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이랜드 회장 ‘고가품 경매’에 직원 불만 고조 사연

2012.01.25 10:54:21 호수 0호

‘짠돌이’ 회장님 희귀품 ‘지름신’ 강림?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비틀즈의 친필가사, 마돈나가 꼈던 장갑, 롤링스톤즈의 친필사인, 재클린 케네디의 진주목걸이, 영국 왕 에드워드 7세의 직위봉,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다이아몬드, 시민케인 각본상 오스카 트로피···.’ 박성수 이랜드 회장의 ‘소장품 리스트’가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 새사업을 위한 콘텐츠 확보 차원이라는 게 이랜드 측의 설명. 그러나 회사 안팎의 견해는 다르다. 박 회장의 ‘수집욕’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직원들의 표정은 곱지 않다. 근검경영을 내세우며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강요하면서 고액의 경매품에 아낌없는 돈을 쏟아 붓는 행태를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신사업 콘텐츠 확보?…박 회장 개인의 수집욕?
직원들 “허리띠 졸라매면서 고액 경매” 불만



최근 해외경매에 이랜드가 ‘큰 손’으로 자주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랜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슨 웰스가 <시민케인>으로 받은 오스카 트로피가 대상을 낙찰 받았다. <시민케인>은 1941년 제작된 영화로 미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해당 경매품은 이 영화의 감독, 주연, 각본을 맡은 오슨 웰스가 생전에 받은 유일한 오스카상이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이랜드는 이 트로피를 86만1542달러(약 10억원)에 거머쥐었다.

101억에 반지 낙찰

불과 일주일 전인 12월15일에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반지를 낙찰 받았다.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생전에 가장 아꼈던 반지라고 해서 ‘테일러의 반지’로불린 이 반지는 당일 경매의 하이라이트답게 마지막 순서에 경매에 올랐다. 치열한 경쟁 끝에 이랜드는 예상가의 3배인 881만8500만달러(약 101억원)에 반지를 손에 넣었다. 이랜드가 보유한 유명품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 일부 매장에는 가수 마돈나의 장갑부터 미국 케네디 전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목걸이를 전시하고 있다. 또 설악 켄싱턴스타 호텔은 비틀즈의 ‘Let it be’ 앨범에 수록된 곡의 조지 해리슨 친필가사, 영국 에드워드 7세의 직위봉, 딥퍼플 핑크플로이드 롤링스톤즈 친필사인 픽가드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랜드가 이처럼 고가품을 사들이는 까닭은 뭘까. 이랜드에 따르면 경매물품 확보는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계획 중인 레저ㆍ테마파크의 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2015년에 완공을 목표로 테마파크 건설을 추진 중인데, 여기에 전시할 ‘킬러 콘텐츠’를 수집중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경매에 참가한 것 역시 그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2015년까지 짓겠다는 새 테마파크는 약 330만㎡(약 100만평)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만 나왔을 뿐, 아직 구체적인 건 알려진 바 없다. 심지어 부지조차 미정인 상태다. 사업적 측면보다 박성수 이랜드 회장의

‘수집벽’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박 회장은 평소 못 말리는 수집벽으로 유명하다. 이랜드 내부에선 박 회장이 해외에 나가서 특이한 것을 발견하면 아예 집채로 구매한 뒤 필요한 것만 챙기고 나머지는 되팔아버린다는 소문이 나돌기까지 할 정도다.

이랜드 한 내부직원은 “한 번은 박 회장이 어디선가 베이브 루스의 50번째 홈런볼을 구해 와서는 기념관을 조성하라고 지시해 직원들을 당황하게 만든 적이 있다”며 “특이하거나 사연이 있는 물건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계는 박 회장의 이런 행보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 회장은 재계에서 유명한 ‘짠돌이’로 통한다. 아직도 구형 카니발을 타고 출퇴근을 하며 비행기도 이코노미석만 이용한다. 회사의 문화도 다르지 않다. 근검경영을 내세우며 직원들의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실제 이랜드 신촌 본사에서는 회사 내 청소용역이 없기 때문에 전 직원은 오전 일과를 시작하기 전 사무실은 물론 화장실도 청소한다. 또 커피, 휴지 등의 사무물품 구입을 위해 현금을 각출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회식’이라는 말 자체를 거론하기도 힘든 분위기라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100억원에 달하는 경매품을 보란 듯이 사들이는 그룹의 처사에 직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의미나 효과가 불분명한 사치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차라리 회사 청소직원이라도 구해달라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공감대 형성해야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랜드의 미래사업을 위한 투자가 도리어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랜드 차세대 성장엔진의 정상가동을 위해서는 직원들의 작고 사소한 불만이나 이견마저도 아우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완벽한 사업이라도 내부 구성원의 이해와 열정 없이는 빛이 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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