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14)

2012.02.27 11:00:33 호수 0호

취재 빙자한 협박에 강력 대응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직접 출고 받지 않은 제품 가져와 환불 요구
조목조목 반박하며 정곡 찌르자 꼬리 내려

“사실 제가 출고한 제품이 일부 있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 출고해서 보관하고 있는 제품을 모아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렇지만 모두 내 것이니 제가 출고한 제품과 다름없잖아요.”
“그건 틀립니다. 본인이 직접 출고한 제품과 다른 곳에서 모아온 제품하고는 확연히 차이가 있죠. 아니 우리 회사 제품이 전국에 한두 개입니까? 어디에서 헐값으로 구매하거나 아니면 사채업자들이 판매원에게 돈을 빌려주고 대물변제조로 받은 제품이라면 엄연히 구분되는 것 아닙니까?”
나는 그렇게 다그치며 재차 캐물었다.

“우리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셨다고 했지요?”
“예,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에서 영업사원들에게 강매한 사실이 있습니까? 어디 대답해 보세요!”
그러자 그녀가 발뺌하듯 부인하며 대꾸했다.
“아니, 강매를 했다기보다 판매를 잘해야 성공할 수가 있다고 해서…….”
“그야 당연한 것 아닙니까? 영업회사에서 판매를 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교육이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나는 머뭇거리는 그 여성에게 반문하듯 말하고는 기자라는 사내를 쳐다보며 말했다.
“조금 전에 기자 분께서는 지금 여사님이 차에 싣고 온 제품이 모두 강매로 보관한 것을 모아온 것이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기자분이라고 해도 일방적으로 취재를 해서는 안 되죠.”
나는 계속 직설화법으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말입니다만, 기자 분께서 기업체에 들어와 자기 누님이라는 분의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취재를 한다며 협박해도 됩니까?”
내가 정곡을 찌르자 그가 마치 무슨 잘못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얼굴이 붉어지더니,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을 부인하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여 반론을 제기했다.
“아니 제가 언제 협박했습니까?” 
나는 옆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사내와 노 차장을 가리키며 증인을 세우듯 말했다.
“여기 함께 오신 분과 우리 노 차장도 모두 듣지 않았습니까? 조금 전 기자분이 이 분을 누님이라고 하면서, 만약 누님이 가져온 제품을 반품해주지 않으면 기획 취재를 하여 회사의 비리를 보도하겠다고 말한 걸 말입니다. 이것이 취재를 빙자한 권한남용과 협박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보도를 하려면 한번 해보세요! 우리도 나름대로 강력히 대응할 테니까!”  

기자의 행동에 조목조목 반발하며 말을 쏟아내는 나를 보며 그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듣고만 있었다. 잠시 후 기자라는 친구가 슬그머니 노트를 접고 볼펜을 안주머니에 넣으며 들러리로 따라온 다른 사내에게 말했다.
“자네는 여기 누님을 모시고 아래층 제품 있는 곳에 가서 기다리게.”
그러자 주춤거리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사무실 바깥으로 나갔다. 당사자인 그 여성도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저하더니 나를 보고는 간청하듯 말했다.
“이사님! 죄송하지만 반품을 받아주세요. 제사정이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
“하여간 기다려 보세요. 영업부에서 최종 결정이 나면 통보해 드릴 겁니다.”

여인은 뭔가 아쉽다는 표정을 남기고 몸을 돌려 먼저 나간 남자를 따라 나갔다. 나는 순간, 기자가 자신의 행동이 궁지에 몰리자 나에게 어떠한 제안을 할 거라는 판단을 했다. 그렇다면 노 차장도 없는 자리에서 단둘이서 담판을 짓는 게 좋을 듯싶었다.
“노 차장! 지금 즉시 영업라인을 통해 이분들이 어떻게 해서 그 많은 제품을 모아가지고 온 것인지 그 과정을 파악하여 보고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노 차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갔다.  
마침내 기자라는 사내와 단둘만이 남았다. 나는 분위기로 보아 절반은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 큰 기자가 먼저 조금 전과 달리 아주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이사님, 조금 전 제 말에 오해했다면 미안합니다.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누님을 위한다는 것이 다소 흥분 했었나 봅니다.” 그가 화해의 웃음을 지어보이며 사과했다.
“아니, 괜찮습니다. 다만 불쾌한 것은 사실입니다. 처음부터 제3자 개입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제지 하고자 했으나 기자님의 입장을 고려하여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기자의 화해 제스처에 굳이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서 나 역시 조용하게 말했다.
“이사님, 제 체면을 봐서라도 그만 반품 해주고 정리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가 사정조로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반품이 곤란하지 않습니까? 기자님도 아시겠지만 이번에 가지고 온 제품이 판매원 본인이 출고한 제품이 아닙니다. 그리고 3년 전에 생산판매가 중단된 제품을 어디에서 모아가지고 와서 반품을 해달라고 한다면 어느 기업인들 살아남겠습니까? 그리고 이번 경우와 같은 반품 건에 대해 반품을 받아준다면, 그것이 사례가 되어 전국에 있는 모든 판매원들이 출처도 알지 못하는 제품을 헐값으로 구입하거나 어디선가 모아가지고 회사에 몰려오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아마 회사는 거덜날 것입니다. 기자님께서 정보력이 좋으시니 저희 회사에 대하여 알아보면 아시겠지만 당월에 출고한 제품을 당월 말에 정산을 통해 반품을 전부 받아주고 있어요. 설령 반품을 하지 못한 제품이 있다면 6개월이라는 기한을 정하여 반품 가능한 제품은 전부 받아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수년이 지나 생산이 중단된 제품을 모아 가지고 와서 반품 환불을 요구한다는 것은, 상도의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내 말에 이의를 제기치 못하고 숙연해 있던 남자는 더 이상 말해 봐야 소용없다는 듯 그냥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때 노 차장이 서류를 들고 들어왔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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