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가득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왜?

2012.06.05 09:50:02 호수 0호

'해'를 품고 싶어 '물'까지 팔았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도 부족할 지경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웅진싱크빅은 돈벌이가 반토막 났고 극동건설은 적자투성이다. 웅진코웨이를 매물로 내놓고 태양광 사업으로 급한 불부터 끄려 했지만 이마저도 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둔화 탓에 코너에 몰렸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최근 수년 동안 공격적으로 사업확장을 이어왔다. 2007년 6월 지주사인 웅진홀딩스가 론스타로부터 극동건설을 인수했고, 2010년에는 웅진캐피탈을 통해 서울상호저축은행과 늘푸른저축은행을 사들였다. 여기에 1조원 이상을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 등 태양광 관련회사들에 투자하면서 태양광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웅진그룹의 이 모든 노력들이 하나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극동건설 '돈 먹는 하마'

6600억원을 쏟아 부으면서 인수한 극동건설은 인수 이듬해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부동산 경기침체를 겪으며 단기차입금과 미분양,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지급보증 문제가 나타났다. 극동건설의 보증채무는 1조3000억원대, 이 가운데 PF 관련 연대보증만 8000억원에 달한다.

웅진홀딩스는 극동건설을 살리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기도 했지만 부채비율은 2010년173%에서 304%로 증가했고 올해 1분기에는 338%까지 급증했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은 110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18.8% 증가했지만 적자는 지속되어 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극동건설은 지난해에도 21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윤 회장이 지분 90%를 보유한 비상장회사인 웅진캐피탈은 지난 2010년 8월 서울상호저축은행과 늘푸른저축은행을 인수했다. 당시 서울상호저축은행에 투입한 자금은 인수자금을 포함해 1500억원, 늘푸른저축은행은 400억원으로 19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갔다.


이중 늘푸른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은 양호한 편이지만 윤 회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서울상호저축은행이다. 서울상호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까지 2년 연속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또한 부동산 PF 대출로 인해 자산건전성이 악화되면서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형편이 됐다.

웅진싱크빅은 지난 1/4분기 영업이익이 42% 급감한 57억원에 그쳤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률도 전년 동기보다 2.3% 떨어진 3%를 기록했다. 웅진씽크빅이 올해 매출을 8403억원, 영업이익은 697억원을 예측한 것에 비하면 암울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자금 마련했지만 이번엔 태양광이 말썽
방문판매 성공신화 결국 이렇게 끝나나?

이에 윤 회장은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심정으로 계열사 가운데 가장 아꼈던 웅진코웨이 지분 30.9%를 매물로 내놓는 특단의 결단을 내렸다.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매출 1조7000억원을 기록하면서 그룹 전체 매출의 28%를 차지했다. 웅진그룹의 모태는 웅진씽크빅이지만 오늘날의 웅진을 이끈 회사는 단연 웅진코웨이였다.

윤 회장이 웅진코웨이 매각을 결정하면서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도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이라고 표현한 것만으로도 웅진코웨이에 대한 윤 회장의 사랑이 얼마나 남다른지 익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윤 회장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15개였던 계열사를 7개로 통폐합하고 1999년 당시 연간 매출액 2500억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 2위였던 코리아나화장품을 매각해 다시 일어섰던 경험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웅진코웨이 매각가격은 1조5000억~2조원대로 거론되고 있으며 현재 롯데쇼핑·GS리테일·SK네트웍스·MBK파트너스·중국 가전업체 등이 적격예비후보로 선정됐다.

웅진그룹은 매각자금을 태양광사업을 하는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에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웅진홀딩스에 올해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이 4000억원에 이르고 웅진코웨이가 보유한 웅진케미칼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2000억원 가량이 드는 등 절반가량의 돈이 이미 용처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 회장의 골칫거리인 극동건설이 앞으로 돈을 얼마나 더 잡아먹을지도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웅진코웨이 매각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

또 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둔화, 태양광산업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태양광업체들이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것도 윤 회장의 주름을 더 깊게 하고 있다.


세계 2위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인 OCI가 최근 공장 투자를 무기한 중단할 정도로 태양광산업이 침체되고 있고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형국이다.

웅진에너지는 주요 제품인 잉곳과 웨이퍼 가격이 폭락하면서 올 1분기에 19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9월 오스트리아 블루칩에너지의 파산으로 1215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이 끊겼고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 237억원, 유니텍솔라 238억원, 제스솔라 37억원 등 계약이 해지되는 등 장기 공급계약 해지도 잇따랐다.

산업용 전기료 인상 방침은 웅진폴리실리콘을 강타했다. 폴리실리콘 산업의 경우 전기료가 총 비용의 20~30%에 달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추락하기 시작한 폴리실리콘 가격의 하락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제조원가 상승과 판매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일단 급한 불부터

윤 회장이 웅진코웨이 매각 발표 후 웅진에너지 대전 공장과 웅진폴리실리콘 상주 공장을 매달 방문하면서 직접 원가절감에 매달리는 등 웅진그룹의 회생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태양광산업이 자리 잡을 때까지는 꽤 오랜 세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백과사전 방문판매원으로 출발해 웅진그룹을 매출 6조원대의 30대 그룹으로 키워온 윤 회장의 성공신화가 여기서 막을 내릴지, 아니면 제2막이 열릴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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