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언론사 ‘미묘한 케미’ 내막

2019.07.03 07:41:58 호수 1225호

공생이냐 기생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부영 등 중견건설사가 올해 들어 언론사 인수합병시장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미 지역언론사를 가지고 있는 중견건설사들은 하나둘씩 중앙언론사로 언론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렇듯 건설사들이 언론사에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 호반건설


지난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중흥건설·부영은 지역언론사서 중앙언론사로 언론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 중견건설사로 꼽혔다. 중견건설사인 호반건설은 최근 <서울신문>의 주요 주주로 등극했다.

잇달아 인수

지난 25일 <서울신문> 노조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포스코가 보유한 <서울신문>의 지분 19.4% 전량을 인수해 3대 주주가 됐다. <서울신문>의 최대주주는 기획재정부로 30.49%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사주조합이 29.01%, KBS가 8.08%를 갖고 있다.

<서울신문>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은 호반건설이 사전 고지 없이 <서울신문> 지분을 대량 인수한 데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우려를 표시했다.

<서울신문>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건설사가 20%도 안 되는 언론사의 지분만 갖고자 자금을 투자할 이유는 없다”며 “나머지 지분을 매입해 끝내는 경영권을 쥐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하거나 암묵적으로 승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이번 지분 인수가 <서울신문>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한 것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단순한 지분 취득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은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부영은 2017년 제주지역 신문인 <한라일보>와 인천지역 신문인 <인천일보>를 각각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부영의 경우 최근 경제신문 <머니투데이>, 통신사 뉴스1과 뉴시스 등을 운영하는 머니투데이그룹 인수를 추진하다 무산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중흥건설은 중앙언론사 인수를 성사했다. 중흥건설은 2017년 광주전남 지역지 <남도일보>를 인수한 데 이어 그해 <서울신문>을 인수하고, ‘이코노미서울’이란 전국 경제지의 창간을 추진하기도 했다.

건설사들 언론사업 진출 이유?
“사업 다각화”…진짜 속내는?

그러나 <서울신문> 내부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가 이번에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를 발간하는 헤럴드 인수로 중앙언론에 진출하게 됐다. 

중견건설사가 중앙언론사를 인수한 것은 중흥건설이 처음이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건설사업 외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에도 늘 열려 있었다”며 “헤럴드와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선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부영은 최근 빠른 성장을 통해 확보한 막대한 현금성 자산으로 언론사업 확대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부영을 주요 계열사로 두고 있는 호반그룹, 중흥그룹, 부영그룹은 2018년 말 기준 현금과 현금성자산을 각각 8794억원, 9983억원, 5065억원 보유하고 있다.
 

▲ 부영건설과 중흥건설

호반건설은 경기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을 때 아파트부지를 적극 매입하는 전략, 중흥건설은 세종시 등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전략, 부영은 임대아파트 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2010년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이들은 2010년만 해도 국토교통부의 시공능력 평가순위에서 50위권 밖 건설사였지만, 2018년 20위권 안에 주요 계열사의 이름을 여럿 올린 탄탄한 중견건설사로 성장했다. 이들은 2018년 말 기준 자산규모가 모두 5조원이 넘어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선정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부영은 언론사업에 진출한 이유로 하나같이 사업 다각화를 내세우고 있다.

중앙언론사를 보유한 중견건설사 가운데 태영건설도 빼놓을 수 없다. 태영건설은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중앙 방송사인 SBS를 지배하고 있다. 다만 태영건설은 인수합병이 아닌 1990년 출범 때부터 SBS를 보유하고 있다. 

SBS 최대주주 태영건설은 넥센(39.44%)이 최대주주인 경남방송(KNN)에도 지분 6.30%를 소유하고 있다. 강원민방(G1)에도 최대주주 SG건설(40%), 강릉콜택시(7.50%)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7.00%의 지분을 보유했다.

기를 쓰고 덤비는
노림수 따로 있다?

중견건설사는 주택사업을 중심에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해외진출이 쉽지 않다. 대기업에 속한 건설사처럼 계열사의 공사물량을 받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 주택시장이 포화한 상황서 중견건설사에게 사업 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밖에 없다. 언론사업 확대 역시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내에는 언론사를 보유해 본업인 건설사업과 시너지를 내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건설사들이 방송사를 탐내는 이유에 대해 “지방 건설사는 지역 내에서 주택사업으로 입지를 다져 사세를 키우는 것이 기본인데, 방송사를 소유할 경우 홍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건설업은 타 업종에 비해 민원이 많은 편인데 방송사를 소유하면 방패막이로 사용할 수 있다”며 “공공입찰 때 보이지 않게 소속 언론사를 통해 압력을 행사해 사업권을 따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업은 건설현장 사고나 부실시공 등에서 자유롭지 못해 언론사와 불편한 관계에 놓일 때가 종종 있는데, 언론사를 직접 소유하고 있으면 아무래도 비판의 날이 더뎌질 수 있다. 언론사가 진행하는 문화행사, 지역행사 등을 통해 건설사의 투박한 이미지를 완화할 수도 있다.


또 중앙언론사를 소유하게 되면 정관계로 자연스럽게 인맥을 넓힐 수 있어 이에 따라 공사발주 정보 수집을 비롯해 건설사업의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왜 열 올리나?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중견건설사 회장이 지역상공회의소 회장을 자주 맡는 것도 지역발전을 위해 일한다는 명예를 얻는 동시에 인맥 형성을 위한 측면도 있다”며 “중앙언론사 사주는 명예와 인맥이 함께 따라오는 만큼 중견건설사 회장이 욕심을 낼 만한 자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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