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재벌가 신(新)혼맥

2009.01.20 09:30:22 호수 0호

[제2탄]거물 정치인 사돈기업

밀어주고 끌어주고 몰아주던‘아∼옛날이여!’


재벌가 혼맥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한두 다리만 건너면 사돈’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그들만의 성’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물론 재벌가문은 정·관계 및 학계 쪽으로도 거대하고 강력한 연줄망을 형성하고 있다. 그들은 사세 확장을 위해 권력층과의 정략결혼도 서슴지 않는다. 전략적 통혼을 통해 최고의 부와 명예, 권력을 한 손에 쥘 요량에서다. 5년 전인 2004년 시사지 최초로 재벌가 혼맥을 집중 해부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2009년 새해를 맞아 새 식구를 포함한 재벌가 新혼맥을 유형·테마별로 새롭게 재구성해 봤다.

과거 극성 ‘정-경 패밀리’ 2000년대 들어 ‘뚝’
툭하면 ‘정경유착 고리’의심…혈맹관계만 유지


과거 재벌가문과 권문세가 간 혼사는 흔했다. 적어도 YS정권 이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 총수일가가 당대의 실세 정치인들과 사돈을 맺어 상류층 혼맥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사세 확장을 꾀하는 기업인으로선 든든한 바람막이로, 정치인 또한 든든한 후원자로 ‘윈윈(win-win)’하는 서로 더 바랄 나위 없는 통혼이 아닐 수 없었다.

‘불가근 불가원’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정-경 패밀리’ 현상은 눈에 띄게 줄었다. 자칫 ‘정경유착 고리’로 비쳐져 오히려 화를 부르기 십상인 이유에서다. ‘권력은 한순간, 재력은 3대까지’란 말대로 정치인 가문은 재벌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았다. 아예 정치인 집안과의 ‘교제 금지령’을 내린 재벌가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재벌들은 ‘뭔가를 노리고’ 앞 다퉈 정치인들과 사돈을 맺었다”며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민주화와 투명화 등이 사회 전반에 본격화되면서 주위의 따가운 시선으로 경영의 운신이 제한되는 등 부당 이익을 취하려는 전략적 통혼이 거의 사라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2000년 이후 여러 시민단체들이 조사한 국내 재벌 혼맥도에 따르면 재벌가문들은 대부분 전직 유력 정치인들과 연결돼 있다. 현직 정치인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다만 정·재계 가문 간 얽히고설킨 결합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랜 기간 금배지를 단 거물 정치인일수록 재벌가와의 혈맹관계가 두드러지는 까닭이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 집안은 현직 정치인 가운데 가장 ‘잘 나가는’ 재벌그룹 일가와 사돈을 맺고 있다. 이 대통령의 3녀 수연씨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 조현범 부사장은 2001년 웨딩마치를 올렸다. 조 회장은 전경련 수장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두 사람의 결혼을 두고 일각에선 ‘정략결혼’이란 설왕설래가 툭툭 튀어나왔지만 그때마다 양가는 “조 부사장과 수연 씨가 서울 리라초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오랫동안 가까이 지내온 사이”라며 웃어넘겼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영일대군’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도 재벌가와 사돈을 맺고 있다. 바로 재계 혼맥의 본산인 LG가와 사돈관계다. 이 의원의 장녀 성은 씨 남편은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옛 LG벤처투자) 회장의 아들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이다.
구 회장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으로, 구 사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사촌지간이다. LG그룹은 1957년 삼성그룹과의 혼사를 시작으로 현대그룹, 대림그룹, 두산그룹, 한진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의 재벌가는 물론 당대의 정·관계 인사들과도 사돈을 맺어 상류층 혼맥의 큰 줄기로 꼽힌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혼맥도 화려하다 못해 눈부시다. 대한민국 로열패밀리들의 혼맥을 훑다보면 이 총재 일가와 한 번은 만날 정도다. 친가와 처가, 외가 등 전체적으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귀족’들로 구성된 이 총재 집안은 사돈까지도 하나같이 ‘내로라’하는 명문가다. 여기에 막대한 재력가들도 수두룩하다.
이 총재의 장남 정연 씨는 상공부 장관과 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 등을 지낸 이봉서 단암산업 회장의 3녀 원영 씨와 결혼했다. 정연 씨의 장모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부인 송광자 씨와 자매인 송원자 씨다. 이들 자매의 또 다른 핏줄인 송길자 씨의 부군은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이다.
신 전 회장은 신동방그룹이 1990년대 후반 IMF 당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무너진 뒤 국내 토종 다단계 판매회사인 하이리빙의 최대주주로 남아있다. 이런 방식으로 이 총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재계 거물 집안과 혼맥이 닿아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미혼으로 직계가족이 단출하지만 부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화려한 재벌가 혼맥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본의 아니게 한두 다리 건너면 재벌가와 혼맥으로 연결되는 것.
박 전 대표의 언니 근령 씨는 고 류찬우 풍산그룹 창업자의 장남 류청 씨와 혼례를 올렸지만 6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 박 전 대표의 ‘배다른 언니’ 재옥 씨의 남편은 한병기 설악관광 회장이다.

박 전 대표는 또 수많은 사촌들을 통해 재벌가와 연결된다. 그의 사촌언니 설자 씨는 고 김인득 벽산그룹 창업주의 차남 김희용 동양물산 회장과 부부사이다. 현재 벽산그룹은 김 회장의 친형 김희철 회장이 이끌고 있다.

 더이상 장미빛 없다



김희철 회장의 장인은 고 허정구 삼양통상 창업자. 허 창업주의 부친인 허만정 씨는 구인회 씨와 함께 LG그룹을 공동창업한 인물로, 현재 GS그룹의 실질적 창업자로 인정받고 있다.
결국 박 전 대표는 LG·GS그룹과 두 다리 건너 사돈관계인 셈이다. 박 전 대표는 이외에도 먼 친척뻘을 통해 강원산업그룹, 현대차그룹, 두산그룹, 동양제철그룹 등과도 혼맥을 형성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박 전 대표와 함께 한나라당 ‘잠룡’으로 분류되는 정몽준 최고위원도 삼양 허씨 일가와 인연이 있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로 국내 주식평가액 1·2위를 오르내리는 정 최고위원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과 동서지간이다.
정 최고위원의 부인 김영명씨와 허 회장의 부인 김영자씨는 자매다. 허정구 창업자의 장남인 허 회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사촌지간이다. 정 최고위원 역시 재계 혼맥의 메카인 LG·GS그룹과 사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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