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노조원 굴뚝에 올라 간 사연

2009.01.20 09:20:06 호수 0호

“대법원 판결대로 복직 허용해라”


노동계 “확정 마찬가지…즉각 복직 보장하라” 
현대미포조선 “상고했다, 고법 판결 기다리자”

현대중공업의 심기가 불편하다.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시작한 민주노총 울산지역부와 현대미포조선노조 김순진 조합원의 소각장 굴뚝농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민노총 울산본부,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울산여성회, 울산풀뿌리단체협의회 등 29개 울산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 및 제정당은 현대미포조선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울산시청, 현대미포조선 앞에서 릴레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굴뚝 소유주인 현대중공업은 고공농성자와 민주노총 울산본부를 상대로 5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반면 현재 굴뚝 농성자들은 현장탄압 중단, 용인기업 해고자 복직 등 7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 2003년 현대미포조선 비정규직 용인기업 노동자 30명이 해고된 이후 지난해 7월 대법원이 ‘현대미포조선의 종업원 지위를 확인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아직까지 복직하지 못하고 있는 데서 발단이 됐다.

현대미포조선측은 이와 관련 현재 파기 환송된 사안이라 최종적으로 고법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노동계는 사실상 고법이 대법의 판단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즉각 복직’을 주장하고 있다.

장기화 우려 음식물 차단
저체온증·동상 등 최악

이런 가운데 현대미포조선 정규직 현장조직이 복직을 요구하는 사내 활동을 벌이고 현장조직 의장이 징계를 받자 이모 조합원은 현장탄압 중단과 비정규직 복직 등을 외치며 사내에서 투신했다. 이 조합원은 중상을 입었으나 이 사건으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민주노총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이 처음으로 굴뚝으로 오를 당시에는 생수 두 통에 여름용 침낭이 전부였다. 이런 가운데 경찰과 회사 경비들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매트리스를 설치했으나 100m 높이의 굴뚝과 철구조물들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


현재 농성자들이 오른 굴뚝은 바닷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고 영하의 추위에 10일 가량 지속되면서 저체온증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숙면은 상상하기도 힘든 상태다. 동상 등에 필요한 의약품들도 장기화 사태를 우려한 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의 판단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지난 2일에는 이들에게 전달할 음식과 방한복 등 물품 전달이 차단되자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이 관할 울산동부경찰서장과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하고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인권위가 긴급구제 조치를 기각하면서 사태해결이 고비를 맞고 있다.

인권위는 농성자들에게 방한복과 침낭, 따뜻한 식수, 일부 음식물이 공급되고 있어 긴급구제조치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농성 자들에게 사흘에 한 차례씩 초콜릿 1봉지와 식수 3통 정도의 음식물만을 공급받도록 현대중공업 측이 통제하고 경찰도 이를 방관하고 있어 인권침해 사항에 해당된다면서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상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노동계는 인권위의 이런 판단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인권위가 행한 조사를 보면 전화 한 통이 접촉의 전부이고, 건강 상태 등을 판단하기 위해 의료진을 대동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지난 2006년 44일간 진행된 올림픽대교 고공농성의 경우, 초기에는 농성 장기화를 우려해 음식물 반입을 경찰이 금지했지만 시민사회단체와 가족들의 반발에 부딪혀 허용한 적이 있다는 설명이다. 당시 경찰은 분신 가능성 등을 이유로 꼼꼼한 확인절차와 검문은 이뤄졌지만 준비한 도시락과 과일 등을 차단하지는 않았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민주노총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유튜브에 반인권 행위 규탄 동영상을 배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국 및 전세계 양심적 인사와 단체들에게 동참을 호소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한 관계자는 “사태해결을 위해 용인기업 해고자들과 ‘복직’ 등 큰 틀에서 일정한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사자와 상관없는 사람들이 이런 과격한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근로자의 목숨을 구한 현장 관계자를 어떻게 처벌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초콜릿·생수로 20일 버텨
법원, 양측 조정기간 주문

용인기업 해고자 복직 문제는 1월9일 부산 고법이 판결에 앞서 2주간에 걸쳐 사측과 근로자 간에 조정기간을 거치도록 주문하면서 양측 간에 일정부분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합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용인기업 해고자들이 복직 외에도 밀린 월급과 정신적인 피해보상 등을 요구하다 보면 서로가 만족할 만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지금과 같은 행동이 지속되는 한 사측의 꼼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문제는 또 다른 곳에서 터지고 있다. 지난 2일 현대중공업은 농성 시작일인 12월24일부터 31일까지 8일간의 비가동 손실분과 인건비, 동력비 등으로 모두 5억1767만7238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현대중공업 관계자에 의해 확인됐다.


실제 지난해 12월24일 현대중공업은 울산동부경찰서에 굴뚝 농성자들을 건조물침입죄 및 업무방해죄로 이미 고소한 상태다.

5억원 손해배상 청구에
단식으로 맞서

노동계는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적반하장이라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소송금액이 너무 커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이창규 국장은 “현대중공업이 이전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적이 없기 때문에 지켜봐야 하겠지만 8일간의 손배 소송 금액이 5억여원에 이르고 있어 노동자들을 크게 압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일괄 타결되면 동시에 해결되는 경우도 있어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사태가 생각보다 장기화되고 있어 그 이후의 손배금까지 합해 소송이 진행될지는 답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자 12일부터 울산지역 시민사회노동 단체가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릴레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울산시민연대, 울산환경운동연합 등 29개 단체가 참여한 릴레인 단식농성은 ‘현대미포조선의 부당한 처사가 현 사태를 불러왔다’고 밝히면서 울산시청, 동구 안효대 국회의원 사무실 앞, 동구 현대미포조선 정문 앞에서 동시에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정몽준 의원에게 사태해결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단식에 들어가면서 이들은 “정몽준 의원은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의 실제 소유주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국회의원이자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인 공인인 만큼,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감싸고 대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종업원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상정 공동대표 등 진보신당 관계자들은 14일 “고공 농성중인 두 사람은 추위로 인한 손발 동상과 음식물 지급이 차단되면서 배고픔, 저체온증 등 건강이 최악의 상태로, 꺼져가는 두 생명을 더 이상 두고 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사측과 경찰은 농성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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