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59)청호나이스-씨이-마이크로필터

2012.07.04 10:07:35 호수 0호

정수기로 얽히고설킨 청호 식구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정수기 시장의 다크호스인 청호나이스는 ‘씨이’와 ‘마이크로필터’란 관계사를 두고 있다. 그런데 모두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두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1997년 설립된 씨이(CE)는 정수기 위탁판매 및 임대, A/S 업체다. 처음 메트로마트란 회사였다가 1999년 나이스마트로, 2007년 다시 현 상호로 변경했다.

사업 전환 후 '쑥'

문제는 씨이의 자생력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거의 모든 매출을 계열사에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매년 수백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씨이는 지난해 매출 414억원 가운데 406억원(98%)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씨이에 일거리를 준 '식구'는 청호나이스다. 청호나이스는 2010년에도 씨이의 매출 444억원 중 440억원(99%)에 달하는 일감을 넘겼다.


씨이의 청호나이스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6년까지만 해도 총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1%도 되지 않다가 사업이 전환된 이듬해부터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씨이가 청호나이스와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1년 0.6%(총매출 625억원-내부거래 4억원) ▲2002년 0.9%(548억원-5억원) ▲2003년 0.9%(556억원-5억원) ▲2004년 0.8%(519억원-4억원) ▲2005년 0.8%(524억원-4억원) ▲2006년 1%(467억원-5억원)로 미미했다.

당초 일용생필품 소매업체였던 씨이는 2007년 기존의 사업을 중단하고 정수기 관련업으로 방향을 틀면서 내부거래 금액과 그 비중이 급상승했다. 이후 내부거래율은 2008년 97%(237억원-230억원), 2009년 96%(357억원-342억원)로 치솟았다. 그리고 2010년 99%에 이어 지난해 98%를 기록한 것이다.

씨이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씨이는 정휘동 청호나이스 회장이 지분 80%(24만주)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 20%(6만주)는 정 회장의 동생 정휘철씨가 갖고 있다.

1970년대 후반 미국으로 건너가 미네소타주립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정 회장은 1980년대 중반 미국 환경관리 업체에서 개발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1988년 미국수질협회(WQA) 수질관리 자격증 중 최고등급인 CWS-V를 한국인 최초로 땄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1991년 파견근무 형태로 웅진코웨이 제품개발팀에 상무로 재직한 뒤 2년 계약이 끝나자마자 부친 고 정인호 명예회장과 함께 청호나이스를 설립했다.

청호나이스와 거래로 매출 98% 400억 채워
정휘동·휘철 오너 형제가 지분 100% 소유

정 명예회장의 차남 정씨는 정 회장과 '형제 경영'중이다. 현재 씨이와 마이크로필터 등 청호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정씨 형제는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씨이에서 두둑한 배당을 챙겨왔다. 씨이는 2010년 30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주당 1만원씩 배당성향이 71.4%에 달하는 고배당이었다. 정 회장은 24억원을, 정씨는 6억원을 받아갔다.

앞서 씨이는 2008년과 2009년에도 각각 21억원씩 배당했다. 물론 이 돈은 모두 정씨 형제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2008년의 경우 배당성향이 무려 98.82%의 초고배당이었다.

내부거래 비중이 심상찮은 청호 계열사는 또 있다. 바로 마이크로필터다. 200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정수기필터 등 액체 여과기 제조업체다.


마이크로필터의 주거래처 역시 청호나이스다. 매년 평균 매출의 50% 이상을 기대왔다. 마이크로필터는 지난해 44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중 174억원(39%)이 청호나이스(163억원)와 중국법인(11억원) 등 ‘집안’에서 나왔다.

그전엔 더 심했다. 마이크로필터가 관계사로부터 올린 내부거래율은 ▲2005년 87%(118억원-103억원) ▲2006년 91%(126억원-115억원) ▲2007년 91%(155억원-141억원) ▲2008년 78%(179억원-140억원) ▲2009년 63%(234억원-147억원) ▲2010년 58%(332억원-193억원)로 나타났다.

꾸준히 몸집 불려

마이크로필터는 계열사들이 '힘'을 실어준 결과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꾸준히 몸집을 불려왔다. 2006년 이후 적자 없이 매년 20억∼50억원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거뒀다. 총자산은 2006년 89억원에서 지난해 347억원으로 5년 만에 4배 가량 불었다. 같은 기간 67억원이던 총자본도 269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마이크로필터도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 중이다. 정씨가 80%(4만8000주)를, 정 회장의 부인 이경은씨가 20%(1만2000주)를 쥐고 있다. 배당도 한 적이 있다. 마이크로필터는 2005년과 2006년 각각 9억원, 6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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