&I 지분 전부를 매입했다. 박 부회장은 '박병엽→팬택C&I→팬택앤큐리텔→팬택'의 지배구조로 팬택C&I를 지주회사로 키울 복안이었다.

맥슨전자 영업사원이었던 박 부회장은 1991년 자본금 4000만원으로 팬택을 세웠다. '삐삐 붐'을 타고 무선호출기 사업으로 대박을 터뜨린 팬택은 1997년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해 8월 증권거래소에 상장한데 이어 1998년 모토로라의 지분 투자, 2001년 현대큐리텔 인수, 2005년 SK텔레텍 합병 등 승승장구했다.

배당금 29억 지급

그러나 2006년부터 휴대전화 시장이 삼성전자, 노키아, 모토로라 등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자금난이 불거지더니 급기야 부도 위기까지 내몰렸다. 결국 팬택은 그해 말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박 부회장은 자신의 주식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넘겼다. 당시 팬택C&I 지분은 그대로 갖고 있었다. 채권단의 신임으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CEO)으로 팬택 경영을 맡은 박 부회장은 5년간 뼈를 깎는 정상화 노력으로 지난해 말 워크아웃에서 졸업할 수 있었다.

팬택은 위기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1조원, 2010년 2조원, 지난해 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팬택의 사정이 나아지면서 팬택C&I도 덩달아 '신난'꼴이다. 팬택C&I는 지난해 주당 580원씩 총 29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배당은 처음이었다. 물론 이 돈은 모두 박 부회장이 챙겼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