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39)삼양식품-삼양농수산-프루웰

2012.02.09 17:11:19 호수 0호

부부경영 컨트롤타워…수상한 ‘라면셔틀’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지배구조 핵심축…회장·부인·아들 지분 90% 보유
연 100억대 고정 매출 “지원받아 몸집 크게 불려”



국내 굴지의 ‘라면 명가’인 삼양식품은 이달 초 기준 총 8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삼양농수산’과 ‘프루웰’이다. 두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1975년 2월 설립된 삼양농수산은 고춧가루, 생강가루, 후춧가루, 참기름 등 천연 및 혼합 조미료 제조업체다. 또 창고 임대와 부동산 임대업도 하고 있다.

거래 줄다 다시 늘어

문제는 삼양농수산의 자생력이다. 매년 100억원대 매출을 계열사를 통해 고정적으로 올리고 있다. 삼양농수산은 2010년 매출 466억원 가운데 35%인 164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삼양농수산에 일거리를 준 곳은 삼양식품으로, 두 회사는 라면에 들어가는 후레이크 등 원재료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삼양농수산은 2009년에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34%나 됐다. 총매출 461억원에서 삼양식품과 거래로 거둔 금액이 162억원에 달했다.

삼양농수산의 삼양식품 의존도는 ▲2000년 50%(총매출 279억원-삼양식품 거래 139억원) ▲2001년 47%(290억원-136억원) ▲2002년 44%(312억원-138억원)로 높았다. 이후 ▲2003년 39%(344억원-133억원) ▲2004년 36%(446억원-159억원) ▲2005년 35%(427억원-148억원) ▲2006년 31%(405억원-127억원) ▲2007년 32%(428억원-136억원) ▲2008년 28%(497억원-141억원)로 줄다 2009년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다.


삼양농수산은 삼양식품이 꼬박꼬박 일감을 밀어준 결과 몸집을 크게 불릴 수 있었다. 연매출은 2000년 279억원에서 2010년 466억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마이너스 없이 매년 꾸준히 각각 10억∼40억원, 10억∼5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자본금(4억원)은 그대로 였지만, 총자산과 총자본은 86억원, 19억원에서 957억원, 189억원으로 10년 만에 모두 10배 이상 불었다.

눈에 띄는 점은 직원수가 10년 전 62명에서 2010년 말 현재 26명으로 줄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식품업계 관계자는 “삼양농수산의 몸집이 크게 커지는 동안 오히려 상시종업원은 절반 넘게 감원됐다”며 “든든한 지원군인 삼양식품이 일감을 몰아줘 외부 수주 등 별다른 영업 활동이 필요 없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삼양농수산은 삼양식품을 통해 매년 100억원대의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거래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오너일가가 대주주로 있어 오너 이익을 위해 특정 자회사에 물량을 밀어주는 편법 지원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양농수산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삼양농수산은 사실상 전체 지분의 90% 이상을 쥐고 있는 삼양 오너일가의 개인 회사나 다름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양농수산의 1·2대 주주는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부인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과 전 회장이다. 부부는 각각 42.2%(3만5450주), 21%(1만7650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아들 병우군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비글스도 26.9%(2만2550주)의 지분이 있다.

2002년까지만 해도 삼양식품이 삼양농수산의 대주주(37.14%)였으나, 그해 말 구조조정 차원에서 대선제분에 전량 매각했다. 김 사장은 2005년 이중 일부를 매입한 뒤 지분을 늘려왔다. 전 회장은 2006년, 병우군은 비글스를 통해 2009년 삼양농수산 지분을 처음 취득했다.

전중윤 창업주의 장남 전 회장은 한국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페퍼다인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1992년 삼양식품 영업담당 이사로 입사했다. 경영관리실·기획조정실 사장, 부회장 등을 거쳐 2010년 3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전 회장과 함께 부부경영을 펼치고 있는 김 사장은 이화여대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전무이사로 경영에 참여해 이듬해 부사장에 오른데 이어 2010년부터 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오너 부부는 삼양농수산 경영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전 회장은 대표이사를, 김 사장은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내부거래 비중이 심상찮은 삼양 계열사는 또 있다. 바로 프루웰이다. 1975년 1월 설립된 프루웰은 골판지 상자 등 판지 제조업체로, 2010년 계열사 매출 비중이 76%나 됐다. 총매출 96억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73억원에 달했다.

10년만에 덩치 10배↑

프루웰이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0년 43%(119억원-51억원) ▲2001년 47%(116억원-54억원) ▲2002년 44%(122억원-54억원) ▲2003년 50%(119억원-59억원) ▲2004년 61%(105억원-64억원) ▲2005년 78%(85억원-66억원) ▲2006년 80%(74억원-59억원) ▲2007년 79%(81억원-64억원) ▲2008년 77%(94억원-72억원 ▲2009년 79%(97억원-77억원)로 나타났다.

프루웰도 이같은 지원을 등에 업고 총자산이 2000년 98억원에서 2010년 129억원으로, 총자본은 33억원에서 106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직원의 경우 삼양농수산과 마찬가지로 98명에서 41명으로 줄었다. 다만 프루웰의 대주주인 삼양식품(79.87%) 지분만 확인될 뿐 나머지 지분에 대한 오너일가의 보유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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