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제국주의의 해체’ 김상균

2018.08.27 11:32:21 호수 1181호

권위 위에 다시 쌓아올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김세중 조각상’은 조각계서 가장 권위 있는 상 가운데 하나다. 1986년 작고한 한국 현대조각 1세대 작가 김세중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1990년부터 40세 미만 젊은 작가에게 ‘김세중 청년조각상’을 수여하고 있다. 김상균은 2006년 이 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이 서울에 상륙했다.
 



오는 30일부터 서울 한남동 소재 갤러리바톤서 김상균의 개인전 ‘다시 쌓아올리기(Re: Masonry)’전이 열린다. 김상균은 일제강점기 제국주의 양식으로 지어져 현재는 초현대화한 도심서 과거를 환기시키는 유적지로 존재하는 건물에 주목해왔다. 

이번 전시서 그는 그 건물 안에 담긴 시대정신과 힘의 헤게모니, 구체적인 표현의 형식을 조형화법에 농밀하게 녹여낸 신작들을 대거 선보인다.

열강의 흔적

김상균과 갤러리바톤의 인연은 처음이 아니다. 김상균은 2015년 갤러리바톤과의 첫 개인전 ‘Kim Sang Gyun, 김상균’서 1·2차대전 전후 국내는 물론 동아시아를 광범위하게 휩쓸고 지나간 제국주의 열강의 잔재이자 20세기 초반 지배적인 건축 양식을 기반으로 한 작업을 선보였다.

이 과정서 그는 자신의 예술철학의 주요 기조로서 ‘후기 식민주의’를 은연중에 드러냈다. 후기 식민주의는 2차대전 이후 유럽 열강의 제국들이 붕괴한 이후 식민 지배를 받았던 세계 많은 국가들이 경험한 역사의 한 단계를 말한다.


2차대전 이후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식민지배를 받던 나라들의 독립운동이 일어났다. 제국이 해체되고 식민지 체제가 붕괴하면서 독립한 나라의 민중은 식민지배 이전의 자국문화를 회복하고, 문화·언어·법률·경제적 결과를 분석, 검토한 뒤 새로운 정보와 국민적 정체성을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갤러리바톤과 두 번째 전시
세계대전 이후 잔재 주목

김상균은 제국주의풍 건물의 파사드(건축물의 주된 출입구가 있는 정면부)를 차용해 정확한 스케일로 축소된 콘크리트 패널을 생성한 후, 수많은 조각으로 나누고 다시 군집시키는 방식을 통해 고부조와 저부조가 혼용된 평면 작업과 조각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그는 타자에 의해 인위적으로 지어진 건물이 과거 일시적으로 가졌던 아이덴티티를 해체하고 부여됐던 권위를 부정하는 접근법을 취했다.
 

다시 쌓아올리기라는 전시 제목과 같이 김상균은 이번 전시서 파사드의 외형적 특징을 간직한 채 최소 단위로 분할된 콘크리트 피스를 조적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을 주로 소개한다. 이러한 시도는 각 피스의 수직적 합이 마치 현대 건물의 모델하우스 혹은 원거리서 관찰한 실물과 같은 시각적 효과를 불러온다.

이런 외형적 특징과 더불어 작품의 주재료인 콘크리트의 사용은 근대 이후 영국서 태동한 건축의 한 경향인 브루탈리즘을 연상케 한다. 브루탈리즘은 1950년대 영국서 형성된 건축의 한 경향으로, 르 코르뷔지에의 후기 건축과 그의 영향을 받은 동시대 영국 건축가들을 지칭한다.

콘크리트를 주재료로 사용
건물의 정체성 해체·극복

김상균의 작품에 드러나는 비형식 지향, 거친 조형, 균형감과 심미주의 거부, 내부 재료의 인위적 노출 등에서 그 유사성이 보인다. 브루탈리즘은 제국주의를 풍미한 모더니즘 건축에 대한 반발서 시작됐다.

김상균의 작품에는 제국주의 건축의 기반이 됐던 모더니즘 양식을 통해 탄생한 건물들을 단순히 외형적 혼돈을 부여하는 것으로만 다루는 게 아니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사조의 형식과 규범적 특성이 녹아있다.

식민지배 이후


갤러리바톤 관계자는 “작품 자체의 조형성과 완성도, 기법적 독특함과 함께 탄탄한 이론적 기반의 정교한 결합은 그동안 작가가 오랜 기간 동안 연구와 시도의 결실”이라며 “김상균의 이번 전시를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전시는 10월6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김상균은?]

1967년생

▲학력

뉴욕주립대학교 대학원 졸업(2002)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1996)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1989)

▲개인전

‘다시 쌓아올리기 (Re: Masonry)’ 갤러리바톤, 서울, 한국(2018)
‘KIM SANG GYUN’ 갤러리바톤, 서울, 한국(2015)
‘기억/풍경 2014’ 갤러리 Artspace With Artist, 파주, 한국(2014)
‘The Landscape 2013’ 송암아트리움, 춘천, 한국(2013)
‘Gift’ 갤러리 스케이프, 서울, 한국(2011)
‘14071995 잃어버린 풍경’ 장흥아트파크 레드 스페이스, 장흥, 한국(2009)
‘人工樂園 2008/The Artificial Paradise2008’ 아트사이드, 베이징, 중국(2008)

▲수상


아리랑 Award 2013-Crown 해태, 한국조각가 협회(2013)
제9회 오이타 아시아 조각전 우수상(2008)
제20회 김세중 청년조각상 수상(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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