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공수처와 검찰개혁

2019.10.28 10:26:28 호수 1242호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누구나 알고 있다고 판단해 그 의미는 생략하겠다. 그런데 왜 이 속담을 인용했을까. 어떤 사안이든 정치권이 개입하면 같은 상황이 그대로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지금 검찰 개혁이라는 최대 현안에 대해 정치권이 하이에나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찰 개혁의 본질은 외면하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라는 희한한 기구 설치 문제로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지난 5월에 ‘공수처, 옥상옥이 아니라 위인설관이다’라는 제하로 여러 이유를 들어 공수처가 신설된다면 결국 권력의 시녀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진정한 검찰개혁의 의미는 지니지 못한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검찰 개혁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를 살피기 위해 그동안 인용했던 두 개의 법 조항을 다시 인용한다.

먼저 검찰청법 제4조(검사의 직무) 중 1항과 2항이다. 1항은 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그리고 2항은 범죄수사에 관한 사법경찰관리 지휘·감독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다음은 형사소송법 제196조 1항으로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기 두 개의 법 조항을 살피면 대한민국 검찰마냥 커다란 모순점을 발견하게 된다. 검찰청법에 형사소송법이 지배당하는 현상을 보이기 때문인데, 과연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중 어느 법이 상위법이냐 하는 문제다.


형사소송법은 형법을 적용하고 실현하기 위한 절차를 규정하는 법인데 반해 검찰청법은 검찰청의 조직·직무 범위 및 인사와 기타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일련의 검찰청 내부에 관한 법률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니고 있는 상식에 입각하면 아무리 양보해서 생각해도 검찰청법이 형사소송법의 상위 법률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기 법 조항을 세밀하게 살피면 검찰청법이 형사소송법보다 상위법으로 비쳐진다.

그런데 이 대목서도 강한 의구심이 일어난다. 정부 부처의 일개 산하기관의 법을 ‘법’으로 칭해도 되는지 하는 의심 말이다. 이를 위해 타 정부 부처 산하기관의 예를 들어보자. 

먼저 병무청이다. 병무청은 국방부 산하기관으로 ‘병무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으로 규칙이다.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인 국세청은 ‘국세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으로 역시 법이 아닌 규칙으로 돼있다. 또 경찰청은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으로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으로 규칙이라 명명하고 있다.

규칙(規則)은 일정한 국가기관이 제정하는 법규범으로 일반적으로 국회에서 제정되는 법률보다 하위에 속하는 법규를 지칭한다. 그런 경우라면 검찰청법은 당연히 상기의 예에 준해 ‘검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으로, 즉 법이 아닌 규칙으로 칭해야 한다.

이제 검찰 개혁이라는 본질에 접근해보자. 인용한 상기 법에서 살펴보자. 수사 능력도 지니지 못하고 있는 검찰이 경찰의 힘을 빌려 수사와 기소 모두를 독점하고 있는 기이한 형국서 해답을 찾는다.

결국 검찰이 행정 권한에 불과한 수사와 기소 모두를 독점함으로써 권력기관으로 변질된 것이다. 아울러 수사는 경찰로 이관시키고 검찰은 법무 행정인 기소만 전담하게 되면 검찰 개혁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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