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 실타래를 풀어라(15)

2012.03.05 10:51:40 호수 0호

연합군 떠나자 ‘두손 두발’ 들어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남성 3명 대동, 6000만원어치 환불 요구
잘못 끼어들었다 곤욕 치르고 명예실추

“이사님! 조금 전 그 판매사원이 자신이 직접 출고한 출고현황과 반품현황입니다. 그리고 그 판매원과 잘 알고 있는 다른 판매원이나 상위 관리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 판매원은 판매원들을 상대로 돈놀이를 했다고 합니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자 판매원들이 가지고 있던 제품을 달라고 하여 그 제품들을 모아 가지고 온 것이랍니다.”

“음, 그래 알았어요. 노 차장 수고 했어요, 서류를 두고 잠시 나가있어요.”
노 차장이 서류를 건네주고 나가자 내가 기자를 보고 말했다.

“자아 기자님, 제 말이 맞지요? 이런 제품을 어찌 반품으로 받아 줄 수가 있겠습니까? 설령 본인이 출고한 정당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의 반품 기한은 14일  이내이고, 방문 판매원 역시 소비자로 인정하여 14일 이내의 적용을 받습니다. 다만 다단계회원은 3개월 내에 반품을 해야 한다는 약관이 있습니다. 또한 반품을 원하는 자는 반품기한 내에 서면에 의한 반납통보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분은 지금까지 서면이나 구두로 단 한 번이라도 반납요청을 한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졸지에 차에 물건을 싣고 와 반납환불을 해달라는 것은 억지 중에 상 억지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사이비 기자 사과

“허, 참! 내 그 정도인줄은 몰랐네. 아니 누님은 어째, 그런 제품을 가지고 나에게 도와 달라니…….”
그는 그 여성이 자신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자신의 돈을 받기위해 기자님을 이용하고자 한 것 아닙니까? 제가 보기론 기자님과 함께 온 여성분은 고향의 선후배는 될지언정 진정한 남매가 아니지 않습니까? 괜히 이런 일에 끼어들어 까딱 잘못하면 명예를 실추시키고 곤욕을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사님, 얼마나 반품이 가능하겠습니까?”


“이번 경우처럼 순수성을 가장한 악의적인 반품행위에 대해서는 일부 가능한 제품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부 승낙해 줄 수 없다고 봅니다. 허나 기자님의 입장과 가져온 여성분의 애로사항을 감안하여 최종 검토 후 일부에 대해서는 반품을 승낙할 수 있도록 직원들과 상의해 보겠습니다. 그러니 누님이라는 분에게 잘 말씀드려서 관련된 자들에게 되돌려 주라고 하십시오.”
내 말에 그가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누님에게 잘 말해 일단 돌려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일어서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기자님, 결례가 있었다면 용서하십시오.”

민원 말끔히 정리

“아닙니다. 저 역시 누님의 말만 믿고 따라왔다가 이사님의 시원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한수 배우고 갑니다.”
“별말씀을…….”
우리는 서로 멋쩍게 의미 있는 웃음을 주고받았다. 기자가 아래층으로 내려간 후 자리로 돌아오자 노차장이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왔다.
“이사님, 마무리가 잘 되었습니까? 그분들과 말씀 중에 사장님께서 내려오셔서 마무리 잘하라고 당부하고 가셨습니다.”

“그래요. 어디 한번, 기다려 봅시다.”
그렇게 노 차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에 휴대폰 벨이 울렸다.
“저어, 이사님? 아까 그 기자입니다. 제가 누님한테 설명을 충분히 했음에도 막무가내로 듣지 않고 기어이 반품을 하겠다고 우기는데 난처하네요.”
“그래요, 고맙습니다. 그러나 기자님께선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저는 이번 일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습니다. 다음에 정식으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언제 한번 제가 식사라도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내자 노 차장이 물었다.

“잘 안됐나 보지요?”
“그렇지 않아. 일단은 성공 했으니까!”
“예에?”
노 차장이 내말 뜻을 감 잡지 못하고 놀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연합군을 의지하고 전쟁을 하러 올라온 저 여인이, 연합군이 손을 들고 가버렸으니 혼자 뭘 할 수 있겠어?”
내 말에 그제야 노 차장이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노 차장에게 현재 그 여성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었다.
“현재 남자들은 모두 돌아갔고, 그 여자만 주차장 안내박스 옆에 쌓아놓은 제품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사님! 문제는 비가 꽤 올 것 같습니다. 지금은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지만 일기예보에는 오늘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합니다. 만약 제품이 비에 젖어 불량품으로 영영 사용하지 못할까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반품을 모두 받아주자는 건가?”

“아, 아닙니다. 제 말 뜻은 그게 아니라…….”
노 차장이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몸을 움츠리며 궁색한 표정을 지었다.
“어허, 이 사람. 됐네, 됐어! 내 괜히 해본 소리네.”
인정 많은 노 차장이 마치 남 일 하듯 해서 한 마디 했더니 지레 겁먹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웃어 보이며 영업이사를 오시게 하라고 했다. 노 차장이 잽싸게 문을 열고 나갔다.
창밖에는 한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이 어느 새 창문에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이사님, 오랜만에 비가 꽤나 오겠는데요?”
영업이사가 들어오며 한 마디 했다.
“아, 정 이사님! 어서 오세요.”

내가 그를 반기며 악수를 청했다.
“이사님, 민원인을 상대하느라 고생 하셨습니다.”
“뭘요. 비서실을 통해 사장님 요청이 없다면 제가 나설 입장이 아니죠. 영업부와 민원실에서 해결할 일을 제가 나서게 되었네요.”
“임 이사님께서 맡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어차피 회사의 마지막 보루가 이사님 아닙니까?”
“하하, 무슨 그런 말씀을. 저보다 우리 정 이사님께서 전문가 아니십니까?”
“아이쿠! 큰일 날 말씀 마십시오. 아직 제 눈만 쳐다보고 있는 어린 자식 놈들이 있습니다. 민원일 잘못 맡아 처리하다간 제 모가지가 달아납니다.” 
우리는 잠시 농담을 섞어가며 서로를 치켜세웠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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