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없는’ 오리온 성과급 논란

2012.02.22 11:50:55 호수 0호

담철곤 회장 풀려나자마자 ‘보너스 잔치’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최근 오리온이 임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을 두고 말들이 많다.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법원의 ‘봐주기식’ 선처로 가까스로 풀려난 담철곤 회장이 자숙은커녕 세상 밖으로 나오자마자 ‘잔치’를 벌여서다. 담 회장은 회사가 어렵다고 법원에 읍소했다는 점에서도 거액의 보너스를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고위임원 등 임직원 23명에 11억원 성과상여급
석방 직후 일괄지급…“시기 적절치 않다” 지적



오리온은 지난달 18일 이사회에서 일부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일종의 모범 임직원에 대한 포상인 셈이다. 지급 방식은 현금이 아닌 주식 부여로, 오리온이 매입한 자사주를 나눠줬다.

오리온은 지난달 19일과 20일 각각 900주, 785주 등 1685주의 자사주를 10억3340만9000원(주당 61만3000원)에 취득했다. 이어 지난달 말 “임직원들의 성과상여”라며 이 주식을 고위 임원 등에게 지급했다. 이들이 챙긴 주식은 당시 종가 기준(1주당 65만6000원)으로 총 11억536만원에 달했다.

자사주 1685주 나눠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성과급을 받은 오리온 임직원은 모두 23명으로, 이중 고위 임원은 절반 정도인 12명이다.

김상우 러시아법인 사장은 351주를 받았다. 이를 현금으로 계산하면 2억3025만6000원에 이른다. 정선영 부사장(경영전략)과 이관중 부사장(SBU장)은 각각 123주, 120주를 챙겼다. 이는 8068만8000원, 7872만원어치의 주식이다. 담철곤 회장과 오리온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강원기 대표이사(경영총괄)와 이규홍 부사장(생산부문)은 시가 6691만2000원 상당의 102주씩 챙겼다.


이밖에 ▲최필규 부사장(영업)은 80주(5248만원) ▲김준신 OSI 대표이사는 77주(5051만2000원) ▲이상윤 감사(상근)는 75주(4920만원) ▲백운하 상무(홍보)는 73주(4788만8000원) ▲한창수 상무(재경) 48주(3148만8000원) ▲장세칠 상무(생산)는 42주(2755만2000원) ▲김현섭 상무(연구소)는 41주(2689만6000원)를 상여금으로 받았다.

또 이형진 사업부장(51주·3345만6000원), 허광회 HR팀장(48주·3148만8000원), 오일균 사업부장(44주·2886만4000원), 이종욱 사업부장(43주·2820만8000원), 서희원 ENG실장(43주·2820만8000원), 안용준 마케팅 부문장(42주·2755만2000원), 김종국 사업부장(42주·2755만2000원), 김재신 개발팀장(40주·2624만원), 류진희 해외시장개척팀장(40주·2624만원), 강동청 디자인센터장(39주·2558만4000원), 최병순 사업부장(19주·1246만4000원) 등 부장급 이상의 실장과 팀장급 11명도 두둑한 보너스를 가져갔다.

오리온 측은 “매년 성과가 높은 임직원에게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 역시 업무 결과를 평가해 성과급을 지급했다”며 “이번엔 스톡그랜트(성과연동주식·직접 주식을 주는 것) 방식으로 지급했는데, 2010년 2월 이사회에서 결정한대로 2년 뒤 나눠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과업계 등 재계에선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원의 ‘봐주기식’선처로 가까스로 풀려난 담 회장이 자숙은커녕 세상 밖으로 나오자마자 ‘잔치’를 벌여서다. 오리온 측은 “담 회장과 무관한 예정된 일정”이라고 해명했으나, 오리온 안팎엔 이해할 수 없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담 회장이 석방된 것은 지난달 19일. 담 회장은 회삿돈 226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74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는 등 총 3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지난해 6월 구속,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데 이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오리온은 이날 바로 임직원에게 나눠줄 주식을 취득해 그로부터 10일 후 수여했다.

더욱이 담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란 비판이 일었다. 사법부가 서민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반면 재벌에겐 너무 관대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나왔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오리온은 이 와중에 거액의 보너스를 세고 있었다.

담 회장은 회사가 어렵다고 법원에 읍소했다는 점에서 성과급 지급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한마디로 회사가 어려운데 무슨 보너스냐는 것이다.

담 회장은 재판 때 오리온의 위기를 내세웠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오너의 복귀가 절실하다는 논리였다. 담 회장의 부인 이화경 오리온 사장도 지난해 8월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전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당시 이 사장은 “남편의 구속으로 일본,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룹의 최대 위기인 지금 남편의 경영복귀 기회를 한 번만 주신다면 오리온이 아시아 넘버원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회사 어렵다”도 뻥?


업계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미심쩍은 시선을 보냈다. 그때나 지금이나 오리온이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의 지난 3분기 매출은 4923억원, 영업이익은 673억원, 순이익은 35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32%, 82%, 73% 증가했다. 제과업계에서 유일하게 오리온만 기대치보다 높은 실적을 냈다. 원자재값 상승 등 어려웠던 경영 환경에서, 더욱이 담 회장의 부재중에도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증권사들은 4분기와 지난해, 올해 실적에 대해서도 ‘장밋빛’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가도 담 회장의 구속 당시와 비교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담 회장이 구속된 6월14일 오리온 종가는 47만1000원.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석방 땐 60만6000원으로 올랐다. 지난 15일 기준으론 62만9000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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