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후일담] 홍준표와 지방선거 비화

2018.08.27 10:44:32 호수 1181호

‘지선 승리’ 믿는 구석 있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압도적인 승리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6·13지방선거 및 보궐선거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압도했다. 변수는 없어 보였다. 여의도 민심은 이미 민주당의 압승을 예견하고 있었다. 심지어 한국당 소속 의원실 보좌진들도 민주당이 압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당 홍준표 당시 대표는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6·13지방선거가 있기 약 한달 전인 5월14일, 소상공인들이 국회 앞에 있는 여의도공원에 모였다. ‘소상공인 생존권사수 결의대회’가 이날 열렸다. 참석자들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을 국회는 즉각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여의도공원에는 적합업종에 포함되길 원하는 단체회원 700여명이 자리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비단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에 국한되지 않았다. 문재인정부서 통과된 최저임금 인상을 규탄했다. 결의대회 주최 측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익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성토했다. “현실에 맞도록 최저임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약속했건만…

지난해 6470원이던 시간당 최저임금은 올해 초 7530원으로 16.4% 인상됐다. 역대 최대 인상폭이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소비도 늘리고 경제 성장을 견인한다는 문정부의 철학이 반영됐다. 그러나 당초 의도와 다르게 서민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는 성토가 이어진 것이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소상공인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서 그는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 받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여러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세우겠다”며 “소상공인 기본법을 비롯한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우리나라는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700만명이지만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조직화돼 있지 않고 압력집단으로서 역할이 적어 소외돼왔다. 이번에 결집을 하게 되면 선거 당락을 결정짓는 결정적 집단으로 등장할 것”이라며 지방선거서 힘을 실어줄 것을 소상공인들에게 호소했다.

이어 “700만명이면 배우자 한 사람, 자식 한 사람만 해도 2000만명”이라며 “선거를 좌우할 수 있는 압력 집단이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좀 더 저희들(한국당)과 함께 가주시면 저희들이 은혜를 갚겠다. 모두 힘을 합쳐 대한민국 서민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여러분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2000만 소상공인 표 ‘회심의 카드’
끝까지 미련…투표함 까보니 ‘텅텅’

한국당 입장서 소상공인들의 표는 일발역전을 노릴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였다. 당시 민주당 대세론은 부정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그 흐름을 거스를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인재를 영입하지도 못했다. 한국당 안팎서 당이 ‘TK(대구·경북)자민련’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는 예상이 힘을 받고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당 지도부는 소상공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함과 동시에 실제 표심이 투표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 당시 한국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일을 도운 바 있는 한국당 소속 의원실 보좌진은 “홍 대표가 소상공인 대표와 만나 관련 법안 발의·통과를 약속했다”며 “그 대가로 2000만 소상공인들이 지방선거서 한국당 후보들을 적극적으로 찍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단체 측도 “지방선거 투표장에 꼭 가서 (정부·여당을)심판하자”고 화답했다.

한국당은 약속을 실천에 옮겼다. ‘자영업자·소상공인 기 살리기’를 지방선거 구호로 삼았다. 지난 6월4일 지방선거를 10여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서민 경제 2배 만들기 대책회의’서 소상공인 관련 단체 대표들은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준공영 결제카드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이에 홍 대표는 현장서 김종석 선대위원장에게 법안 제정을 요청하는 등 소상공인의 제안에 적극 응했다. 결의대회와 지방선거가 있는 기간에 열린 20대 국회 360, 361회기 동안 발의된 소상공인과 직접 관련이 있는 법안 6개 중 한국당이 발의한 것만 4개였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법안도 진통 끝에 20대 국회 전반기 마지막 본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당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팽팽히 맞섰다. 한국당은 찬성하는 쪽이었다.


당시 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저임금 근로자의 최저임금 삭감을 막고 고임금 근로자가 최저임금 혜택을 받는 부작용도 방지할 수 있다”고 동료 의원들에게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어렵지 않게 국회를 통과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결의대회 당시 소상공인들이 요구했던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도 통과됐다. 제1야당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한국당은 당시 논평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최저임금법 개정안과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특별법안 등 민생 법안 처리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했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후 결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한국당은 민주당에게 완패했다. TK자민련이 현실이 된 것이다.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노력은 정작 투표장서 빛이 바랬다. 홍 대표가 기획했던 회심의 카드는 무위로 끝났다.

야속한 표심

한국당 소속 보좌진들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한 보좌진은 “(국민들 상당수가)한국당을 싫어하는 건 우리도 잘 안다”면서도 “하지만 민생법안은 정치적 이념과 별개지 않나. 안타까울 뿐”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또 다른 보좌진은 “우리가 제1야당이다. 민주당을 견제할 수 있는 건 한국당”이라며 “필요한 게 있으면 우리를 마음껏 활용하고, 표로 돌려주시면 된다. 밀어줄 마음이 있으면 확실히 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양천구의회 폭행사태

서울 양천구의회서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지난달 27일 개최된 양천구의회 본회의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이 행정재경위원회의 정수를 늘리는 조례를 통과시키려 했고, 자유한국당 구의원들이 이를 막아서는 과정서 폭행이 있었다.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자유한국당 소속 나상희 의원은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 당해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으며 같은 당 오진환 의원은 허리를 강하게 압박 당해 늑골에 금이 가는 전치 5주의 진단을 받았다. 

두 사람은 지난 23일 민주당 소속 양천구의원 다수를 폭행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목>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