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상한 조합장선거 내막

2019.03.11 11:12:14 호수 1209호

횡령으로 실형받은 사람이 조합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조합장은 조합과 지역사회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기 때문에 도전자가 많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후보자의 자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도 횡령 혐의로 1심서 실형을 선고받은 후보자가 조합장에 도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오는 13일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전국 시··구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로 진행된다. 농협(축협 포함수협과 산림조합법에 따라 조합별로 각각 시··구 선관위에 위탁해 치르던 것을 2015년 일원화한 후 두 번째로 치러지는 조합장 선거다. 이번 선거로 선출되는 조합장은 전국 농·축협서 1114, 수협 90, 산림조합 140명 등 1344명이다.

조합장은 왕?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금품선거를 근절하고 조합별로 다른 선거규정 등을 통일해 선거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럼에도 조합장 선거는 매번 혼탁한 양상을 보였다. ‘65(6억원 쓰면 붙고 5억원 쓰면 떨어진다)’ ‘53(50만원 쓰면 붙고 30만원 쓰면 떨어진다)’ 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돈 선거의 오명도 여전하다.

2015311일 열린 첫 선거서도 음성적인 금품선거의 관행은 사라지지 않았다. 1326곳의 조합장을 뽑은 제1회 선거서 867건의 위법행위가 적발된 것이다. 이 중 매수·기부행위 위반이 349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적발사례의 40%가량이 금품수수와 관련된 것이었다. 당시 당선자 가운데 52명이 위법행위로 당선무효 처리됐다.

이번 선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3일 경찰청은 조합원들에게 돈을 건네는 식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선거사범 29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27일까지 불법행위를 저지른 298(불법행위 220)을 검거해 이 중 10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특히 혐의가 무거운 3명은 구속됐다.


단속 유형별로는 금품선거가 202(68%)으로 가장 많았고, 선거운동방법 위반 62(21%), 흑색선전 27(9%) 등의 순이었다.

2015년 이어 두 번째 조합장 선거
금품선거 근절하려 일원화했지만…

돈을 써가면서까지 조합장이 되려는 이유는 당선됐을 때 얻을 수 있는 열매가 크고 달콤하기 때문이다. 조합장은 지역사회서 왕처럼 군림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자리로 비유된다. 돈과 명예 역시 조합장이 되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화려한 이력을 가진 후보자들이 사활을 걸고 도전하는 이유다.

지역농협 같은 경우 교육·지원 사업, 경제사업, 신용사업 등을 진행한다. 과거 농산물 판매, 영농자재, 생활필수품 구매 후 농민에게 공급하는 역할 등에 주력했던 농협은 현재 금융 역할을 하는 신용사업으로 무게 추를 옮기고 있다. 조합장은 이런 사업서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다. 4년의 임기동안 농협 자산을 직·간접적으로 주무를 수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조합장의 자질은 지역사회 발전 가능성과 그 궤를 같이한다. 조합장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매번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돈이나 인맥에 이끌려 투표했다가 선거 이후 결격 사유가 드러나 조합장 당선이 취소되면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

실제 이번 선거서 한국양계축산업협동조합 조합장 후보로 출마한 정모씨가 횡령 혐의로 1심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양계농협 상무로 근무한 바 있는 정씨는 지난해 11월, 1심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고발인은 정씨와 함께 동업했던 A. 정씨는 2001A씨와 각각 절반씩 투자해 양계장을 매입, 공동으로 운영했다. 정씨는 20161월경까지 농장의 수익금 등이 입금되는 통장을 보유하면서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A씨는 절반씩 나누기로 한 수익금을 정씨가 차를 구입하거나 아내의 명의로 이체해 생활비로 사용하는 등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일부 인정, 정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씨는 현재 조합장 선거에 후보자로 나선 상태다. 한국양계축산업협동조합 조합장 선거는 정씨와 함께 현 조합장인 김모씨가 후보로 등록했다. 조합장 후보의 자격 기준은 먼저 해당 조합의 조합원이어야 한다. 또 피선거권 제한규정이나 임원의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

형 확정 시 임원 결격 사유
재선거 조합 돈으로 치러야


한국양계농협 정관 제56(임원의 결격사유)를 보면 법원의 판결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자격이 상실되거나 정지된 사람’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집행이 끝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조합의 임원이 될 수 없다고 돼있다. 또 결격사유가 발생하면 해당 임원은 당연히 퇴직한다고도 명시돼있다.

정씨의 경우 현재 형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기에 조합장 후보로 등록하는 데 지장이 없다.

한국양계축산업협동조합 선거 관리를 맡고 있는 중랑구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도 조합장 선거에 나선 전 후보자에 대해 검찰과 해당 조합에 피선거권 조회를 요청한다”며 거기서 이상이 없다고 하면 후보자 등록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해당 조합에 피선거권 조회 요청을 했는데 이상이 없다고 회신이 온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국양계축산업협동조합 조합장 선거는 조합장을 포함한 대의원 51명의 투표로 이뤄진다. 한국양계농협 정관에 따르면 대의원회는 서울·경기·인천·강원 15, 광주·전남·전북·제주 11,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24명으로 구성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정씨가 당선권에 가깝다특정 지역 대의원들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너도나도 등록?

문제는 선거가 치러진 이후다. 정씨가 당선되더라도 횡령 혐의로 진행 중인 항소심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될 수 있다. 재선거 및 보궐선거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실시하도록 돼있다. 그 비용은 조합서 부담해야 한다. 전 양계농협 관계자는 조합장은 많은 돈을 관리하는 자리다. 그런데 돈 문제로 1심서 실형을 선고받은 후보자가 선거에 나선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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