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35)한국야쿠르트-삼영시스템

2012.01.09 10:39:09 호수 0호

덩치 불리고 알짜 얹어 ‘황태자 품에’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윤덕병 회장 외아들 100% 소유…오너 개인회사
매출 90% 이상 관계사서 나와 “자생능력 제로”



‘꼬꼬면’으로 대박을 친 한국야쿠르트는 지난달 말 기준 10여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삼영시스템’이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실적이 거의 ‘안방’에서 나왔다.

1991년 2월 설립된 삼영시스템은 포장용 플라스틱 및 종이 용기 제조업체다. 또 운송물류 사업도 하고 있다. 충남 논산에 본사가 있으며, 충북 진천에 제조시설이 있다.

문제는 삼영시스템의 자생 능력이다. 매년 평균 매출의 90% 이상이 ‘집안’에서 나와 계열사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 다시 말해 내부 물량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든든한 ‘두 호위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영시스템은 2010년 매출 1281억원 가운데 무려 94%인 1208억원을 특수관계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삼영시스템과 거래한 곳은 한국야쿠르트(1101억원)와 비락(107억원) 등이다. 삼영시스템은 이들 회사로부터 ‘하루야채’등 자체 음료와 라면·유제품 용기 납품, 제품 운송 등의 일거리를 넘겨받았는데, 이중 운송매출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엔 관계사 매출이 95%나 됐다. 총매출 1191억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1127억원에 달했다. 마찬가지로 한국야쿠르트(1033억원)와 비락(94억원)이 일감을 퍼줬다.


그전에도 삼영시스템의 관계사 의존도는 높았다. 삼영시스템이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3년 97%(총매출 537억원-내부거래 519억원) ▲2004년 97%(562억원-546억원) ▲2005년 97%(604억원-583억원) ▲2006년 88%(741억원-654억원) ▲2007년 91%(949억원-864억원) ▲2008년 93%(1114억원-1031억원)로 나타났다.

2003년 이전의 거래 내용은 공시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지만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눈에 띄는 점은 삼영시스템에 딱 달라붙은 ‘두 호위군’의 노골적인 지원이다. 단 한해도 감소한 적이 없다. 

2003∼2010년 세부 내역을 보면 한국야쿠르트와의 거래는 466억원, 492억원, 517억원, 571억원, 782억원, 943억원, 1033억원, 1101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비락도 49억원, 51억원, 64억원, 82억원, 82억원, 88억원, 94억원, 107억원으로 늘어났다.

삼영시스템은 ‘떡고물’을 꼬박꼬박 받아먹은 결과 정상궤도에 안착한 것은 물론 몸집을 크게 불릴 수 있었다. 연매출은 2000년 385억원에서 2010년 1281억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영업이익은 30억원에서 142억원으로, 순이익은 21억원에서 263억원으로 상승하는 등 마이너스 없이 매년 꾸준히 흑자를 냈다. 같은 기간 총자산과 총자본은 182억원, 88억원에서 1672억원, 1322억원으로 각각 9배, 15배 정도씩 불었다. 직원(상시종업원)수는 50명에서 119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삼영시스템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국야쿠르트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삼영시스템은 오너 2세인 윤호중 한국야쿠르트 전무가 지분 100%(60만주)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2003년까지 29%였다가 2004년 39%로 확대되더니 2006년 100%를 손에 쥐었다. 

올해 41세인 윤 전무는 한국야쿠르트 창업주 윤덕병 회장의 외아들로,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한국야구르트에 입사해 해외사업과 신사업, M&A 등의 경영지원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짭짤한 배당도 챙겨

특히 1999년 3월부터 사내이사를 맡는 등 삼영시스템 경영에도 참여한 윤 전무는 관계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거액의 ‘배당 돈잔치’를 벌여왔다. 삼영시스템은 2009년 총 34억5000만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2005∼2006년의 경우 4억5000만원씩, 2007년과 2008년엔 각각 15억원, 21억원을 배당했다. 물론 이 돈은 모두 윤 전무가 챙겼다.

삼영시스템은 현재 법인이 폐쇄된 상태다. 지난 1일 한국야쿠르트에서 분리된 팔도를 흡수합병하면서 사명이 팔도로 바뀔 예정. 이에 따라 윤 전무가 팔도의 대주주가 된다.

팔도는 ‘꼬꼬면’을 비롯해 ‘왕뚜껑’, ‘팔도비빔면’, ‘도시락’ 등의 라면 브랜드로 유명하다. 회사 측은 신규법인 출범에 대해 라면사업 집중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경영승계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오너가 아들에게 삼영시스템을 잘 키워서 팔도까지 얹어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내부거래 논란 해소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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