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대 비자금 조성 혐의 박찬구 사전구속영장 파문

2011.12.09 10:25:00 호수 0호

‘형님’ 던진 칼에 ‘아우’ 제대로 맞았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검찰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내부자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남기고, 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금호일가 ‘형제의 난’의 승기가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는 말이 들려온다. 여기에 일각에선 박찬구 회장의 경영권이 자칫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비자금 조성·내부자미공개정보 이용한 혐의 확인
‘절대 지분’ 미확보+이사회 미장악=경영권 흔들

최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특수부는 박찬구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정하고, 법원에 영장을 신청했다. 그동안 수사를 벌여왔던 내부자 미공개정보를 이용, 수백억원대 손실을 회피한 혐의와 협력업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는 판단에서다.



300억원대 비자금

검찰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애초 금호석유화학 재무 관련 담당자의 개인 횡령 혐의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지난 3월 금호석유화학 재무담당자 A씨가 협력업체를 통해 회삿돈을 횡령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에 대해 내사를 벌였다. 이후 검찰은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인물이 박찬구 회장이라는 구체적인 혐의를 포착,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금호석화 본사 사무실과 거래처 4곳을 압수수색하고, 2달 뒤인 지난 6월 박 회장을 수차례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박찬구 회장이 협력업체를 통해 300억원대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확인했다. 박찬구 회장은 이렇게 조성한 자금을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입 등 경영권 확보에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찬구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백억원에 이르는 미래 손실을 회피한 혐의 역시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박찬구 회장은 2009년 6월 대우건설 매입 손실과 관련해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처할 것이라는 내부자 정보를 이용, 자신과 아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해 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매각 관련해 독립 경영을 위한 조처였다며 그룹 주요 계열사 팀장 50여명을 모아놓고 자신이 쓴 메모를 직접 보여주며 결백을 강조하는 등 비자금 조성 혐의를 강력 부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의 관련 혐의들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던 검찰은 그동안 수사 결과 비자금 조성 의혹과 내부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백억원대 손실을 회피한 혐의가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나 결국 구속영장을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은 갑작스레 날아든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 소식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최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전량 매각함에 따라 그룹 간 계열분리가 사실상 끝난 상황에서 생각지 못한 악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금호석화 측 관계자는 “계열분리에 따라 경영 등에 신경쓰고 있던 상황에 박찬구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소식이 들려 놀랐다”며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아직까지 법원의 실질심사가 남아있기 때문에 박 회장의 구속을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일로 금호가 ‘형제의 난’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박찬구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박삼구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제보에 따른 것이라는 금호석유화학 측의 주장 때문이다.

금호그룹은 2009년 6월 박삼구·찬구 회장의 ‘형제의 난’으로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으로 사실상 쪼개졌다. 두 회장은 형제의 난 당시 동반 퇴진했으나 동생인 박찬구 회장은 작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형 박삼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으로 경영에 각각 복귀했다.

이후 계열분리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외부적으로 양측의 갈등이 봉합된 듯 보였다. 특히 형제는 모친 이순정 여사가 별세하자 빈소에서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는 등의 모습이 포착되면서 화해 행보를 걷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갑자기 불거진 박찬구 회장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한 검찰의 고강도 조사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이 배후로 박삼구 회장을 지목하면서 갈등은 재점화 됐다. 급기야 박삼구 회장을 사기·위증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그의 측근을 법인인감을 사용해 위조문서를 작성한 혐의로 고소하면서 둘의 관계는 더욱 멀어졌다.

이처럼 2차전에서 서로 ‘한방’씩 주고받은 형제의 사이는 전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예 끝장을 볼 태세여서 둘 중 하나가 피를 보지 않고는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 박찬구 회장에 비자금 조성 혐의가 차츰 드러남에 따라 재계에선 승기가 박삼구 회장에 기울었단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경영권 풍전등화

이에 따라 일각에선 박찬구 회장이 구속될 경우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이 ‘오너’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절대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아닌 데다 이사회 역시 완전히 장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찬구 회장의 경영권은 ‘풍전등화’인 형국이다. 그는 이 난국을 어떻게 해쳐 나갈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