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주류-하이트진로 '소주전쟁' 전말

2012.06.02 14:34:23 호수 0호

처음처럼 vs 참이슬 괴소문 진실은?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처음처럼'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알칼리 환원수'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악성루머가 퍼지고 있기 때문인데 제조사인 롯데주류는 괴소문의 진원지로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영업직원을 지목, 검찰에 고소했다. 물론 하이트진로는 해당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검찰이 하이트진로 영업점 3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이들의 전쟁은 진흙탕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내 소주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1·2위 경쟁사들의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처음처럼'의 롯데주류가 지난달 초 "경쟁업체 직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처음처럼이 유해하다는 루머를 퍼드리며 영업을 해 큰 피해를 봤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낸 것.



롯데주류가 낸 고소장에는 문제가 된 경쟁업체가 어디인지, 루머를 유포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명시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검찰에 제출한 자료에는 '하이트진로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영업에 활용한 인쇄물 사진'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 '당혹'

이에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봉석)는 지난 24일 하이트진로의 영업지점 3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날 검찰은 하이트진로의 영업전략 내용 등이 담긴 문서와 컴퓨터 파일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고소인 조사와 롯데주류가 제출한 증거물 분석을 마쳤다. 검찰은 하이트진로 등 경쟁업체들이 처음처럼 관련 루머를 회사차원에서 영업에 활용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자사 영업직원이 '악성루머'를 퍼뜨리며 영업을 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하이트진로 측은 "처음처럼에 대한 루머가 퍼진 것은 올해 초 한 케이블 TV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며 "우리는 이번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알칼리 환원수 논란이 처음 제기된 때는 지난 2006년 처음처럼 출시 당시부터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국세청 등이 안전성과 적법성에 대한 검증을 끝냈지만 지난 3월4일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에 소비자 고발방송 소비자TV에서 제작한 '충격! 처음처럼 불법제조 독인가? 물인가?'라는 영상이 올라오면서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후 블로그와 SNS를 통해 해당 영상과 악성루머가 확대·재생산됐고 롯데주류는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한때 처음처럼 매출이 10% 가까이 줄기도 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이 악성루머가 지금의 하이트진로 압수수색에 이르게 된 것이다.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경쟁은 어제오늘일은 아니다.

'설탕소주' 논란에 '소금소주' 논란, '비방 광고전' '일본자본설'까지 이 둘의 싸움은 끝 없이 이어져 왔다.

지난 2005년 진로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일본 아사히맥주가 진로를 인수하기 위해 참가하면서 진로 일본자본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진로는 하이트맥주를 중심으로 한 연합에 최종인수 됐고 법정관리도 끝났지만 일본자본설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7년간 이어온 '진흙탕 싸움' 결국 검찰 손에
일본자본설 이어 알칼리수 유해설 진원지 공방

결국 진로는 2006년 두산이 처음처럼을 출시하고 본격 경쟁체제에 돌입한 뒤 일본자본설 루머의 진원지로 두산을 지목하고 소송까지 가기도 했다.

여기에 처음처럼이 출시 17일 만에 1000만 병을 돌파, 51일 만에 3000만 병까지 훌쩍 뛰어넘자 이에 다급해진 진로는 네거티브 광고 전략을 쓰기 시작했다.

같은 해 7월 진로는 '알고 마시면 더욱 즐거운 참이슬 이야기'라는 만화광고 전단지를 뿌렸다. 처음처럼은 물에 전기 충격을 줘 만든 알칼리 수를 쓴 반면 참이슬은 숯으로 여과한 천연 알칼리 수를 썼다는 내용이었다.


진로는 경쟁사가 소주를 만드는 과정의 그림에 '악 우르릉 찌찍'과 같은 용어까지 넣었다.

한 달 뒤 진로는 신문광고를 통해 참이슬은 '천연대나무 숯으로 정제한 소주'이기 때문에 술독을 줄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지만 처음처럼은 '전기분해로 된 소주'라면서 '어떤 소주가 당신을 위하는 소주입니까?'라고 광고했다.

두산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두산은 '따라오려면 제대로 따라오라!'는 제목의 광고를 내고 '알칼리 소주를 흉내 내려면 죽탄을 이용한 특허가 아니라 알칼리 환원공법 특허를 따라 하셨어야 합니다'며 진로를 공격했다.

급기야 진로와 두산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제를 받았다. 과징금을 얻어맞지는 않았지만 공정위가 비방 광고로 규정한 만큼 상당한 이미지 실추를 당했다.

하지만 이들의 싸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년 뒤인 지난 2007년 진로가 참이슬 후레쉬 리뉴얼 제품을 출시하면서 처음처럼에 설탕이 함유되어 있다고 공격을 재개한 것.

진로가 주요 신문에 '설탕을 뺀 소주'라는 문구가 포함된 광고를 게재하자, 이에 발끈한 두산이 이를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렸고 언론의 지면전쟁으로 확산됐다.

당시 진로는 그해 8월 출시된 참이슬 후레쉬 리뉴얼 제품에 대해 "설탕 대신 순수 결정과당을 사용했다"며 "결정과당은 포도당이 들어있지 않아 비만과 당뇨 환자들에게 좋다. 결정과당을 쓰는 소주는 국내에서 참이슬 후레쉬가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마셔? 말어?

이에 두산은 "소주 업체들이 설탕을 첨가물로 쓰지 않은 건 벌써 10년 전 일이다"면서 "그런데 진로 광고만 보면 다른 소주회사들이 모두 설탕을 넣고 있는 것처럼 오해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두산은 진로의 참이슬 후레쉬에서 나트륨이 대량 검출됐다며 소금이 첨가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진로는 공식적으로 대응할 가치도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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