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캐나다서 한국으로’ 캐스퍼 강

2018.08.13 09:36:49 호수 1179호

한지를 비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981년 캐나다 토론토서 태어난 캐스퍼 강은 2004년 한국으로 돌아와 건축사무소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이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는 이후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에 뛰어들어 현재까지 10회의 개인전과 30회의 단체전을 진행했다. 이번 전시 ‘별의별의별의별’은 소피스 갤러리서 선보이는 두 번째 개인전. 그의 감각적인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자.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소피스 갤러리가 지난달 28일부터 캐스퍼 강의 개인전 ‘별의별의별의별’을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소피스 갤러리서 열리는 캐스퍼 강의 두 번째 개인전. 한지의 물성을 활용한 추상적 회화 총 40여점을 선보인다.

추상 회화

캐스퍼 강은 한국 전통 민화를 정밀한 선, 건축설계도 같은 구성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초기작으로 내세웠다. 그의 작품은 독창적이라는 평을 들어왔다. 2016년 소피스 갤러리서 진행한 개인전에선 동양의 산수화를 바탕으로 대리석 가루와 아크릴을 섞은 후 물감을 올려 두터운 마티에르적 표현을 통해 추상적인 형태를 탐구했다.

당시 개인전서 그는 작품 형태적 전환점을 맞이했다. 캐스퍼 강은 이번 전시서 그때보다 더 나아가 민화의 바탕인 한지를 다채롭게 실험한 추상회화를 들고 나타났다. 한지의 물성과 일시성, 형상과 비어있음을 고찰한 끝에 나온 작품이다.

2004년 한국 돌아와
건축사무소서 일해


캐나다서 건축학을 전공한 캐스퍼 강은 2004년 한국으로 돌아와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캐나다 교포로서 그가 느끼고 탐구한 한국의 전통 시각문화는 작업적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했다. 초기작은 민화의 형태를 분해하고 재구성하면서 점점 간결하고 절제된 형상으로 나아갔다. 이 과정서 캐스퍼 강은 추상적 영역에 관심을 보였다.

이후 민화의 밑바탕인 한지의 물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고찰하면서 일부 남아있던 형상이 사라지고 완전한 추상적 회화에 이르렀다. 그는 이번 신작서 한지를 그을리거나 색이 있는 한지를 표백해 번지는 듯한 효과를 냈다. 또 한지를 잘게 찢어서 접착제나 회분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겹겹이 쌓아 입체적인 추상회화를 완성했다.
 

캐스퍼 강은 한지와 접착제를 섞은 덩어리를 팔레트 나이프로 떠서 화폭에 옮겼다.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나타난 새로운 형상은 자유롭고 간결하다. 한지를 표백하거나 조심스럽게 태워 캔버스에 섬세하게 붙인 작품은 마치 한지가 소멸하기 전 순간을 그대로 포착한 듯 생생하고 즉각적이다.

한국 전통 민화에 관심
한지 이용한 작품 선보여

캐스퍼 강은 한지가 사라지기 전 순간의 형상을 붙잡아 화폭에 일시성을 부여했다. 이런 일련의 작품 제작 과정은 명상을 하듯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점점 형상이 비워지고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그가 제작한 작품들은 한지라는 물질 그 자체의 특성을 버리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로 창조되고 그와 동시에 독특한 구조적 가치를 획득한다.

캐스퍼 강의 작품은 경험적인 것이 아니라 경험에 앞선 것, 즉 선험적인 접근법을 통해 완성된다. 전통 민화를 향한 작가의 관심이 민화의 바탕이었던 한지의 탐구로 이어진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다.
 

그의 역량은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캐스퍼 강은 2014년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10주년 기념, 2015년 아디다스 코리아 오리지널 슈퍼스타 마케팅 등의 협업을 통해 감각적인 작품 세계를 인정받고 있다.

기업과 협업

소피스 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캐스퍼 강의 개인전을 통해 그가 형상을 비워내고 완전한 추상적 영역으로 나아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며 “그의 회화가 전달하는 간결하고 자유로운 형상을 함께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시는 오는 18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캐스퍼 강은?]

1981년 출생

▲학력

캐나다 오타와 칼튼대학 건축학과 졸업(2004)

▲개인전

‘별의별의별의별’ 소피스 갤러리, 서울(2018)
‘瑤 池 鏡’ 소피스 갤러리, 서울(2016)
‘Flowers & Fortresses’ 스튜디오 콘크리트, 서울(2015)
‘기획초대전’ 갤러리이즈 서울(2015)
‘Casper Kang’ 헬리오아트 스페이스, 서울(2014)
‘新羅 Z’ 153 갤러리, 서울(2013)
‘MMXII’ 갤러리 AI1, 서울(2012)
‘Self Dynasty’ 갤러리 이마주, 서울(2011)
‘C.R.E.A.M.’ 갤러리 CHA, 서울(2010)
‘Phantasmagoria III’ 데일리프로젝트, 서울(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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