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가 로열패밀리 골목 점령 백태③대상베스트코-임상민ㆍ세령

2012.02.21 13:12:55 호수 0호

식자재 유통시장 털어 오너가 배 두드린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국내 유통대기업 2, 3세들의 골목상권 장악이 점입가경이다. 제빵과 커피는 물론, 심지어 순대와 떡볶이로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문어발이 따로 없다. 특히 이들은 탄탄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빠르게 점령해 나가고 있다. 힘없는 소상공인들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밥그릇이 줄어드는 걸 망연히 바라 볼 뿐이다. 소상공인들의 밥상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기업은 대체 어딜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소상공인들의 피눈물을 짜내고 있는 ‘못된 재벌’들을 짚어봤다.

지역 식자재 유통업체 사들여 유통시장 장악
지역유통업체 이름으로 기습 개점…‘꼼수’ 비판



‘청정원’ ‘미원’으로 잘 알려진 대상그룹은 종합식품 제조업을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는 회사다. 이외에도 유통, 무역, 축산, 건설, 정보기술, 금융, 종합광고업 분야로 끊임없이 세를 확장해 왔다. 그 끝에 현재 연매출이 1조원, 2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형그룹으로 성장했다.

대상그룹의 사실상 오너는 임창욱 명예회장의 차녀인 상민씨로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의 지분 38.36%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지난 2009년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혼한 세령씨다. 세령씨는 이 회사 주식 20.41%를 가지고 있다. 또 임 명예회장이 2.88%를, 그의 부인인 박현주 대상그룹 부회장이 2.8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오너일가는 회사를 소유하고 있을 뿐 경영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있다.

식자재유통=노른자?

대상그룹의 핸들을 쥐고 있는 건 CEO인 박성칠 대표다. 그러나 박 대표의 임기가 오는 3월 만기됨에 따라 명형섭 사장이 바통을 넘겨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5년 비자금 혐의로 구속된 바 있는 임 명예회장은 1987년부터 회사(옛 미원그룹)를 이끌었지만 1997년 대상으로 사명을 바꾸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임 명예회장은 아직까지도 회사 경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상그룹은 근래 큰 부침 없이 순항해 왔다. 그러나 최근 거센 기류에 대상호는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자회사인 대상베스트코가 식자재 유통업에 깊숙이 진출한 데서 비롯됐다. 식자재 유통사업은 각종 식당이나 식품 프랜차이즈 등에 신선식품을 비롯해 고추장, 된장 등 식료품 재료들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국내 식자재 유통업의 규모는 약 20조원. 이 중 이미 대기업에 넘어간 단체 급식이나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의 식자재 시장 등을 제외한 나머지 92%는 2000여개의 개인사업자나 중소 도매업체가 점유하고 있다. 대상그룹의 입장에서는 치열한 경쟁 없이도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먹잇감’인 셈이다.


이에 대상그룹은 지난 2010년 자회사 대상베스트코를 설립한 뒤 안양, 대전, 인천, 청주, 원주, 부산 등에서 지역 식자재 유통업체를 인수하기 시작한 데 이어 대형 식자재 매장을 설립했다. 그리고 대리점 출고가보다 낮거나 비슷한 가격으로 파격 행사를 계속했다.

당연히 영세 식자재 유통사업자들이 설 자리는 줄어들었다. 영세 식당에 식자재를 배달하거나 작은 점포에서 판매하며 생계를 꾸려온 영세 상인들은 대기업의 막대한 자본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상인들은 대상이 골목으로 들어온지 불과 3개월여 만에 매출이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대상베스트코는 대기업의 이름을 감춘 채 골목에 숨어들었다. 대상은 지역업체를 인수한 뒤 그 업체 이름으로 신규 매장을 내려했다. 그러다 문제가 되면 자기네 기업이 아니라고 우긴다는 게 지역 상인들의 주장이다. 대상은 유통업자들의 시선을 피해 기습적으로 유통점을 오픈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유통업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당장 밥그릇을 빼앗기게 된 때문이다. 난리가 난건 유통업자들 뿐만이 아니다. 전통시장 상인들 역시 불통이 튈까 잔뜩 겁이 난 표정이다. 일반 소비자의 발걸음이 대형마트나 대기업 슈퍼(SSM)로 향하면서 전통시장의 생선, 채소 가게들은 지역의 식당들에 매출의 상당 부분을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상그룹은 아랑곳 않고 식자재 유통 시장을 점령해 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 대상베스트코가 인수한 업체가 알려진 것만 3곳. 지금도 대상베스트코는 식자재 유통업체와 접촉을 계속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조정=임시방편?

이에 유통업자들은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중기청은 “대기업의 진출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사실이 인정됐다”며 일부지역의 사업조정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게 상인들의 생각이다. 일을 잠시 미뤄놓은 것뿐 대기업이 밀고 들어오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오늘도 유통업자들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걱정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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